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로 보는 라이브 콘서트

지난 2월 28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 컨퍼런스 룸에서 ‘이승환 끝장 DVD 시연회’가 열렸다. 가수 이승환이 첫 DVD 발매를 기념해 마련한 행사였는데, 팬들을 중심으로 약 500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치러졌다. 3월 중순 발매될 이 DVD는 지난해 5월 17일 이승환이 서울 용산 전쟁 기념관에서 가진 ‘끝장’ 라이브 콘서트 실황을 담고 있다. ‘라이브의 황제’로 일컬어지는 이승환은 이번 콘서트 역시 스펙터클한 볼거리로 가득 채웠다. 각종 첨단 장비와 조형물을 이용해 그야말로 ‘끝장을 보는’ 공연을 선사했고, DVD는 그 놀라운 구경거리를 고스란히 전한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특별할 게 없다. 하지만 라이브 콘서트를 준비할 때도 완벽주의자로 소문난 이승환은 이 DVD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무척 까다롭게 굴었다는 후문이다. 평소DVD 애호가이기 때문에 타이틀 구성과 화질 음질 보정 작업, 패키지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검토했다는 것이다. 이승환은 자신의 회사인 ‘드림팩토리’ 직원들과 함께 서플먼트 디스크의 수록 내용을 모두 기획했다고 한다. ‘끝장’ 공연 제작 과정과 스탭들이 참여한 공연 후기 영상물, 본편 디스크에 삭제된 노래와 드림팩토리 투어 현장 등이 그것이다. 현란하게 편집된 영상과 돌비 디지털 2.0에 DTS를 지원하는 음질 역시 수준급이라고 한다. 게다가 초회 한정판에는 이승환의 마스코트인 조립식 ‘에그로보’ 장난감과 CD, 고급 화보집과 끝장 콘서트 현장 큐 시트까지 선사한다. 이 정도면 웬만큼 ‘럭셔리’한 영화 DVD가 부럽지 않은 타이틀이다.

대중음악계에서 DVD 타이틀은 음반 시장의 불황을 타개할 새로운 창구가 돼가고 있다. 2월 중순 출시된 조용필의 35주년 기념 콘서트 ‘The History’ DVD도 영화 타이틀 못지않은 완성도를 보여 준다. 지난해 8월 30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공연을 가진 조용필은 처음부터 DVD 제작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70대의 카메라를 공연장 곳곳에 설치해 청중들의 표정을 포착했고, 조용필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잡은 1년간의 촬영분으로 서플먼트를 마련했다. 라이브 앨범은 보통 재녹음이 많은 반면, 이 타이틀은 현장 음향을 96개의 채널로 포착한 뒤 잡음과 소음을 완벽하게 제거했다고. 제작사인 YPC 프로덕션의 한 관계자는 “초도 1만7천 장을 찍었는데 곧 추가 발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판매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물론 국내 모든 가수들이 이승환과 조용필처럼 DVD에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니다. 1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타이틀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기획력과 완성도가 돋보이는 음악 타이틀은 팬클럽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한다. 김광석 라이브나 박정현 라이브가 그런 경우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듣기 위해 DVD 플레이어를 사고 AV에 입문했다는 팬들도 있다. 한 출시사 관계자는 “음악 타이틀은 꾸준히 팔리는 장르이기 때문에 영화만으로 이루어진 DVD 시장과는 또 다른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형 아티스트들이 DVD 출시 프로젝트에 꾸준히 참여한다면 없던 시장도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 http://www.dvd2.co.kr/feature/dvdchatroom_final.asp?mkey=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