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뮤지션들이 다양한 테마로 자신이 사랑한 음반, 오늘의 그들을
있게 한 음반을 소개합니다. 뮤지션들의 근황도 엿보실 수 있습니다.  

조용필, 가왕(歌王)이 인정한 앨범들조용필에게 물었다. '음악하면서 참조한 음악이나 뮤지션이 있냐'고. 그는 "없다"고 했다. 다시 물었다. '그러면 부러워하거나 시기할 만한 음반이 있냐'고. 한 5분쯤 생각하더니, 몇 장을 조심스럽게 꼽았다. 신중한 선택 앞에서 그는 '그 앨범이 최고'라는 식이 아니라, '그 정도면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는 정도로만 평가했다. 올해로 데뷔 40주년, 본격적으로 공연 무대에 나선지 15년째를 맞는 조용필은 두말할 나위없이 누구나 인정하는 국내 최고 가수다. 그건 각종 기록을 통해서도 여실히 증명된다. 우선 미국 카네기홀 공연 (1980년), '창밖의 여자' 앨범 100만장 판매 (1990년), 해운대 콘서트 (단독 공연) 10만명 동원 (1993년), 음반 판매 1000만장 돌파(1994년) 등에서 국내 최초 가수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음반과 공연에서 늘 '한 발 앞선' 시도와 실험으로 대중을 긴장시키고 설레게 하는 그는 지금도 '음악에 미쳐'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킬리만자로의 고독한 표범이다.

"음악에 '미쳤다'는 것 보다는 '집중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해요. 곡을 만들거나 내 무대를 연구한다든가 하는 것들은 분명 남달라야한다는 생각이 있거든요. 내 무대를 만들기위해서는 많은 생각과 아이디어를 떠올려야하는데, 남의 음악과 공연을 보는 이유도 다 '내 자신의 무대'를 독창적으로 만들기위해서예요. 남의 무대에서 좋은 점이 있다면 수용하자는 주의죠."

그래서 그는 음악을 항상 곁에 두고 산다. 음악이 옆에 없으면 불안해 할 정도다. 그 징표로 차 안의 라디오에선 어김없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노래를 듣기위해 AFKN 주파수가 맞춰져 있고, 서초구 방배동 그의 집 거실 중앙엔 미국산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전자기타와 피아노가 나란히 앉아 주인을 반기고 있다.

남의 것을 받아들이되, 베끼지 않고 독창적인 선율로 뽑아낼 줄 아는 그도 가장 탐닉했던 음반으로 비틀스를 빼놓지 않았다. 조용필은 "당시엔 누구나 그들의 음반을 듣고 있던 시기였으니까, 듣기 싫어도 들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 중에 'I Wanna Hold Your Hand'는 아이들을 감동시킬 만한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노래"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시기할 만한 음반으로 보편성 있는 비틀스 보다 다른 앨범들을 먼저 입에 올렸다. 모두 밴드 중심의 음악들이고, 그에게 감동 한 자락씩 안겨준 경험이 있는 수작들이다.

                                                                                                         글 / 김고금평 (문화일보 기자), 사진 / 정태호 (ATLASPRESS)


