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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연합회에 드리는 대바위의 공개서한

길밖세상, 2002-02-01 05: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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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연합회에 드리는 공개서한 >>





중음악판 꾸기 원회 (http://www.daebawe.org)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다?



우리는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로서 PD연합회의 성명서를 보고 당혹과 슬픔을 금할 수 없습니다.사실 시사매거진 2580의 1월 27일자 방송내용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연예인
비리, 돈상납, 성상납은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언론에 보도된 비리만도 수십 번이고, 아는 기획사 사람을 통해, 방송사의 음악프로 녹화현장에 자주 가는 팬들의 입을 통해, 주위의 아는 PD선후배들, 기자 친구를 통해 그리고 또 인터넷의 '카더라' 통신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그 '비리'의 대체적인 윤곽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사람들은 '연예가 소식'에는 웬만한 사건도 '그 바닥이 다 그렇지'라는 이상한 면역증세에 빠져들어 있습니다.



시사매거진 보도가 나간 후 우리는 참으로 이상한 성명서를 하나 보았습니다.
시사매거진 2580이 공공연한 비밀의 빙산의 일각을 드러낸 것에 대해 이 '이상한' 성명서는 '유감', '경악', '의혹투성이', '말초적인' 방송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누가 비리에 연루된 PD인지는 일개 시청자인 저희들보다 방송사 내부에서 매일 지켜보는 PD연합회 여러분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성명서는 마치 '그런 PD들이 어디 있냐, 대봐라?'라고 반문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PD연합회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반응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혹시 '제발 저린 거 아니냐'는 의혹까지 역으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우리는 PD연합회가 시사매거진의 보도를 옹호하고 함께 싸울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그러나 PD연합회의 성명서는 너무도 의외의 것이어서 우리는 이에 대한 공개적인 입장을 표명하기로 했습니다.



언론인 스스로 기자윤리를 부정하다
.


PD연합회의 성명서는 기자윤리에 위배된 사항을 요구합다.



이 성명서는 시사매거진 보도진에게 금품을 수수한 PD가 누군지 밝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알고 싶습니다. 대중음악을 사랑하고 이 땅의 음악문화가 제대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대중음악판 바꾸기 위원회]는 이미 수 차례에 걸쳐 대중음악계에 만연한 비리들을 척결해줄 것을 다각도로 요청해왔습니다. 우리 역시 누구 못지 않게 금품을 수수한 PD가 누군지 알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참에 음악계가 실력과 음악성으로 승부할 수 있는 공정한 게임의 장이 되기를, 그래서 전체 음악계가 성장하고, 음악선진국과 견줄만한 좋은 음악문화를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누구 못지 않게 바라마지 않습니다.



물론 금품을 수수한 PD가 누구인지 공개되면 사태는 아주 깔끔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금품을 수수한 PD를 언론에 밝힐 경우에는 그 사실의 진실성을 위해 제보한 사람들의 신원까지도 공개를 해야합니다. 즉 취재원의 신원도 함께 공개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들이 대중음악 바꾸기 운동을 하면서 현업에 계신 분들을 만났을 때 '이 바닥 더럽다. 다 이야기하고 싶은데, 죽을까봐 말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사석에서 여러 번 들었습니다. 우리 역시 당사자가 나서서 그런 이야기를 해주기를 간절히 바래왔지만, 그분들에게는 먹고사는 문제가, 때로는 신변상의 문제까지 있기에 함부로 공개해달라는 부탁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하물며 우리와 같은 일반인들도 그러할진대, 기자에게 취재원을 보호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라도 지켜져야 할 의무 아닙니까?



우리는 시사매거진이 실명과 신상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철저하게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지, 없는 사실을 만들기 위해 혹은 조그마한 것을 부풀리기 위해 비공개로 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부분은 방송에서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시는 PD연합회가, 검찰도 아니고 금품을 건네준 당사자도 아닌 PD연합회가, 더구나 기자정신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해야할 PD연합회의 성명서가 결과적으로 취재원을 노출시키게 만드는 행위를 요구한다 것은 참으로 씁쓸한 일입니다.



