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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 容弼이 쓰는 [ 청춘 역마차 5 ]
타인의 수많은 억측과 오해 속의 결혼
' 나는 이제 어엿한 가장이다 '
나는 변명을 싫어 해왔다 .
과오자체도 충분히 나쁜데 변명은
그 과오를 합리화하거 미화시키려는데
곧잘 동원되기 때문이다 .
그러나 오해에 대한 해명은 몇말씀 드려두는게 좋겠다 .
돌이켜 보면 35년을 살아오는 동안에 나도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
뿐만아니라 인기직업에 종사한 이래 10년은 부지불식간에 많은 사람들은 실망시키고
기대를 배반했다 .
그러나 나는 잘못 그 자체보다 그것을 합리화 시키거나 미화시키려는 책동은
더 나쁜 악덕으로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에 침묵을 지켰을지언정
나의 잘못에 대한 변명 따위는 널어놓지 않아왔다 .
나는 결혼식을 올렸다 .
'도둑장가'란 지탄에 대해 화를 낼수도 없을만큼
기습적인 시간에 은밀한 장소에서 예식을 치렀다 .
이 사실에 대해서만은 나는 앞날을 위해서라도 약간의 설명을 달아두고 싶다 .
왜 그런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는가 ?
향간에는 내가 사생활이 복잡했기 때문에 남의 눈을 피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는 모양이다 .
그러나 내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 기억할 수 있듯이 지금은 어느 모로나
합법적인 나의 아내가 된 박지숙과의 약혼은 4년전이다 .
우리사이에 약혼식이 있었느냐
어쨌느냐를 화제로 삼는 호사가들도 있다지만
신문잡지에 그토록 떠들썩하게 공표된 이상의 속박력을 갖는 혼인약속이
세상 어디에 그리 흔할까 ?
그런 마당에 내가 또 누구에게 2중 3중의 혼인약속을 남발할 수 있었겠으며 ,
그런 불본 듯 뻔한 정혼자가있는 마당에 나의 약속을 믿어줄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
물론 인기인의 결혼식이니까 초대받은 축하객 외에 각계각층의 팬들이
구경거리 삼아 모여들어 경우에 따라서는 일대 혼잡을 빚을 수도 있었던 것이
나의 결혼식이음에는 틀림없다 .
그러나 그 외에 나의 사생활문제로 빚어질 창피스러운 나장판이 우려돼서
비공개 결혼을 했으리란 추리는 사실상 황당무게한 모략일 뿐이다 .
내가 오랫동안 결혼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우왕자왕해온 것이
오늘날 나를 매우 난감한 처지에 몰리게한 원인임에는 틀림없다 .
우왕자왕한 이유를 아내 지숙에 대한 애정이 식었기 때문이란 제3자들은
진단도 곧잘 등장했지만 그 또한 사실과 다르다 .
한 남자로서 가정을 관리하는데 자신이 도무지 없는 경우 -
그래서 가정을 가진다는일이 부담스럽고 두려운 경우를 상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내가 주저했던 것은 하늘에 맹세컨대 박지숙의 남편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
나는 매우 일거리가 많은 연예인의 한사람으로서 마치 유목민(遊牧民) 이기나
한것처럼 무대 사정을 따라 동가숙서가식 (東家宿西家食)을 해왔다 .
나의 직업적 특성을 이해 못할 분들도 있고
' 그렇게 무절제한 생활을 할 수가 있느냐 ? ' 고
힐난을 하더라도 나는 달게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
부산, 대구, 광주, 서울뿐 아니라 몇 달씩 해외공연도 잦고 보면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기준으로는 '비정상'의 판정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까지의 내 처지였다 .
그러한 내가 만약 가정을 가지기를 열망했다면
그 편이 오히려 큰 문제였으리라 .
그렇다고 기왕에 하는 결혼식을 그처럼 변칙적으로 해야했는가 ?
물론 나도 보다 정중하고 조금은 화려하게 식을 치르고 싶었고 ,
그 문제에 대한 내아내 지숙의 열망은 더 컸으리란 점에 추호도 이의가 없다 .
공교롭게도 아시다시피 나는 각종 보도매체의 치열한 경쟁에 휘말렸고
모든 매체를 공평하게 만족시킬만한 택일(擇一)을 하는데
이미 2-3차례에 걸쳐 뼈아픈 실패를 거듭한 처지였다 .
자세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
그래서 2월 29일 한밤중에 문득 결혼식을 결심했고 ,
3월 1일 돌연 한사람의 가장으로 전신을 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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