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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조용필씨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여유롭게 감상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다른 친구들도 나만큼 좋아해줘야 할텐데 하는 조급함
연말 가수왕을 꼭 차지해야 하는데라는
일종의 강박관념(?)
이런 것들이 마음놓고 여유롭게
그의 음악을 충분히 즐길 여유를 주지 못했던 것 같다
내게도 무서울 것 없었던 20대가 있었다
민주화 투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왜 내가 좋아하는 조용필은
김민기류의 저항가수가 아닌가라는
심각한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다
프로야구 개막식에서의 애국가 실수와 같은
해프닝에도 주위의 반응을
예민하게 기웃거리던
그런 시절도 있었다
왜 내 주위의 친한 친구들이
조용필을 나만큼 좋아하지 않을까하고
광분한 적도 있었다
어느덧 나도 30대 중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어느때부터인가 그의 음악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인기라는, 세월앞에서는 너무도 힘없는
굴레를 벗어던진
그의 음악과 20여년을 함께한 나의 조용필 매니아 관록이
합쳐져 이제는
주위에서 아무도 모르는 노래를 노래방에서
힘껏 열창하는
혹은 거리에서 흥얼거리는
편안함을 갖게 되었다
친구들은 이제는 " 아직도 조용필 좋아하냐?"
" 이제 바뀔 때도 되지 않았냐?" 라는
싸가지 없는(?) 소리도 하지 않는다
내가 지치거나 침울해서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자기네가
먼저 조용필의 노래를 신청해서 지들끼리 부르면서 기분내고
그런다
왜 내가 그를 좋아하는지의 이유를 묻는
사람도 없다
20여년을 함께한 편안함이다
조용필은 이제 매니아를 위한 가수이다
10,20대의 나보다는 어린 친구들도 지금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꾸준히
좋아해보기를
세월이 흐를수록 즐거움이 늘어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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