우리 역시 금품을 수수한 PD가 누구인지, 누구 못지 않게 알고 싶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2580보도진에게 요구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비리를 밝히는 행위만으로도 경제적, 사회적인 손실과 심지어는 신체적인 위협까지도 받을지 모르는 연예계에서, 얼굴과 이름을 가린 증언자를 확보하는 것조차도 너무나 힘들다는 것을 PD연합회는 모른다는 말씀이십니까?
2580보도진이 그런 사실들을 공개한다면 PD연합회는 2580보도진과 취재원들을 보호해줄 자신이라도 있는 겁니까?



[PD연합회]의 이름으로 검찰조사를 촉구하여 주십시요.



분명, 금품을 받은 PD들의 명단은 밝혀져야 합니다. 아울러 기획사와 방송사간의 거대한 비리들도 밝혀져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방송에 밝히고 밝히지 않고는 전적으로 시사매거진 보도진이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금품을 받은 PD 몇 명의 명단으로 초점이 모아져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보기에 시사매거진이 밝혀낸 사항은 단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대중음악판의 문제는 너무도 뿌리깊고 광범위한 것이어서 몇몇 비리와 연루된 PD들을 잘라낸다고 해결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행여 이러한 과정이 몇몇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검찰이 전면에 나서야된다고 생각하며, 검찰이 이 모든 것들을 밝혀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시사매거진에 보도된 '일각'뿐만 아니라 그 거대한 '빙산'을 송두리째 드러내 이 참에 깔끔하게 녹여버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비리에 연루된 PD들을 밝혀내는 것은 검찰의 몫입니다. 그러나 이 성명서는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문구 하나 없이 일방적으로 시사매거진 보도진에게 밝히라는, 어이없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시매거진 보도진이 이 사건을 보도한 자체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이 사태의 해결을 원하신다면 당연히 검찰에 제 역할을 당부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그래서 우리는 PD연합회에서 공식적으로 검찰의 엄정하고 신속한 조사를 촉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의 엄정하고 신속한 조사를 통해 만연해있던 비리들이 밝혀지고 그에 합당한 조치들이 취해질 때에만 묵묵히 현업에서 종사하는 다수의 PD분들의 명예가 회복될 것이고, 아울러 국민들의 신뢰도 회복될 것입니다.



덧붙여 검찰의 수사도 취재원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비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모든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비참한 상황이 계속되지 않을 것입니다.



PD연합회의 자체 조사를
촉구합니다
.



PD연합회의 성명서는 시사매거진 2580의 보도가 전체 PD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다수의 PD분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해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그나마 우리들의 귀와 눈이 막히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한 우리는 비리와 부정을 저지르는 소수의 PD들 때문에 전체 PD분들의 명예가 훼손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시사매거진의 보도는 단지 그런 PD들의 존재를 확인해준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시사매거진의 보도가 전체 PD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사매거진의 보도야말로 언론인의 역할에 정당한 보도라고 판단합니다.



물론 이 보도를 통해, 전체 PD들에 대한 인상이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시사매거진 보도진이 감당해야할 몫이 아닙니다. 훼손된 명예가 회복되는 길은 PD사회 내에서 비리나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없어질 때, PD사회 내에서 스스로 자정작용이 일어나고, 국민들이 그것에 대한 신뢰를 가질 때 가능할 것입니다. 단언컨대, 명예는 모든
비리가 척결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회복됩니다.



