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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1일부터 10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조용필 2001 그리움의 불꽃 ’공연 장면.거대한 자작나무 숲을 배경으로 열창하고 있다.
온몸을 쥐어짜는 열창…사랑과 눈물에 취해
초겨울 추위는 매캐한 상처 냄새를 풍기며 달겨들었다. 나는 두려웠다. 속 깊이 숨어있는 그리움의 불꽃들을 다시 꺼내어 보고싶지 않았다. 아니, 그 열정의 노래들을 첫사랑처럼 다시 만나고 싶었다. 작은 몸에서 분출하는 힘과 가창력의 비의는 무엇일까. 나는 떠나버린 그리움들을 불같이 일깨우고 싶었다.
예술의 전당에서 만난 조용필의 노래는 단숨에 나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두고 온 시간의 노을 빛 강가로 나를 데려갔다. 그가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치는 동안 나의 허리에는 어느새 책보가 매어져 있었다.
뮤지컬처럼 극적으로 연출한 무대 위로는 아이들이 뛰놀고 무지개가 떴다. 아이들이 ‘고추잠자리’를 잡으러 다닐 때는 나는 ‘단발머리’였다. 무대 위에서처럼 검정 교복 입고 책가방을 옆구리에 낀 남학생들이 내 주위를 서성거렸다. 그의 솟구치는 열창 속에서 나는 애절한 ‘베아트리체’였다.
‘창가에 서면 눈물처럼 떠오르는 그대의 흰 손…’ 조용필의 노래 속에는 언제나 눈물이 섞이어 있었다. 시인을 시대의 울음을 대신 울어주는 곡비에 비유한 바 있지만, 그의 노래는 구구절절 사람들의 슬픔과 사랑을 대신 울어주었다. 노래 가사에 따라 갈대밭에서 시골 기차역으로, 차가운 도시의 빌딩 숲에서 빼곡한 자작나무 숲으로 변하는 마술 같은 무대 위에서 마력처럼 뜨거운 힘으로 그렇게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그는 그냥 노래 밖에 모르는 빼어난 가수, 목숨을 건 소리꾼이어서 좋았다. 몸 어디를 건드려도 주르르 노래가 쏟아질 것 같은 철저한 가수, 사랑과 상처를 아름다운 가락으로 피워내는 그는 마법의 소년이요, 동시에 거인이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객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그래서 그렇게 열기와 눈물로 들떴는지도 모른다.
창자를 쥐어짜는 듯한 그의 열창이 이어지는 동안 나의 내면은 가난한 유학 시절 타국의 거리를 홀로 떠돌았다. 숨막히던 80년대, 군인들이 광화문까지 탱크를 밀고 나왔던 시절, 젊은이들이 거리의 구호 속에서 청춘을 소모하던 슬픈 시대였다. 나는 그때 타국에서 두고 온 눈빛들과 상처들을 그리워하며 망명객처럼 홀로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를 속으로 불렀다.
제자리에 놓인 것을 찾기 힘들던 시절. “이건 아니다!” 라고 외치고 싶었던 그 때에 사람들에게 깊고 뭉클한 위로를 주었던 노래들. 비틀즈의 조지 해리슨의 타계를 슬퍼해서 영국인들은 며칠 전 버킹검궁에 조기를 매달았다. 지금 우리 곁에는 한 시절을 절창으로 달려온 빼어난 가객 하나가 여전한 현존으로 초겨울의 추위를 뜨겁게 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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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움에_불꽃.gif (28.3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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