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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콘서트 후기 [펌]

ypc스타, 2004-10-26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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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추천 수
6





작년 부터인가 남편이

조용필 노래가 참 듣기 좋아진다고 하였다

그 중에도 "그 겨울의 찻집 " 이 아주 맘에 들어서 가사를 적어 다니는가 하면

전화가 걸려오면 핸드폰에서 그 음악이 나오게 설정도 해 놓았다

아이들이 어버이 날 선물로 뭐가 좋을까 물어 보기에

아빠께는 조용필 음반을 사다 드리라 하였다

남편이 무척 좋아하였다

남편의 출 퇴근 거리는 40분정도 되는데

전에는 신승훈 전유나 등의 발라드를 좋아하더니

설운도의 "누이" 를 한참이나 애청 애창 하다가

언젠가 부터는 조용필이 최고란다

8월에 내가 가입해 있는 공연티켓 예매사에서

인천에 문학경기장에서 조용필이 9월에 콘서트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남편에게 이 공연을 꼭 보여주고 싶은데...

남편은 그런데 가는것을 무지 싫어한다

서울이나 다른 지방에서 하면 더욱 안 갈거고

이번이 참 좋은 기회같은데...

가격도 만만치 않고...

그래도 큰 맘먹고 저질러 버렸다

티켓 두장을 사 놓고

언제 말할까 기회만 엿보고 있다가

공연 열흘 전 쯤에 내딴에는 분위기 잘 보아서 한다고

저녁상을 물리고 맥주까지 사다놓고 은행도 볶아놓고 이쁘게 한잔 따르고

" 인환이 아빠 몇일 있다 문학경기장에서 조용필이 콘서트 한다데 "

남편이

" 그래? 요즘 경기도 어려운데 사람이 많이 올까?

" 아니야 표가 다 매진 됐다는데요..."

" 그래? 아줌마들이 조용필 온다니까 남편들 몰래 많이 샀겠구만..."

...뜨끔...

" 그런데 자기가 조용필 무지 좋아 하니까 우리도 가볼까? "

남편이 나를 심상치 않게 쳐다보더니

" 뭐야? 에구 이 마누라 또 사고친거 아냐 빨리 이실직고 하지못해? "

" 자기가 좋아할거 같아서 선물로 산거다 뭐 "

" 너는 요즘 경기가 얼마나 안 좋은지 알기나 해? 어쩌고 저쩌고..."

" 정 싫으면 물리면 되지뭐 다 매진돼서 몇만원 더 받고 팔 수도 있겠다
( 그럴생각 추호도 없으면서...)

나는 자기 생각해서 큰 맘 먹고 산 건데 ..."

남편에게 경제교육 많이 받고 다시는 안그런다고 약속하고

그날은 약간 삐진채로 잠이 들었다

그런데

2~3일 지나면서 남편은

은근히 콘서트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날 날이 좋아야 할텐데...

애들은 어떡하지...

그런 사소한 염려들을 하면서 날이 가고...

기다리던 그날이 왔다

우리집에서 문학 경기장 까지는 차로 8분...

저녁을 일찍 먹고 아이들 간식도 단단히 챙겨놓고

공연 한시간 전에 출발 하였다

차가 너무 밀려서 10분전에야 공연장에 도착했고

갑자기 관객이 밀려서 자리 정리가 안되어 20분 지나서야 공연이 시작 되었다

관객은 부부동반이 많았는데 대부분 4~50대

그리고 아줌마들만 단체로 온것 같은 팀도 많았다



조용필은 한 사람의 가수가 아니라

조용필이라는 기업이 움직이는거 같았다

돋보이는 영상과 주변 설치물들

조용필이기에 가능한 조용필 다운 손님초대...

그 시원한 목소리

두시간 내내 지칠줄 모르고 혼신을 다하는 성의...

거기에 관객들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형광막대를 흔들며 화답하고

아낌없이 박수쳐 주었다

가기전에 프로필을 보니 처음 데뷔했을때는

어느 클럽에서 고용된지 하루만에 노래 못한다고 해고 되기도 했었다 한다

남편은 한참이나 점잖은 자세를 고수하더니

옆에서 기절할 듯 열광하는 아주머니들을 보고 허허 웃기도 하다가

춤추며 즐거워하는 자기 또래의 아저씨들을 보고

같이 노래를 따라 하더니 점점 몸을 움직이고...

자신도 동화되어갔다

우리 앉은 윗자리 여자분은 숨 넘어 갈듯이 계속 괴성을 질러대는데

참 연구대상 이었다

얼마나 좋아야 저리할까?...

고통을 참아내는 신음소리 같기도 하고 괴로움을 토하며 울부짖는거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본인은 어떤 쾌감을 느끼는 것일까

나는 속으로 (분석하는 내가 나쁘지 적어도 저 사람은 나보다 훨씬 정직하겠다) 생각...

사실 그렇다

다 미친사람들 같은데 어찌 혼자 멀쩡한 척 하리요

이럴때는 미쳐야 한다 여기서 안 미치고 어디가 미치리...

공연장을 가득메운 수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이 느낌

공모자 같은 느낌...

2002년 월드컵때 문학 야구장에서

모르는 사람과도 얼싸안고 기뻐하던 그 느낌 비슷하다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노래 선율에 맟춰

환상의 불꽃놀이를 끝으로 조용필과 작별했다

조용필은 우리가 아껴야 할 문화 유산...

위대한 탄생이다

공연이 끝나기 무섭게 현실로 돌아 온 남편은 집에 빨리가자고 성화다

돌아 오는 차 안에서...

" 재밌었어요? "

" 응 덕분에 잘 봤어 "

" 나는 사실 말이지 아직 조용필과는 아닌데

순전히 자기 때문에 본거야(남편은 나랑 한살차이다) "

" 그런 사람이 엉덩이 붙일새도 없이 그 난리야? "

" 그건 내가 노래를 다 아니까 그런거고 나는 아직 김건모과다 뭐 "

" 니 또 말 않고 공연표 사놓으면 문경으로 A/S 보낸다 "

" 다신 안그러께... "

다신 안그러께...는 내가 남발하는 공수표다

다음에 또 그럴지라도 일단 물러서야 할 때

또 남편이 화가 많이 났을때 그것이 오해로 인한 것이라도

다신 안그러께... 하면 서로 마음을 가라 앉히게 된다

다음에 기회봐서 맹렬히 따진다

두어번 기억에 남게 싸운적말고는 항상 고맙다

사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이나 남편에게 선물을 받기만 했지

내가 해 준건 기념일에 안사도 꼭 사야 할 물건 선물한 것 뿐...

남편은 결혼 하던 해 부터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 할 때 까지

매년 두번 (봄 가을) 10박 11일씩 친정에 휴가 보내주었다

부모님 농사 지으시는데 밥이라도 해 드리라고...

매 끼니 밥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 불편 했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오늘 뭔가를 무지 잘 한것 같다



출처 = http://cafe.daum.net/sanbuk25


1 댓글

jinddong

2004-10-26 22:44:15

조용필!!
조용필!!!
조용필!!!!! 캭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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