시사매거진의 보도는 너무도 정당한 것이었으며, 우리는 오히려 더 심층적인 문제들이 연이어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성명서는 시사매거진 2580의 보도를 거꾸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소신을 가지고 신체적인 위험까지도 감수하면서 방송을 감행한 동료PD를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법적 책임'까지 운운하는 것은 PD연합회의 본래 목적을 의심하게 합니다. 더구나 이 성명서는 시민단체의 정당한 활동마저도 '명예훼손'이라며 위축시키려 하고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전체 PD들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키는 것은, 기자정신을 발휘한 방송에 대해 '유감', '경악' 운운하며 비판(과 모종의 압력)을 가한, PD연합회의 이번 성명서라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방송을 지향하며 현업 PD들의 친구라고 생각했던 PD연합회가 이런 성명서를 발표한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이미 PD연합회도 '연예인과 제작진 사이의 불미스러운 소문은 끓이지 않고 있어 왔다'면서 비리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진정 명예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비리와 부정이 없어지도록 하는데 PD연합회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PD연합회 자체적으로 비리와 연루된 PD들을 조사하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우리는 이번 사건이 누구 하나를 희생양으로 삼는것으로 끝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방송계를 가장 잘 아는 PD연합회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사매거진 보도에서 현업에 계시는 분들이 아주 어렵게 말씀을 해주셨던 것처럼 PD연합회의 용기있는 행동을 부탁드립니다.



진정 명예를 생각하고, 언론인으로서의 본분을 다 하고자 한다면, 시사매거진이 물꼬를 튼 이 중요한 싸움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실 것을 거듭 부탁드립니다. 내부의 자정작용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방송계와 연예계를 둘러싼 비리는 뿌리뽑히지 않을 것이며, 전체 PD분들의 명예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채 남아있을 것입니다.



PD 연합회는 제2의 연제협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작년 7-8월 무려 두 달 가까이 진행된 연제협 사태 때 네티즌들의 분노는 대단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예계 소식에 대한 불감증에 걸려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네티즌들은 게시판을 점령하며 엄청난 분노를 표현했습니다. 네티즌들이 왜 분노했는지 아십니까?



연제협이 뻔히 다 아는 '가수와 매니저의 노예적인 관계'에 대해 마치 전혀 없는 일인 듯, 시사매거진 보도진을 거짓말장이로 몰아붙이며 가수들까지 동원해서 국민을 향해 대규모의 거짓말을 자행했기 때문입니다. 출석을 체크하면서까지 세를 과시하는 연제협과 가수들과의 관계가 참으로 동등하게 보이던가요?



저희 역시 이번 사건이 '명백한 증거 없이 소문으로만 확대재생산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더구나 시사매거진 2580의 보도 때문에 대다수 양심적인 PD분들의 의욕을 꺾거나 혹은 그분들의 명예를 실추되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PD연합회의 성명서에 반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PD연합회 분들은 현업에 계신 분들이고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방송가의 저간의 사정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자칫 이 성명서가 작년 연제협의 경우와 같이 '뻔히 아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감추는' 효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우리는 PD연합회가 제2의 연제협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우리의 눈과 귀를 잃는 아주 슬픈 일입니다.



시사매거진 2580의 보도진에게 외압이 가해져서는 안됩니다.



저희는 혹시나 이번 성명서가 시사매거진 2580의 보도진을 위축시키거나 유무형의 압력이 가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지 걱정스럽습니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눈과 귀가 되어준 언론인을 우리의 힘으로 지키기 위해서 PD연합회와 싸울 수밖에 없음을 단호하게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우리는 많은 PD분들을 우리의 동료로, 친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여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 땅의 언론이 바로 서기를 염원하는 여러분들의 친구들을 적으로 돌리는 실수를 범하지 않으시기를 거듭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아울러, 소신을 가지고 국민의 눈과 귀가 되기를 기꺼워하지 않을 많은 PD분들에게는, 이 공개서한이 진정 여러분들의 소신을 존경스러워 하며 함께 지켜나가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의 '쓴소리 한마디'라고 넓은 마음으로 받아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소신을 지키는 언론인들에게 언제까지나 친구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대중음악판을 일신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덧붙여 우리는 이번 일이 그동안 만연해있었던 방송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진정 이 땅의 대중음악판이 제대로 서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은 돈으로 만들어진 가수들이 독점하고 실력있는 음악인들은 사장되며, 팬들은 기획사와 방송사에 이용만 당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언제까지나 계속 될 것입니다.



2002년 1월 30일 대중음악판 바꾸기 위원회 드림
http://www.daebaw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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