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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쟁자는 가장 좋았을 때의 나"
'트로트 댄스' 개척 새 음악 흐름 주도
DJ.DOC·쿨·김범수 등 히트곡 '제조기'
"남과 다르다 신조…미발표곡 200곡"
윤일상
“요즘은 김범수의 신곡을 구상하느라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네요. 김범수가 미국 의사당에서 노래할 정도의 거물이 되고 나니 처음 곡을 써 줄 때보다 부담감이 훨씬 크고요.”
2001년 2집 때 윤일상의 ‘하루’를 히트 시키면서도 대중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얼굴 없는 가수’로 불렸던 김범수는 이 곡의 영어 버전인 ‘hello goodbye hello’로 한국가수로는 처음 미국 빌보드 차트에 진입, 51위에 오르고 뉴욕지역 차트에서 5위까지 기록한 인물.
이를 계기로 ‘국가대표 가수’가 돼 지난 6월 ‘한인이민 10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미 국회의사당에서 공연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는 지난해 말 3집에 수록한 ‘보고 싶다’ 의 인기로 윤일상과의 궁합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18세때 작곡가로 데뷔해 이제 갓 10년을 넘긴 그는 댄스음악에서 시작해 발라드, 힙합, 재즈, 록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히트곡을 만든 천재로 알려져 있다.
“꼭 히트를 시켜야겠다며 만든 곡은 한번도 반응이 좋았던 적이 없어요. 느낌이 와서 자연스럽게 쓴 곡들이 성공했죠. 억지로 만든 것은 잘 안 되는 걸 보면 역시 대중을 속일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김범수의 신곡도 시간을 갖고 천천히 구상해야 겠어요.”
하지만 김범수만이 아니다. 3년만에 복귀한 힙합그룹 디제이덕과 이수영 엄정화를 비롯해 그의 곡을 기다리는 가수 10여명의 이름이 작업실 메모판을 채우고 있으니 분주히 작업을 해야 하는 형편이다.
디제이덕은 96년 3집의 ‘미녀와 야수-ok?ok!’ ‘겨울 이야기’ ‘리멤버’ 가 연속 히트해 윤일상에게 첫 ‘밀리언 셀러’의 기록을 안겨 준 인연 깊은 그룹이다.
96,97년은 방송사 가요 순위프로에서 그의 곡이 한꺼번에 7~8개나 오를 만큼 화려한 시절이었다. 96년 영턱스클럽은 윤일상에게서 받은 데뷔곡 ‘정’으로 단숨에 1위를 차지하고 3개 방송의 연말 신인가수상을 모두 휩쓴 바 있다.
윤일상은 당시 국내가요의 트렌드였던 댄스음악에 변형을 가해 한국인 취향의 ‘트로트 댄스’라는 새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 가요계를 주도했다
“팝적인 노래는 높이 평가하면서 트로트는 저질 취급을 하는 게 속상했어요. 최첨단 리듬위에 한국적 멜로디를 담는 편곡기법을 사용했지요. ‘정’의 경우 기획사로부터 네 번이나 거절 당했던 곡인데 결국에는 선풍을 일으켰어요. 그러나 내가 만든 장르를 다들 따라 해 그것이 주류가 되다 보니 내가 그 속에 묻힌 듯 했어요. 그래서 또 새로운 것을 찾다가 한때 혼돈과 슬럼프를 겪었죠. 솔직히 너무 많은 곡이 히트하다 보니 매너리즘에도 빠졌고요.”
그러나 여성 듀오 애즈원이 부른 R&B곡 ‘너만은 모르길’로 다른 느낌을 보여주고 발라드 곡인 ‘하루’로 새로운 색깔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지난 8월에는 윤도현밴드 6집의 타이틀인 ‘잊을께’ 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월드컵 전에 ‘붉은 악마’로부터 응원가를 부탁 받고 구전가요를 편곡할 사람을 소개해 준데다 원래 록을 좋아해 윤도현과 가까워졌던 것. 윤도현의 팬들에게서 “왜 기성 메이저 작곡가의 곡을 받았느냐”는 강한 반발과 비난이 나왔지만 다행히 ‘잊을께’가 각종 차트에서 쿨의 ‘결혼을 할 거라면’으로부터 정상을 넘겨 받을 만큼 인기가 높아 마음의 상처를 씻을 수 있었다.
그 동안 윤일상의 곡을 가장 많이 부른 가수는 쿨과 터보. 3집의 ‘운명’에서 시작해 쿨의 정규앨범 타이틀 곡은 모두 윤일상의 것이다. 올 여름에는 8집의 ‘결혼을 할 거라면’이 대히트를 쳤다. 그는 쿨에 대해 “이해력이 높고, 특히 보컬 이재훈이 곡에서 얘기하고 싶은 것을 캐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터보 역시 2집의 노스트라다무스와 바람의 철학, 3집의 회상부터 5집까지 그의 노래를 10여곡 불러 히트시켰다.
