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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조용필이 이럴수 있어!"
골퍼에게는 묘한 징크스가 있다.
이상하게 그 골프장만 가면 볼이 맞지 않는다든가 누구와 볼만 치면 스코어가 말그대로
개판 5분전이 되는 일을 골퍼라면 한 번쯤씩은 경험했을 것이다.
필자 주변에도 묘하게 그런 악연의 질긴 끈을 잇고 사는 두분이 있다.
국민 가수 조용필선배와 항상 큰 형님으로 모시고 있는 MBC의 김명수 국장님이 그렇다.
두양반은 굳이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가요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분들이다.
오랫동안 MBC 간판 프로그램인 "토요일토요일은 즐거워"를 연출했던 김명수 국장님과
토토즐의 간판 출연자였던 조용필 선배는 그래서 가깝다.
특히 골프를 통해서 두 양반이 더 친해졌다.
여기에다 골프와 싸움, 흥정은 붙이랬다고 살살 불을 지르면 늘 격돌의 장이
마련되곤 했다.
주로 격돌하는 곳은 안양골프장이다.
안양골프장은 조용필선배의 안방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 탓일까 김명수 국장은 번번히 안양골프장에서 패배의 쓴 맛을 보아야 했다.
다른 골프장에서는 보통 80초반 치는 양반이 안양만 오면 90대 중반을 기록하니
정말 약이 오를 만도 하다.
" 야 종현아. 우리 용필이 다른 골프장으로 끌어내자 "
" 그러세요 "
그렇게 해서 골퍼들의 무덤이라고 하는 은화삼 골프장을 부킹했다.
11월 하순이어서 제법 쌀쌀했다.
여기에다 가수 박정운씨까지 가세해 확실하게 멤버를 짰다.
김명수 국장님이 친히 조용필선배 자택으로 모시러 가고 있다는 전화가 왔다.
그도 그럴 것이 모처럼 만의 설욕인데 모시러가는 것 쯤이야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필자는 만나기로한 경부 만남의 광장에 나가 조선배와 김국장님을 기다렸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김명수국장한테 전화가 왔다.
" 야 용필이 몸살감기로 못 온덴다. 우리끼리 가자 "
복수혈전은 수포로 돌아가고 친선게임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 야 오늘 용필이 형님 복받았네 명수형님 칼갈았는데... "
한바탕 웃고 은화삼에서 플레이가 시작되었다.
그날따라 필자는 스코어도 잘 나왔고 내기에서도 재미를 솔찮게 보고 있을 때였다.
별안간 핸드폰을 받은 김명수 국장의 얼굴이 이그러 졌다.
" 야 용필이가 이럴 수 있냐? "
" 왜요"
" 응 재갑이한테 전화 왔는데 지금 다른골프장에서 같이 플레이 하고 있데.. "
" 그럴리가요. 아프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재갑이 형이 어떻게 알아요? "
" 아냐. 예전에 나보고 용필이 안다고 그랬어 "
배신감, 허탈함이 교차했다.
김명수 국장님은 이럴 수 있느냐며 억울해 하다 OB까지 냈다.
보기가 안타까워 다시 재갑이 형한테 전화를 했다.
이재갑 소장은 미국 유타주정부 소장이다.
" 형 지금 용필이 형이랑 있어? "
" 응 "
" 와 그럴 수 있는 거야. 오늘 우리하고 골프약속 했는데 어떻게 된거야? "
" 잠깐만 물어보고. 야 그런적 없데 "
" 바꿔줘봐 "
" 형 어찌된겁니까 오늘 은화삼서 약속했잖아요 "
" 내가 언제? "
정말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다.
한참을 떠들고 보니 통화자가 좀 이상했다.
" 용필이 형 아니예요? "
" 맞아 "
이럴수가 문제의 용필이 형은 조용필선배가 아니라 또다른 우리가 알고 있는
우진여행사의 전영필 형님이었다.
김명수 국장과 필자는 18홀이 끝날 때까지 웃다가 90자 스코어를 내고 말았다.
김명수 국장이 라커로 들어가면서 한마딜 툭 던 졌다.
" 조용필 이럴 수 있는 거야. 아니 전영필! "
husky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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