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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제 4의 권력 '팬클럽"

우주꿀꿀푸름누리, 2001-08-28 10: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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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떠오르는 '제4의 권력'팬클럽 =============
[오빠부대]’넘어서 ‘대중문화 파수꾼’으로 ......

연예 스타와 기획사와 미디어가 독점해온 대중문화 권력의
‘3두 체제’가 붕괴되고 있다. 그런 변화 중심엔
‘오빠부대’로 폄하되던 팬클럽들이 있다.
수동적 소비자로만 여겨져온 팬들이 인터넷 혁명을 업고
집단화 하면서 기존 대중문화 권력을 견제하는
‘제4의 권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3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이재수 음반에 대한 협회 입장’이란 해명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컴백홈’ 패러디를 둘러싼 서태지와 ‘
음치가수’ 이재수 측의 법정 다툼과 관련,
이재수 측에게 노래 사용을 사전 승인한 적이 없으며
분쟁의 쟁점인 ‘저작 인격권’ 보호를 위한 규정과 관리가 미흡했다고
자인하는 내용이었다. 서태지가 지난달 소송을 낸 직후
서태지 팬클럽은 연일 이메일로 서태지를 옹호하는 여론 공세를 펴면서,
협회와 문화관광부엔 저작권 관리 소홀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음악저작권협회는 결국 팬클럽의 끈질긴 항변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요즘 팬클럽들은 좋아하는 스타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싶으면
‘기존 권력’에 서슴없이 도전한다. 서태지 조용필 이승환 등
유명 가수 팬클럽이 주축으로 벌인 대중음악 개혁운동은 KBS가
‘공정성’을 이유로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없애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방송국이 프로그램과 관련해 곤욕을 치르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한 KBS PD는 “팬클럽들은 프로그램 제작에서 무시할 수 없는
‘외압’”이라고 말했다.

팬클럽은 자칫 가수와 기획사에도 날을 세우는 ‘양날의 칼’이다.
H.O.T 해체 파동에서 봤듯 분쟁이 생기면 팬들은 기획사를 초토화시킨다.
젝스키스 해체 때는 분노한 팬들의 진정서 공세로 기획사가 세무조사까지 받았다.
연초 g.o.d. 팬들은 일방적인 콘서트 장소 변경에 항의하는 운동을 벌였다.
한 가수는 “팬클럽 회원들은 음악은 물론 헤어스타일과 의상까지
조목조목 품평하면서 바꿀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그들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스타에게 열광하는 ‘오빠부대’ 열풍은
1960년대 남진·나훈아 시대를 출발로 1980년대 조용필 시대에도 뜨거웠다.
규모도 전성기 조용필 경우 이미 수만명을 헤아렸다.
하지만 폭발력과 성격은 달라졌다.
스타의 노래와 스타일만 따라하던 수동적 객체에서 벗어나
스타의 사회적 동반자이자 행동 전위대로 발돋움 했고,
그 자체로 거대한 수요를 창출하고 유지한다.

변화의 동력은 ‘인터넷’과 ‘자본’이다.
인터넷은 팬들을 결집시키고 집단 의식을 생성하고 전파하는
‘그들만의 천국’. 익명의 ‘팬들’은 인터넷을 통해 적의 컴퓨터를 공격하고
쟁점을 생산·유통시키는 ‘현실 권력’을 거머쥐었다.
유료 회원제 정착은 팬클럽들에게 ‘총알’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유료 팬클럽 연회비는 1만~1만5000원. 10000명만 해도 1억원이 넘으면서
‘전업 팬클럽 간부’가 새로운 직종(?)으로 등장했다.
‘가난한’ 팬클럽은 기획사 지원을 받는다.
신인 가수 매니저는 “활동비를 주면 팬클럽을
운영해준다는 제의가 많다”고 했다.

‘아줌마 팬클럽’들이 느는 등 연령층과 활동도 다양해지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너희가 조용필을 아느냐’를 개설한
조용필 팬클럽과 이선희 팬클럽 ‘홍당무’가 대표적이지만,
연기자들 경우엔 특히 성인층 팬클럽이 많다.
장동건 팬클럽인 ‘아도니스’ 회원들은 장동건 이름을 앞세워
불우시설 봉사를 벌이는 사회참여 모임으로 승화시켜 화제를 모았다.

팬클럽은 대중문화산업을 뒷받침할 소비층을 활성화하고
스타·기획자·미디어가 독점하던 권력을 소비자들이
공유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일부 연예인의
비도덕적 행동에 대한 맹목적 편들기, 팬클럽 간의 극심한 반목,
광신적 청소년들의 일탈 행위 등 빈곤한 철학과 설익은 열정은
극복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평론가 임진모씨는
“기획사들이 팬클럽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욕심에서 벗어나고,
팬클럽들도 순수성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 권혁종기자hjkwo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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