김건모의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이정현의 ‘줄래’ ‘미쳐’ ‘섬머댄스’도 그의 노래.
‘하늘색 꿈’등 소녀 취향의 노래를 불렀던 여고생 가수 박지윤에게는 강렬한 리듬의 가버려를 주어 이미지를 변신시키기도 했다.
그는 아직도 20대의 젊은 작곡가이지만 음악에 있어서 만은 권위와 고집이 누구 못지 않게 강한 편이다. 평소 “연예인들이 ‘벌 수 있을 때 벌자’?얘기를 많이 하는데 음악인은 목표가 돈이면 안 된다.
음악자체를 사랑해야 좋은 노래가 나오고 대중을 감동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며 녹음을 할 때면 한 소절을 갖고 일주일 이상 끄는 적이 다반사일 정도로 질기다. “언짢은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나이 많은 가수들도 음반이 나오면 ‘네 것을 할 때 힘들었지만 그래도 제일 만족스럽게 나왔다’고 할 때면 보람을 느낀다”는 게 그의 말이다.
윤일상은 클래식을 전공한 어머니에게서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초등학교 3학년 때 세상에 태어난 동생에 주는 선물로 처음 동요를 만들었다고 한다. 5학년 때는 아버지로부터 생일 선물로 받은 비틀즈의 음악에서 충격을 받고 테이프가 끊어질 때까지 듣기를 반복했다.
특히 ‘블랙버드’에 심취하며 ‘이런 표현도 가능하구나’ 하고 놀라며 작곡가를 꿈꾸게 되었다.
중학교때 가요형식의 곡을 쓰기 시작한 그는 어린 감성을 자극하던 유재하의 음악을 들으며 수없이 눈물을 흘렸고 철학에 빠졌던 고교때는 니체를 좋아해 염세적이 되기도 했다.
이후 대학에 들어가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본격적으로 대중음악에 데뷔를 했다.
드라마 음악으로 유명한 외삼촌(최경식)의 사무실에서 작곡 공부를 하던 중 92년 처음 발표한 곡이 박준희의 ‘오 보이’. 이듬해 미스터투가 부른 ‘난 단지 나일 뿐’이 첫 히트곡이다.
데뷔 때는 “무조건 남과 다른 음악을 하자”는 게 신조였다고.
“ 나를 댄스음악 전문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모든 장르의 곡을 만들었어요. 댄스음악을 할 때도 나의 곡은 새로운 스타일이었지만 결국 남들이 따라 와 똑같이 된거죠. 고교때부터 만든 200여개의 미발표곡을 갖고 있어요.”
고교 때 만든 곡 중 발표한 것으로는 김민종의 ‘야우(夜雨)가 있다.
그는 음악에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담으려 애쓴다. “자기 곡을 자기가 베낀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는데 대해서는 “느낌이 비슷할 뿐”이라는 반론을 편다.
“모짜르트 음악을 들으면 모두 그의 곡임을 느끼게 되듯 음악에는 작곡자의 정체성이 담겨 있는 것이에요. 그래미상을 14번이나 받은 데이비드 포스터가 그런 점에서는 유명한데 왜 그에게 시비 거는 사람은 없죠.”
윤일상은 “많은 가수가 나의 곡으로 유명해졌지만 내 노래가 1위를 할 때보다 나도 잊어버릴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노래에 감동을 받았다는 팬의 메일 한 통이 더욱 감동을 준다”며 “음악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에게 경쟁자가 누구냐고 물으면 그것은 ‘음악적으로 가장 좋았을 때의 나’라고 대답한다”라고 말한다.
그가 국내에서 최고로 꼽는 음악인은 조용필이다.
“혼이 담긴 가창력과 보컬은 소름이 끼칠 정도이고 열정과 노력도 존경스럽다. 단 둘이 만나 4시간 동안 음악 얘기만 한 적이 있는데 너무나 행복했다. 나의 곡을 한번 불러 주기로 해 그 때를 고대하고 있다.”
그는 “에릭 클랩튼처럼 오래가는 음악인이 나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조용필 선배 같은 분이 계속 잘 돼야 후배들도 희망을 갖고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18세에 데뷔해 디제이덕 쿨 영턱스클럽 등 숱한 스타를 만들어 낸 윤일상. ‘하루’ ‘보고 싶다’의 김범수를 통해 그의 천재성은 다시 한번 인정됐다. 약력
74년 서울생
92년 박준희의 '오 보이'로 데뷔
95년 '미녀와 야수' '겨울이야기' '리멤버'의 히트로 디제이덕 3집 밀리언셀러 기록
96년 그해의 가요계를 이끈 사람으로 선정
96,97년 SBS 최고 작곡가상 수상
97개인 첫 앨범 ssaki발표
2001 김범수의 '하루' 빌보드차트 51위
/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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