조용필이 인정한 첫 번째 앨범 : 롤링 스톤스의 [Shine A Light] 라이브를 중시하는 거장 답게 그는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의 록 다큐멘터리 'Shine a Light'(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OST를 꼽았다. 이 음반은 지난 2006년 10월29일과 11월1일 뉴욕의 비콘 극장에서 열린 롤링스톤스의 공연실황을 담고 있다. '(I Can't Get No) Satisfaction' 'Paint It Black' 등 라이브 명곡 22곡이 담겨있는데, 조용필은 이 중에 'Jumping Jack Flash'를 단연 최고의 곡으로 지목했다. 보컬과 기타 등 음의 주인공들이 쉬지않고 꿈틀거리는 라이브의 미학이 잘 담겨져있는 곡이다. "국내에선 비틀스와 엘비스때문에 상대적으로 평가받지 못한 그룹이 롤링스톤스예요. 하지만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은 라이브와 흥행수익을 거두는 뮤지션 1위가 롤링스톤스잖아요. 쉬운 멜로디에 무대 매너, 흡입력, 연출 등 모든 면에서 부러움이 가득한 라이브 앨범이에요."
앨범보기   Jumping Jack Flash        'Jumping Jack Flash'는 2008년 5월 21일 24:00 까지 무료 듣기로 제공 됩니다.
조용필이 인정한 두 번째 앨범 : 마빈 게이의 [What's Going On] 록을 음악의 기조로 깔고 있는 그에게 마빈 게이(Marvin Gaye)의 수작 'What's Going On'은 좀 의외였다. 솔(Soul)과 R&B를 대표하는 가수의 노래를 선뜻 택한 것은 오로지 장르가 아닌 음악의 내용물 때문이다.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그 노래를 들으면 그냥 황홀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아요." 이 음반은 위기에 처한 남자가 평화와 사랑을 갈구하는 가사로 이뤄졌는데, 가사의 내용을 몰라도 쉽게 그런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의미의 전달력'이 강한 작품이다. 특히 바이브레이션 등 기교위주의 보컬을 지양하고, 가슴으로 부르는 '날 선 창법'이 뛰어난 마빈 게이의 음색은 조용필의 그것과 비슷한 점이 많다. "밝고 경쾌한 리듬을 많이 쓰면서도, 음색 하나만으로 따뜻함을 구현한다는 점은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과도 일맥상통한 점이 있어요."
앨범보기   What's Going On        'What's Going On'은 2008년 5월 21일 24:00 까지 무료 듣기로 제공 됩니다.
조용필이 인정한 세 번째 앨범 : 스틱스의 [Paradise Theater] 8비트의 전형적인 록 문법을 가지고 있는 스틱스(Styx)의 음악들은 조용필의 록 문법과도 유사성을 지닌다. 특히 도입에서 피아노 부분을 중시한다든가, 밴드 구성원들 모두 연주의 배분에 있어 고르게 균형성을 지키는 것들에서 매력을 느꼈을 법하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앨범 [Paradise Theater]의 수록곡 'The Best of Times'다. 세계적인 평판을 얻은 스타 그룹은 아니지만, 음악의 3요소인 리듬, 멜로디, 화성을 적절하면서도 안정감있게 표현하는 그룹으로서, 그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 온 밴드이기도 하다. "대놓고 이 앨범을 최고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 내 머릿속에 늘 떠올리는 그룹 중 하나예요. 초기 곡들에 비해 3, 4분으로 길이도 적당하고, 사운드 등 여러 부분에서도 거슬리는 게 적은 앨범이죠."
앨범보기   Best Of Times        'Best Of Times'는 2008년 5월 21일 24:00 까지 무료 듣기로 제공 됩니다.
조용필이 인정한 네 번째 앨범 :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The Wall]은 뮤지션의 영원한 로망. 그 역시 'Another Brick in The Wall'을 직접 무대에서 선보일 정도로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제가 68년 데뷔할 때, 기타리스트로 출발했잖아요.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들은 모든 게 인상적이지만, 특히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길모어의 소리는 기가 막힐 정도예요. 핑크 플로이드는 특히 앨범과 라이브가 동떨어지지 않고,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언제나 이어져있어요. 그 무대를 보세요. 얼마나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옵니까. 그런 획기적인 무대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The Wall]은 앨범 전체가 유기적으로 엮인 콘셉트 앨범으로, 마치 한편의 소설을 읽듯 기승전결이 또렷하다.
앨범보기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는 2008년 5월 21일 24:00 까지 무료 듣기로 제공 됩니다.
조용필이 인정한 다섯 번째 앨범 : 호세 펠리치아노의 [Light My Fire] 슬픔이나 아픔을 겪은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아마 그런 경험에서 나온 음악이 진실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조용필 그 자신이 그렇다고 얘기한 적은 없으나,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이나 노력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시각장애인 호세 펠리치아노(Jose Feliciano)의 첫 앨범 [The Voice & Guitar of Jose Feliciano]는 조용필에게 음악의 교과서 같은 역할을 했던 작품이다. 'Manha de Carnival'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Flight of the Bumblebee' 같은 수록곡들은 팝과 재즈, 나아가 라틴 음악을 깊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것. 특히 4개의 코드만으로 훌륭한 작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는 이 음반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미 만들어놓은 듯한 완벽한 코드 워크와 진행 방식이 작곡을 하는데 큰 도움을 줬죠. 공부가 많이 됐던 음반이에요."
앨범보기   Rain (Listen To The Falling Rain)        'Rain (Listen To The Falling Rain)'은 2008년 5월 21일 24:00 까지 무료 듣기로 제공 됩니다.
가왕(歌王) 조용필, 내 음악의 종착역은 '무대'오는 24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시작으로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여는 조용필은, 음악의 종착역을 '무대'로 보고있다. 이번 공연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최고의 음향과 영상 시스템을 준비하는 이유도 무대를 향한 그의 열정 때문이다. 무대는 이제 그의 평범한 삶이자, 모든 것이 돼 버렸다. 그래서 그는 5개 앨범을 늘어놓으면서도 라이브가 되지 않는 뮤지션의 앨범은 이름조차 거론하지 않았다. 그건 오늘의 조용필을 있게 한 힘이기도 하다. "처음 노래방이라는 곳을 갔는데, 죽어도 마이크를 못잡겠더라고요. 왠지 어색하고 창피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가수라면 어디서든 노래할 수 있는 배짱이 있어야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렇게 마음을 열고나니 두려울게 없었죠." 조용필은 가끔 공연장에서 마이크와 반주없이 목소리만으로 노래 몇 곡을 부를 때가 있는데, 그 생(生) 소리를 듣고나면 닭살이 암 조직처럼 전신에 퍼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그가 무대에 서 있는 건 그의 권리가 아니라, 의무다.


조용필이 인정한, 가왕(歌王)의 추천 앨범들 Shine A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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