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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참회록]④저격수의 비애/장전형 부대변인
‘나는 저격한다. 고로 존재한다.’
민주당 장전형(張全亨·42) 부대변인은 지난 5년 동안 ‘(적을) 죽여야 (내가) 사는’ 삶을 살아왔다. 그는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정적(政敵)인 한나라당을 향해 거친 말과 글의 총탄을 쏘아댔다.
지난해 대선 기간 민주당 사람들은 그에게 ‘이회창(李會昌) 저격수’라는 ‘훈장’을 달아줬다. 한때 한나라당이 그에게 제기한 소송 건수만 13건,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 가액이 53억여원에 이른 적도 있다.
최근엔 선거법 위반 혐의로 2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아, 내년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까지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21일 오후 9시반부터 자정까지 2시간반 동안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대변인실에서 그는 저격수의 비애와 한탄을 폭포처럼 쏟아냈다.
“98년 4월 꿈에 그리던 부대변인이 됐다. 첫 출근을 하며 두 가지를 다짐했다. ‘정직한 메시지를 전달하자. 그리고 살벌한 정치판에 낭만을 전달하는 정치인이 되자.’ 그러나 현실 정치판은 내가 그런 초심을 유지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우선은 야당의 공세를 맞받아치는 일이 급선무였다.
2001년 6월 3일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공격하며 ‘목포 앞바다에 목이 둥둥 떠다닌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곧바로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가져온 한나라당 의원들은 (부산) 영도다리에서 뛰어내려야 한다’고 맞받았다.
우리 당을 방어하고, 한나라당을 공격할 수 있는 소재를 찾기 위해 집에서도 오전 2∼3시까지 신문, 책, 인터넷을 뒤졌다. 그런 나를 보고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 딸이 ‘아빠. 안 자. 또 한나라당과 싸울 준비 하는 거야’하고 물을 때면, 속이 상해 피우지도 않는 담배를 물고 싶어진다.
그러나 ‘도로 민정당’ ‘국정 발목잡기 9단’ ‘공룡 야당’ 등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내 조어(造語)가 매스컴에 크게 보도될 때면 나는 짜릿한 전율을 느끼곤 했다.
지난해 8월 4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장남의 병역비리 의혹을 공격하면서 ‘179cm에 45kg의 인체구조는 부축 없이는 직립보행이 불가능한 인간육포 상태’라고 구두 논평을 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나에게 ‘노무현 후보도 비유를 잘 했다고 칭찬하더라’고 전해줬다. 네티즌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한 인터넷 매체는 ‘인간육포’를 ‘2002년의 말말말’로 선정하기도 했다. 한 주간지는 나를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100인’에 선정했다.
경험상 내 거친 논평은 늘 50%의 지지자와 50%의 반대자가 있었다. 그래서 나 같은 저격수가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 형 건평씨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격이 극에 달했던 5월 말. 나는 물타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한나라당 의원들의 땅 투기 의혹도 폭로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당직자 몇 명을 데리고 투기 의심 지역을 누비고 다녔다. 그러나 땅 투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은 우리 당 의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야 지도부간에 물밑 대화가 오가는 것 같더니, 6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중하게 하자’며 없던 일로 만들어버렸다. 나만 언론으로부터 ‘허풍선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전쟁(대선) 중에는 아군의 환호를 한몸에 받던 ‘저격수’가 갑자기 무명의 상이용사로 전락한 참담한 기분에 울음이라도 터뜨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8월 11일 내 승용차에 아내(37)와 두 딸(9, 7)을 태우고 피서를 떠나기에 앞서 나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에 들러 항소장을 냈다. 법원으로 가는 1시간여 동안 아무 말이 없던 아내가 자동차에서 내리는 내 등을 향해 조용히 외쳤다.
“도대체 이게 뭡니까.”
그날 하루 종일 나는 가수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듣고, 또 들었다.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이제 나는 ‘정직한 정치인이 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려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여야간 대화와 타협이 없는 지금의 정치 현실이 계속 되는 한, 나를 닮은 ‘제2, 제3의 하이에나’는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장전형 부대변인은…▼
61년 전남 진도 출생. 부산기계공고와 한양대 산업공학과(81학번)를 나온 386세대. 모 식품회사의 기획조정실 산하 광고홍보과에 근무하던 93년 1월 절친한 후배인 장성민(張誠珉) 전 의원의 소개로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의 비서관으로 채용됐다.
97년 7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변인실 공보담당 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 98년 4월 상임 부대변인으로 임명돼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는 ‘대변인실의 터줏대감’이다. 그가 모신 대변인만 14명.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출마를 계획 중이다.
