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이 되면 생각나는 분이 있습니다. 연둣빛 향기 사태를 이루던 어느 5월에 그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를 만난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기절초풍할 일입니다. 그런 분이 그것도 우리 회사로 직접 전화를 걸어 “조용필(사진)인데 이종현 좀 바꿔 달라”고 했으니 사무실은 하루 종일 “정말 그분이 맞냐”고 반신반의하며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습니다. 안양골프장으로 함께 라운드를 가자는 전화였습니다.

조용필 선배는 3번 아이언으로 200야드를 날릴 만큼 플레이가 정교합니다. 드라이버 거리는 좀 덜 나가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워낙 아이언의 달인이고, 숏게임이 강해 70대 스코어를 내는 데는 별 문제가 되질 않습니다. 무대에서 보는 ‘가왕’ 조용필도 멋지지만 자연에서 함께하는 자연인 조용필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평생 함께할 진정한 친구를 사귀라”는 말 아직도 기억합니다. “골프만큼 진실하며 양심적인 운동은 없다”고 한 말씀도 가슴 한편에 담아 두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세계적인 선수가 나와야 한다며 프로골퍼 K 선수에게 마음 써 주는 따듯함도 오래 두고 간직하려고 합니다. 그에겐 노래가 삶이자 철학이며 인생의 전부라는 것을 압니다. 리허설 때도 실제 공연처럼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진정한 예술인이란 어떤 것인지도 알게 됐습니다.

선배님 바쁘시더라도 모든 일상 내려놓으시고 저랑 언제 골프 한번 어떠세요?

그림 = 김영화 화백, 글 = 이종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