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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신문 펌 [ 돌아와요 부산항]

ypc스타, 2003-03-10 20: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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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부산, 삶의 비린내가 물씬나는 그곳.
싱싱한 근육질의 태종대와 밤의 열기로 뜨거운 광안리,
삶의 풍파가 배어나는 자갈치시장과 공룡화석 같은 영도다리 등.
어디를 가도 절절한 추억들이 넘쳐난다.
게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또하나 있다.
조용필의 히트곡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그것이다.
부산을 이처럼 절묘하게 재생해낸 노래가 또 있을까.
오륙도가 점점이 박힌 부산 앞바다와 선홍빛 동백이 아름다운 동백섬 앞에 서면
금세 처연한 조용필의 노래가 흘러나올 듯하다.

해방이후 가요사에서 첫손 꼽히는 가수 조용필에게도 부산은 잊을 수 없는
‘제2의 고향’이다.
기지촌과 밤무대를 전전하면서 7년여의 길고긴 무명시절을 겪었던 그에게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그 지긋지긋했던 가난과 설움에서 건져준 출세작이었다.
기지촌 미군클럽에서 노래하던 시절.
하루 6군데씩 업소를 옮겨다니면서 100곡 가까운 노래를 불러야 했던 무명가수 조용필.
그가 처음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른 것은 1973년.
작곡가 황선우씨가 첫사랑에 상처받고 만든 노래를 조용필이 ‘리어카용’으로 불렀다.

                  ‘해저문 해운대에 달은 떴는데/
                  백사장 해변가에/파도만 밀려오네/
                  쌍고동 울어주는 연락선마다/
                  목메어 불러봐도 대답없는 그사람/
                  돌아와요 부산항에/보고픈 내 님아’

우리가 알고 있는 노래와는 가사가 사뭇 다르다.
75년 당시로서는 메이저급 레코드사인 킹레코드(대표 박성배)에서 독집앨범을 내자고 제의했다.
‘너무 짧아요’를 타이틀곡으로 ‘정’ ‘돌아오지 않는 강’ 등이 수록된 앨범이 만들어졌다.

“박사장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개사하여 넣자고 제의했어요.
당시 부산항을 통해 ‘재일동포 고향방문단’이 쏟아져 들어왔죠.
말하자면 중앙정보부의 주도로 조총련계 교포들이 몰려들어온 셈입니다.
마침 방송사에서 이들을 환영할 만한 노래가 없으니 하나 만들어보라고 권했던 거죠”

말하자면 “보고픈 내 님아”가 “그리운 내 형제여”가 된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래는 76년 가요시장을 강타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서슬 퍼런 중앙정보부가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좌지우지하던 시절.
방송사마다 중정의 요청으로 이 노래를 틀어댔다.
TBC의 ‘쇼쇼쇼’와 MBC의 ‘OB그랜드쇼’ 등
간판 프로그램에서부터 라디오에 이르기까지 조용필을 섭외하기 위해 전쟁이 붙었다.

젊은층은 트로트풍을 벗어난 세련된 리듬과 멜로디를 처연한 목소리로 소화해낸
조용필의 노래에 열광했다.
특히 부산지역에서는 금세 음악다방의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하루아침에 유명해졌죠.
그러나 그 인기가 내 발목을 잡게 될 줄은 몰랐어요.
대마초 악령이 되살아난 겁니다.
69년 무명밴드 시절 기지촌에서 대마초를 피웠던 적이 있는데 누군가가 내 인기를
시기하여 투서를 한 겁니다”

77년 5월, 조용필은 경찰의 가혹한 고문끝에 원치 않는 ‘은퇴쇼’를 가졌다.
서슬 퍼런 사정당국의 압력 때문에 10년의 공든탑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쇼를 끝내고 밤새 술을 마시면서 통곡했다.

당시 소문에 의하면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이 대마초에 손을 대다가
아버지에게 발각됐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박대통령이 대마초 사범을 엄중 단속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그 불똥이 가요계에 휘몰아친 것이다.
결국 조용필은 김추자 김세환 윤형주 등의 가수와 함께 대마초가수로 몰려 활동을
중단했다.
뿐만 아니라 출국금지조치까지 당했다.

“정말 그때는 죽고 싶었어요.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하루아침에 다 날려버렸으니….
부산 앞바다에 서서 일본으로 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삶에 있어서 위기 다음엔 언제나 기회가 왔다.
어쩌면 참혹했던 암흑기가 조용필을 다시 태어나게 했는지도 모른다.
와신상담하던 시절 우연히 TV를 통해 ‘한오백년’의 처연한 가락과 만났고,
이를 계기로 그는 목에 피가 맺히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판소리’를 익혔다.

그와중에 속죄하는 기분으로 군 위문공연을 발이 부르트도록 열심히 쫓아다녔다.
덕분에 미성(美聲)이었던 그는 구성진 탁성과 소름돋는 가성에 이르기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천의 목소리’를 얻을 수 있었다.
가수로서 또한번의 ‘득음과정’을 거친 것이다.
80년대 벽두 한국 가요사를 뒤바꾼 조용필의 화려한 재기야말로 고통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지금도 해운대 앞바다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출렁인다.
멀리 놓다만 광안대교가 흉물스럽게 걸려있고,
해수욕장은 예전보다 훨씬 오염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가사를 새긴 노래비를 쑥스럽게 바라보는 조용필은
이제 쉰세살의 거성(巨星)이 됐다.
그럼에도 조용필은 마음 속으로 기도한다.
정말 좋은 노래 한곡 더 부르게 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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