가수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듣고, 또 들었다.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나는 저격한다. 고로 존재한다.’
민주당 장전형(張全亨·42) 부대변인은 지난 5년 동안 ‘(적을) 죽여야 (내가) 사는’ 삶을 살아왔다. 그는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정적(政敵)인 한나라당을 향해 거친 말과 글의 총탄을 쏘아댔다.
지난해 대선 기간 민주당 사람들은 그에게 ‘이회창(李會昌) 저격수’라는 ‘훈장’을 달아줬다. 한때 한나라당이 그에게 제기한 소송 건수만 13건,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 가액이 53억여원에 이른 적도 있다.
최근엔 선거법 위반 혐의로 2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아, 내년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까지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21일 오후 9시반부터 자정까지 2시간반 동안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대변인실에서 그는 저격수의 비애와 한탄을 폭포처럼 쏟아냈다.
“98년 4월 꿈에 그리던 부대변인이 됐다. 첫 출근을 하며 두 가지를 다짐했다. ‘정직한 메시지를 전달하자. 그리고 살벌한 정치판에 낭만을 전달하는 정치인이 되자.’ 그러나 현실 정치판은 내가 그런 초심을 유지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우선은 야당의 공세를 맞받아치는 일이 급선무였다.
2001년 6월 3일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공격하며 ‘목포 앞바다에 목이 둥둥 떠다닌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곧바로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가져온 한나라당 의원들은 (부산) 영도다리에서 뛰어내려야 한다’고 맞받았다.
우리 당을 방어하고, 한나라당을 공격할 수 있는 소재를 찾기 위해 집에서도 오전 2∼3시까지 신문, 책, 인터넷을 뒤졌다. 그런 나를 보고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 딸이 ‘아빠. 안 자. 또 한나라당과 싸울 준비 하는 거야’하고 물을 때면, 속이 상해 피우지도 않는 담배를 물고 싶어진다.
그러나 ‘도로 민정당’ ‘국정 발목잡기 9단’ ‘공룡 야당’ 등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내 조어(造語)가 매스컴에 크게 보도될 때면 나는 짜릿한 전율을 느끼곤 했다.
지난해 8월 4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장남의 병역비리 의혹을 공격하면서 ‘179cm에 45kg의 인체구조는 부축 없이는 직립보행이 불가능한 인간육포 상태’라고 구두 논평을 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나에게 ‘노무현 후보도 비유를 잘 했다고 칭찬하더라’고 전해줬다. 네티즌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한 인터넷 매체는 ‘인간육포’를 ‘2002년의 말말말’로 선정하기도 했다. 한 주간지는 나를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100인’에 선정했다.
경험상 내 거친 논평은 늘 50%의 지지자와 50%의 반대자가 있었다. 그래서 나 같은 저격수가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 형 건평씨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격이 극에 달했던 5월 말. 나는 물타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한나라당 의원들의 땅 투기 의혹도 폭로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당직자 몇 명을 데리고 투기 의심 지역을 누비고 다녔다. 그러나 땅 투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은 우리 당 의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야 지도부간에 물밑 대화가 오가는 것 같더니, 6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중하게 하자’며 없던 일로 만들어버렸다. 나만 언론으로부터 ‘허풍선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전쟁(대선) 중에는 아군의 환호를 한몸에 받던 ‘저격수’가 갑자기 무명의 상이용사로 전락한 참담한 기분에 울음이라도 터뜨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8월 11일 내 승용차에 아내(37)와 두 딸(9, 7)을 태우고 피서를 떠나기에 앞서 나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에 들러 항소장을 냈다. 법원으로 가는 1시간여 동안 아무 말이 없던 아내가 자동차에서 내리는 내 등을 향해 조용히 외쳤다.
“도대체 이게 뭡니까.”
그날 하루 종일 나는 가수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듣고, 또 들었다.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이제 나는 ‘정직한 정치인이 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려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여야간 대화와 타협이 없는 지금의 정치 현실이 계속 되는 한, 나를 닮은 ‘제2, 제3의 하이에나’는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장전형 부대변인은…▼
61년 전남 진도 출생. 부산기계공고와 한양대 산업공학과(81학번)를 나온 386세대. 모 식품회사의 기획조정실 산하 광고홍보과에 근무하던 93년 1월 절친한 후배인 장성민(張誠珉) 전 의원의 소개로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의 비서관으로 채용됐다.
97년 7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변인실 공보담당 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 98년 4월 상임 부대변인으로 임명돼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는 ‘대변인실의 터줏대감’이다. 그가 모신 대변인만 14명.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출마를 계획 중이다.
가수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듣고, 또 들었다.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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