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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명곡은 시간을 넘나든다

찍사, 2001-08-03 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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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에서.......


[포커스] 명곡은 시간을 넘나든다



-작곡가·PD·평론가가 말하는‘최고의대중가요명반·명곡 20-


대중음악 팬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갖게 되는 게 과연 어떤 앨범이 명반이며 어떤 노래가 명곡이냐이다.
음악에 대한 감성이 제각각이 고, 사람들 모두 나름의 잣대로 음악을 판단하기 때문에 결과는 천차 만별일 수 있다.
일반 팬을 대상으로 하는 게 다르고,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또 다르다.

최근 MBC 라디오 〈이주노의 뮤직토크〉(프로듀서 남태정)는 이와 관련해 의미 있는 설문조사를 벌였다.
명반과 명곡을 물어보는 대상 을 작사자와 작곡가, 라디오 프로듀서, 평론가 등 전문가들로 삼았다.
작사·작곡가 45명을 비롯해 설문에 응한 사람은 75명이며 ‘가장 높이 평가하는 5장의 가요앨범과 노래’를 물어 명반 20장과 명곡 20곡을 선정했다.

사실 그동안 음악 전문 종사자들이 꼽는 가요음반과 곡을 내용으로 하는 조사는 없었다.
실제로 곡을 만들고 노랫말을 쓰는 전문가들은 아무래도 대중의 감성과는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예상은 이번 조사에서 조금도 빗나가지 않았다.
일반인을 대상 으로 실시하는 앙케이트에서 결코 빠지지 않던 대중음악의 거인인 이미자와 패티김, 나훈아, 김민기, 송창식, 산울림, 김수철, 신해철 등 이 순위에 끼지 못했다. 트로트는 단 한 명의 가수와 곡이 없었다(표 참조).

▲음악 생산자, 주류보다 비주류 음악 중시

아무래도 젊음이 주체가 되는 대중음악의 특성상 작곡·작사자가 젊 은 관계로 475세대 이상의 스타는 손해를 본 셈이다. 때문에 1980년 대와 1990년대 가수와 음악이 주종을 이룬 이 조사 결과에 1960~70 년대 음악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기성세대는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적잖다. 특히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1980년대의 비주 류 음악가들이 상당수를 점했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이는 음악 생산 자들의 경우 스타시스템의 주류보다 상대적으로 음악을 자유롭게 표 현하는 ‘비주류음악’을 중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순위에 상관없이 뽑은 조사이긴 했지만 고(故) 유재하가 남긴 유일 한 앨범과 노래가 명반 명곡 모두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다른 무 엇보다 그 생생한 증거다. 유재하가 조용필이나 서태지를 꺾었다는 점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다. 한양대 음대 재학 중 ‘조용필과 위대 한 탄생’에서 건반을 쳤던 그는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등 모든 악 기를 연주했고 그 감각으로 새로운 편곡 패턴을 제시한 인물이다. 한마디로 그때까지의 주먹구구식 음악 만들기에서 탈피해 전문화의 길을 연 것이다. 곡 고르기가 까다로운 조용필도 그가 작곡한 곡 〈사랑하기 때문에〉를 불렀다.

유재하는 바로 이 곡을 타이틀로 한 앨범을 내놓은 1987년 교통사고 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탁월한 재능을 기리기 위해 1989년 부터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열렸고, 유희열, 조규찬, 심현보 등 무수한 뮤지션들이 이 대회를 통해 발굴됐다. 신중현이나 조동진 외 에는 들을 수 없던 ‘유재하 사단’이란 말까지 생겼다.

조정선 PD는 “그가 다양하고 어려운 화성을 대중음악에 소화해냈 다”고 선정 이유를 들었고, 오석준 PD는 “이 한 장의 앨범이 1980 년대 가요계의 흐름을 바꿨다”고 썼다. 심지어 작곡가 방시혁은 “한국 음악은 유재하 이전과 유재하 이후로 나뉜다”고 강조했다.

열렬한 가요팬이 아니라면 대부분 ‘어떤 날’이란 이름은 생소할 것이다. 1980년대 중후반 당시로 볼 때는 매우 섬세하고 세련된 감 성으로 한 편의 동화 같은 음악을 들려준 조동익과 이병우의 듀엣은 유명하지 않으면서도 명반 명곡에 모두 똬리를 틀었다. 이들은 훗날 발라드의 패턴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예고했다. 작곡가 심현보 는 “그 서정성이란… 지금 들어도 휴식 같은 앨범!”이라고 평했다.

▲유재하 유작이 명반·명곡 모두 1위

마찬가지로 그 시기를 전후한 비주류 가수들인 고 김현식, 들국화, 시인과 촌장, 김현철, 봄여름가을겨울도 많은 표를 얻었다.

유작 〈내 사랑 내 곁에〉와 함께 고인이 돼서도 시대를 풍미했던 김현식은 활동 당시 폭발적 열정을 담은 노래를 내리 히트시키면서 어떤 TV 인기가수보다도 더 많은 여성팬으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그의 터전은 공연무대였으며 ‘언더그라운드의 발라드’는 그로부터 형체가 각인됐다. 이번에 선정된 앨범은 〈비처럼 음악처럼〉이 수 록된 3집.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로 활동하다가 1988년 김종 진·전태관의 듀엣으로 거듭난 봄여름가을겨울은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가 있는 첫 앨범이 뽑혔다.

‘한국 언더그라운드의 완성’이라 할 그룹 들국화는 다양한 실험이 총집결된 1집이 유재하 못지 않은 몰표를 얻었고 거기 수록된 곡 〈그것만이 내 세상〉도 명곡에 선정됐다. 밴드에 의한 록음악을 듣 기 어려웠던 그 시절에 전인권의 시원한 샤우트와 최성원의 농익은 작곡·작사는 ‘80년대 록의 이정표’라는 이들의 위치를 요지부동 의 것으로 만들었다.

