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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이주일]
<59> 조용필과 나와 술
송 해(宋 海) 선배에게는 또 한가지 일화가 있다.
송 선배가 원래 술을 마시면 주사가 좀 있는 편이다. 어느날 술이 거나하게 취해 다짜고짜 파출소에 들어갔다.
새벽 4시쯤 됐을까. 자기를 알아본 경찰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시간에 불 켜놓고 일하는 곳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그리고는 맥주를 한 박스 사와서 경찰관들과 술을 먹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경비전화를 집어 내동댕이치면서 난리를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너네들, 누가 근무 중에 술 마시라고 그랬어? 경찰이 이래도 되는 거야?” 이날 소동은 결국 형수가 파출소에 와서 송 선배를 데리고 가는 것으로 해결됐다.
어쨌든 송 선배가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고도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내니 참 다행이다. 스스로 몸 관리를 잘 한 이유도 있지만 KBS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프로그램 덕이 큰 것 같다.
자신이 진행하는 고정 프로그램이 있으니까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전국을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다.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기원한다.
술에 얽힌 일화로는 역시 조용필(趙容弼)과의 그 때 그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1980년대 초 부산에서 벌어진 일이다.
나와 조용필이 부산에서 따로따로 공연을 가진 어느날 내가 전화를 걸었다.
“용필아, 술 한 잔 하자.” 그리고는 당시 부산에서 가장 유명했던 술집 ‘기린살롱’에서 만나 양주를 몇 병 비웠다.
여기서 끝냈어야 했는데 내가 “낭만을 즐기자”라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해운대로 갔다. 이때가 새벽 2시였다.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먹다가 또 그놈의 ‘낭만’ 때문에 백사장으로 향한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우리는 바닷가에 술 궤짝을 놓고 안주와 소주 20병을 준비했다. 촛불까지 켜놓고 그야말로 낭만을 즐겼다.
게다가 용필이가 ‘촛불’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기까지 하니 술 맛이 안 날 리가 없었다.
그러다 그 자리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우리가 반쯤 물에 잠긴 것도, 해가 뜬 것도 몰랐다. 완전히 변사체였다.
백사장에서 우리를 발견한 아주머니들의 웅성대는 소리만 들렸다.
“이 사람, 조용필이다.” “아이다. 톱 스타 조용필이 왜 여기 이러고 있노?” “맞다. 여기 이주일도 있다 아이가.” “아니라니까. 그런데 참 비슷하게 못 생겼대이.”
결국 그 술과 낭만이 문제다. 그 좋은 술집에서 좋은 술 먹고 왜 입가심으로 소주를 먹었는지 모르겠다.
그 동안 용필이와 내가 마신 술은 아마 화물열차 한 칸 정도는 넉넉히 채울 것이다. “술에는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자신만만해 하던 내가 참으로 어리석다.
요즘은 용필이도 소주를 반 명만 마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술 이야기는 고 이기동(李起東) 선배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서영춘(徐永春) 선배와 누가 술 더 많이 마시나 내기까지 했던 이 선배도 결국 87년 간경화와 당뇨병으로 저 세상 사람이 됐다.
그만큼 말술이었고 실수도 많이 했다. 어느날 술이 취해 집에서 자고 있다가 새벽에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갑자기 장롱을 열고 소변을 보는 것이 아닌가. 장롱을 화장실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이를 말리는 형수에게 이 선배가 한 말이 걸작이다.
“너, 100번이지? 오늘 나하고 안 자면 죽어!”
입력시간 2002/06/05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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