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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승훈 "아직 신인…평생 할거니까"
"이번 아홉번째 앨범은 팬레터에 대한 답장"
“1989년이었죠. 가리봉동 맥줏집에서 통기타를 들고 이문세와 해바라기 노래를 불렀어요.
그렇지만 서울 온 지 1년 만에 다시 고향 대전에 내려가야 했어요.
장염에 걸렸는데, 라면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랬대요.”
15년 전 이야기를 꺼내며 신승훈은 쾌활하게 웃었다.
당시 그는 말 그대로 와신상담(臥薪嘗膽),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작곡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90년 이 노래를 발표하면서 한국 발라드의 한 장(章)을 넘겨
‘척’ 소리 나게 갈라 붙였다.
그의 나이 스물네 살이었다.
그리고 지금껏 음반을 1400만장이나 팔아치웠다.
그가 아홉 번째 음반 ‘나인스 리플라이(9th Reply)’를 내놓았다.
2년 만의 정규앨범이다.
그는 “내 음반은 팬레터에 대한 답장이며,
그런 의미에서 ‘아홉 번째 답장’이란 뜻”이라고 했다.
14일엔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대형 콘서트도 연다.
“공연 위주로 음악을 만들었어요.
이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예요.
이제 더 이상 TV 위주의 음악 생산과 소비는 안 된다는 거죠.
TV 보는 불특정다수보다는 내 공연장에 찾아오는, 의리있는 ‘14년 팬’들이 소중하니까요.”
그의 새 음반 타이틀곡은 4분49초짜리 발라드 ‘그런 날이 오겠죠’다.
‘방송용’으로 아예 3분45초에 맞춰 작곡하는 가수들이 태반인데,
그는 “어떻게 내 자식 같은 노래를 윗도리만 입혀 세상에 내보내겠느냐”며 열을 올렸다.
누구를 성토(聲討)하기에 신승훈의 눈매는 너무 선하다.
그는 TV와 길거리 캐스팅과 립싱크, 가짜 R&B(그는 이것을 ‘변종’이라는 뜻으로
‘사스 R&B’라고 불렀다)를 이야기하며 말에 가속페달을 밟았다.
그러나 눈은 여전히 순하게 웃고 있었다.
“이번에도 제가 15곡을 다 썼는데, ‘욕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몇몇 작곡가에게 다섯 곡을 맡겼어요.
그러느라고 좀 늦어졌죠.”
그는 “쉬는 동안 관객들 함성 소리를 듣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무명 작곡가 세 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곡을 부탁했다.
“나, 신승훈인데…”라고 말하니,
저쪽에서 “오, 그래? 난 조용필이야”라고 믿지 않았다.
‘도로시 뮤직’이란 자신의 레이블을 갖고 있는 신승훈은 이렇게 신인들을 직접 챙기며
자기 음악세계에 철근과 시멘트를 보강해왔다.
그는 “힙합도 쓰고 록도 작곡한다”면서 “신인 가수를 한 명 프로듀싱하려 하는데,
아마도 록을 하는 여자 가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새 음반에서는 국악과 뮤지컬쪽으로 월장(越墻)하는 신승훈의 행보를 느낄 수 있다.
프롤로그에서 국악을 차용한 애니메이션 음악을 선보인 그는 두 번째 곡
‘애심가(哀心歌)’에서 삼 박자 발라드에 본격 국악 리듬을 따왔다.
마지막곡 ‘애이불비(哀而不悲)Ⅱ’에서는 사물놀이와 플라멩코 기타를 만나게 했다.
그런가 하면 뮤지컬 가수 김선경과 함께 부른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은
당장 무대에 올려도 좋을 뮤지컬 사운드 트랙감이다.
건반과 현은 그의 오선지 안에서 세포분열을 거쳐, 시쳇말로 ‘럭셔리(Luxury)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그런 날이 오겠죠’를 들으시면 ‘이게 왜 타이틀곡이야?’ 하실 지도 몰라요.
예전엔 대표곡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요즘엔 먼저 선보인다는 것 말고 별 의미를 안 둬요.
그래서 한 다섯 번은 들어야 제 노래의 맛을 느끼실거예요.”
그는 공연 연출에 많은 열의를 보였다.
“일본에 매년 두 번쯤 가서 공연을 봅니다.
마치 딴 세상에 온 것처럼 볼거리가 많죠.
이제 그런 공연들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밋밋한 조명에 노래만 하고 있어서는 안 돼요.”
그는 인터뷰를 하며 “데뷔한 지 14년”이란 말을 여러 번 했다.
‘그 세월이 부담스럽느냐’고 물었다.
“아뇨. 조용필 35주년 공연을 보면서 혼자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14년, 아직 신인이야. 평생 할거니까.”
(한현우기자 hwha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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