프로듀서로, 가수로 정상에 섰던 김현철의 1989년 데뷔작을 유희열은 ‘천재소년의 등장’이라고 썼다. 김현철은 〈춘천가는 기차〉 등을 통해 재즈의 감성을 가요에 접목한 주인공이다. 유희열의 그룹 토이 도 현악 편곡이 돋보이는 3집으로 명반 대열에 올랐다. 조성모가 불 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가시나무〉로 재조명된 시인과 촌장(하 덕규·함춘호)은 〈푸른 돛〉이 실린 첫 앨범이 부름을 받았다. 그만 큼 현재 활동하는 작사·작곡가들은 자유롭고 섬세하며 탈상업적인 1980년대 중후반 시절의 노래를 듣고 음악 작업의 꿈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서슬 퍼런 군사독재 시대에 ‘예술성의 연마’로 맞 선 당시 음악가들의 혼과 고뇌도 읽힌다. 비록 평가받는 데 시간이 걸릴지라도 아티스트가 고달픈 시대적 개인적 환경에 처했을 때 좋 은 음반은 탄생한다.

슈퍼스타 조용필과 서태지의 위력은 여전하다. 조용필은 1집부터 13 집까지 6집, 11집, 12집을 제외하곤 전앨범이 고루 표를 얻었다. 그는 〈꿈〉이 수록된 13집만이 선정됐지만 만약 표가 분산되지 않았더라 면 더 많은 앨범이 걸작 명단에 올랐을 것이다. 〈Cliche〉 앨범으로 이번 조사에서 얼굴을 든 윤상은 조용필 앨범을 가리켜 “시대적으 로 늘 앞서간 사운드”라고 평했다.

말할 필요도 없는 ‘1990년대의 영웅’ 서태지와 아이들은 뮤지션 중 유일하게 2장의 앨범과 〈난 알아요〉 〈하여가〉 2곡이 선정됐 다. 작곡가 신재홍이 “20세기 국내 최고의 히트상품”이라고 했을 만큼 서태지와 아이들은 경천동지의 사회적 폭발력과 독창적 음악세 계로 가요사를 새롭게 정리했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에서도 여실히 증명됐다. 서태지와 함께 1990년대를 3분한 김건모와 신승훈은 명반 명곡에 모두 한 자리를 차지했으나 걸작으로 손색이 없는 신해철의 넥스트 1집이 빠진 건 약간의 충격이다.

최근 음반으로는 연주 화음이 돋보였던 1997년 그룹 델리 스파이스 1집과 지난해 롤러코스터 앨범이 올라 비주류의 강세를 반영했다. 김건모와 룰라, 조성모만 알고 언더그라운드 흐름과는 멀어진 기성세 대에는 또 한 차례 거리를 느끼게 하는 결과다.

▲‘좋은 곡과 앨범’ 조화가 장수 비결 입증

하지만 명곡 20선은 나이든 어른들의 아쉬움을 그나마 달랜다. 20세 기의 국민가요가 된 양희은의 〈아침이슬〉이 있고 신중현의 〈아름 다운 강산〉과 조용필의 〈창 밖의 여자〉가 들어갔다. 나미의 〈슬 픈 인연〉도 기성세대엔 작은 위안이다. 하지만 이 곡은 〈아주 오 래된 연인들〉이 수록된 3집이 뽑힌 공일오비가 리메이크해 새롭게 가치를 알려준 덕분으로 보인다.

명곡은 곡조와 더불어 그것을 소화하는 보컬도 중요하다는 점을 감 안할 때 1990년대의 스타 이승환의 〈천일 동안〉, 이소라의 〈처음 느낀 그대로〉, 조규찬의 〈무지개〉 그리고 풍운 가객 임재범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가 선정된 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일이 다. 가장 최신곡으로 R&B 발라드의 매력을 전한 박효신의 〈해줄 수 없는 일〉이 뽑힌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이번 조사에 가장 기분 좋은 사람들은 젊은 기성세대라 할 386세대 일 것이다. 솔직히 그들의 음악은 역사에서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 했다. 이전의 475세대와 이후의 신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폭넓게 비주류 감성이 체화된 그들은 자신들이 ‘양호한 음악세례‘를 받은 점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서태지 이후의 틴 마켓을 겨냥한 무수한 히트 기획 상품(?)들이 모조리 탈락한 것도 후련하다.

우리 대중음악사에서 앨범이 정착된 시기는 조용필 이후의 1980년대 로 평가된다. 이전의 가요계는 노래 한 곡이 중심이었고 때로는 전 부였다. 이번 설문조사는 수요자들이 앨범의 향기를 맡고 음악가의 세계와 교류할 수 있게 된 것이 이때부터였음을 실증한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음악은 곡과 앨범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곡은 어느 면에서 대중과 대화이며 앨범은 시대와 역사에 대한 울림 이다. 인기를 안겨주는 건 곡이며, 작품성은 앨범에서 나온다. 뮤지션 입장에서는 양쪽 어느 것도 놓칠 수 없다.

이번 조사 결과는 뮤지션들에게 좋은 곡과 전체적 앨범의 조화에 성 공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겨준다. 조용필과 김현식, 김건모·신승훈의 경우처럼 두 가지가 공존하는 창작물을 내놓아야 장수할 수 있다. 한때의 들뜬 상업적 댄스와 달콤한 발라드가 명곡·명반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다는 사실도 전해준다. 현실에서 특급 대우를 받던 노래나 명반은 더러 역사에선 홀대를 받는다.

〈임진모/사외편집위원·대중음악 평론가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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