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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가수생활 35년을 시작하는 공연을 갖는다.
35년이라는 시간을 노래에 목숨을 걸고 살아온 그의 모습에서도
이젠 세월이 주는 연륜이 자리잡고 있다.
조용필의 노래 인생 35년.
대중가수 최초로 예술의 전당 오페라홀에서 공연하는 가수 조용필
"가수생활35년, 누구보다 화려했던 인기속에서 내가 얻은 것과 잃은 것"
엄청난 카리스마와 열정으로 관객을 휘어잡는 당대의 최고의 가객 조용필.
채170센티미터가 되지 않는 작은 체구이지만 혼 몸에서 뿜어나오는 듯한 힘은
그가 지난 35년 동안 어째서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라 불리는지 짐작케한다.
때문에 그를 무대아래서 만나는 일은 낯설음을 동반한다.
무대위와 무대 아래 불과 1미터 남짓한 그 공간의 차이는 무척 크다.
무대 아래의 그는 동네 어귀 구멍가게 차일 아래 365일 진을 치고 앉아
"정치판부터 이웃집 경조사까지' 알뜰히 챙기는 하릴없는 동네 아저씨의 이미지와
그리 멀지 않다.
"우리는 한다고 하면 또 제대로 하잖어? " 하며 털털 웃는다.
몇일 전에 인터뷰를 했었다 .
강남 터미널 근처의 '팔래스탈 호텔 ' 의 중식당으로 기자들을 불렀다 .
음식갑이 꽤 나갈 법한 호텔 중식당에서의 인터뷰 .
하지만 실상은 '집에서 가깝고 , 사람 만나기에 그럭저럭 괜찮은 곳' 이라
약속 장소로 정했다는 것이다.
호텔 중식당이라고는 하지만 동네 구멍가게의 차일 아래에 있는 듯한 느낌은
호텔이라는 공간이 주는 낯설음보다는 그의 집 근처라는 생각이 더 앞섰기 때문이이다 .
하긴 가수생활만 35년이다.
강산이 바뀐 횟수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이른바 조용필시대인 70~80년대만 해도
어느덧 '그때 그 시절'로 꾸며지고 있는 것이다.
"35년, 이렇게 생각하면 긴 시간이지만 정작 내가 가수생활한 지 35년이 되었다고 하니
'참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돌이켜 보면 부끄럽기도 하고, 음악도 미숙한 부분도 많고.
그때 만든 노래를 들으면 '지금 같으면...
' 하고 후회도 하죠.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많은 것을 했다는 거예요."
가수로서 최고의 명성을 얻은 지난 35년에 대해 그는 그다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화려한 무대 인생을 산 그가 지난 과거를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중요한 것은 지금하고 미래라고 생각해요.
왕년에 내가 가수왕을 열 한번 했다든지,
그때 우리 집 앞에는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한들 그게 지금 무슨 의미가 있어요?
그런 생각 오래할수록 병만 들어요.
오래전. 그러니까 처음 인기라는 걸 얻을때부터 독하게 마음 먹었어요.
언제가는 반드시 미끄러질때가 올 거라고. '가요무대' 에 쟁쟁했던 선배들이 나오는 걸 보면
내 미래가 바로 저런 것이라고 나 자신 속에 있는 자만심을 죽였어요.
그리고 오직 음악한 가지만 생각하자고 다짐했죠.
지금까지 그 생각으로 온 거예요."
가수가 아닌 자연이 조용필의 35년 역시 그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당대 최고 스타와 염문, 첫 결혼의 실패 등 결코 순탄치 않았던 생활이었지만
그는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다 팔자였던 것 같다' 는 말로 정리했다.
모든 일은 억지로 되지 않고 순리대로 흘러갈 수 밖에 없었다는 깃이다.
"가수가 된 것도 그래요.
난 한번도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꾸지 않았거든.
누구나 그랬지만 나도 미래 희망이 뭐냐요 하면 대통령,
조금 커서는 장군 뭐 이러 식이었지.
더구나 가수에 대한 인식이 '딴따라'였으니 되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없었죠.
그냥 운명이었다는 생각을 해요. "
어쩌다 보니 가수가 되어 있더라는 식으로 가수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는 그이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가수라는 직업에 대해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가수로서 나아갈 방향이 보이지 않을 때 힘들어 한 적은 있어도 ,
그만 두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그이다.
"대마초 파동으로 3년간 활동을 정지당했을 때예요.
그때 내 나이가 스물일곱 이었는데 그때는 참 미치겠더라구.
