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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oyangho.net
조용필 35주년 기념공연(2003.10.24)
-'The History' 호반체육관에서 공연-
조용필! 그를 보았다. 그가 두시간 반동안 쉼없이 목이 터져라 목놓아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내가 볼때는 그는 죽기를 작정한 듯 했다. 노랫말 한마디 한마디가 노래 한소절이 되고 한소절, 한소절을 이루어내기 위해 혼신을 쏟아내는 그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못해 엄숙했다.
저러다가 목청이 터져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비감의 시간들... 특수 제작된 무대와 함께 완벽하게 처리된 음향, 영상, 연출. 모여든 관중이 5천여명에 이른다는 규모의 놀라움에 대해 나는 말하고 싶지 않다.
'단발머리''여행을 떠나요' 같은 신나는 노래와 록리듬이 전체 5천여 관중을 춤추게 하고 함께 노래부르게 했지만 결코 흥에 겨운 마냥 신이 나는 그런 경쾌한 무대, 흥분의 마당은 아니었다.
하나의 제사였다. 恨을 내려놓고, 恨을 다스리고, 恨을 위무하고 승화시키는 제례의식 같은 느낌의 그런 공연이였다. 무엇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했는가? 조용필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가? 노래 한오백년을 부를때는 이제 그가 지쳐가는구나 했다.
그러나 다시 새노래가 시작되고 처음처럼 목청을 높이는 그 불가사이...나는 공연 중반쯤 이쯤에서 조용필을 쉬게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노래는 계속 이어졌다.
공연 마지막, 무대의 불은 꺼지고 그는 마지막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그러나 관중들은 일제히 '조 용 필'을 연호했다. 나도 따라 조용필을 불렀지만 아, 이렇게 잔인할 수가...피를 토하듯 하기를 3시간 가까이 한 사람에게 다시 노래를 부르라는 대중의 가학심리. 왜 관중은 그토록 잔인한가?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그가 위대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화려한 무대는 결코 아무나에게 제단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범상치 않는 두려움 앞에서 그는 당당하고 의연하고 아름다웠다.
35년 세월 담금질로 무장한 열정앞에, 5천여명의 열광앞에,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까만 눈동자들 앞에, 무대는 다소곳이 엄숙히 엎드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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