그래서 밀항할 생각을 했어요. 부산으로, 어디로 다니면서 일본이나 미국으로 건너갈
방도를 찾기도 했죠.
그땐 이 나라를 떠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으니까.
만약 그때 밀항을 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어요.
그대로 음악을 했을지, 아니면 다른 직업을 가졌을지는. "
조용필은 가수라는 직업을 '문화 권력'으로 까지 끌어올린 대표적인 인물이다.
요즘의 10대들이 가장 되고 싶어하는 직업 중 늘 1,2위를 다투는 것이 가수인 것은
바로 젊은 시절 조용필의 오빠 부대였던 소녀들이 지금 10대들의 부모 인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도 그는 자신이 직접 해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은 그저 음악으로만 묵묵히 밀어붙였을 뿐이라는 것.
그더다보니 인기도 얻게 되고, 사회적인 지위나 평가 등이 따라오더라는 것이다.
"공연을하면 아직도 외국까지 따라오는 팬들이 있어요.
얼마전에 대전에서 공연할때인데 어떤 관객이 쪽지를 건넸더군요.
내용이 '오빠 따라다니다 내 청춘 다 갔다'는 거였어요. (웃음)
내가 그랬지,
'이 편지 이거 누가 쓴 거야! "
그랬더니 맨 앞에 앉은 한 여자 관객이 손을 들더군요.
사실 전 가수가 관객에게 끌려다녀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무대에서 당당할 수 가 없어요.
그래서 난 좀 팬들에게 일부러 무뚝뚝하다 싶을 정도로 대해요.
사실 속마음으로야 고맙죠."
조용필에게는 요즘 인터넷에 팬클럽이 많이 생겼더군요 .
그러나 이들에게는 조용필은 '고맙다'거나 , 지나가는 안부조차도 잘 묻지 않는다.
대신 그는 자신을 향한 이들의 관심과 염려에 대해 나름대로 애정을 담아 이렇게 말한다.
"늦었으니 빨리 집으로 가!"
맨 앞에서 길을 만들어 가야 하는 사람의 고독을 누가 알까.
그는 그렇게 지난 30년을 달려왔다.
설사 대중가요의 중소비자인 140대들의 환호는 멀어졌지만
그는 애초 자신에게 환호했던 이전 세대들에 대해서는 마음속으로 일정 거리를
유지했던 까닭에 지금까지 당당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외로웠다고 한다.
속내를 선뜻 드러내지 않는 그이기 때문.
'그래서 더욱 요즈음 마누라 없이 지내지 모양이야'이라면 쓰게 웃는다.
요즘도 그는 매일 같이 노래 연습을 한다.
당대 최고의 가객이라는 칭송을 받는 그이지만 노래 연습만큼은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는 '목소리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비결은 노래를부르는 것 밖에 없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에서 할 때를 제외하고 평소에도 집에서 노래방 기계로 해요.
미국 매릴랜드 집에도 있는데,
남의 노래는 잘 부르지 않고 내 노래만 불러요.
노래 목록책에 나와 있는 내 노래들을 빨간 볼펜으로 밑줄을 쳐 놓고 부르죠.
목을 푸는 데는 '꿈'을 가장 많이 부르는 데 제일 무난한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의 노래 실력이 최고라는 식의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것이다.
평가는 순전히 대중의 몫인 셈인데,
설사 자신을 최고라고한다해도 그건 그들의 평가이지 자신의 평가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해까지도 늘 음반을 내야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었어요.
해가 바뀌었으니까 당연히 내야 한다고 까지 생각했죠.
하지만 이젠 그러지 않을 작정이예요.
정말 마음에 들때까지 , 언제 끝나든 그렇게 작업할 생각입니다.
지금도 느끼는 것이지만 음악은 하면 할수록 힘든 것 같아요.
따로 끝이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어느새 밤이 이슥해졌다.
처음엔 담배와 술을 멀리하던 그가 담배와 맥주를 조금 입에 댔다.
모처럼의 인터뷰로 많은 이야기를 한 탓이었으리라.
언뜻 그의 얼굴에서도 세월이 느껴졌다.
과거를 돌이키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더 중요시하는 그에게도 세월은 어김없었다는
증거였다.
"나이가 들면 살이 좀 쩌야 한다더니 그렇더라구요.
지금은 체중이 조금 늘었는데 전보다 낫다는 소리를 들어요.
아무래도 살이 찌니까 주름이 펴져서 그런 모양이야. 하하하."
털털한 웃음으로 자신의 35주년을 갈음하는 인터뷰를 마친 가수 조용필.
그가 지난 35년 동안 모든 세대를 통틀어 최고의 가수로 불리는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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