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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사진 펌] 인천 조용필 문학 경기장 콘서트 ......

ypc스타, 2004-09-21 01:26:20

조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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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ll & Feel



2004년 9월 18일 인천 문학 경기장 보조 경기장,

두둥

조용필의 전국 투어 콘서트가 열렸다.


가기 전까지는 전국 투어니 소규모 공연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문학 경기장 가는 길은 한참 전부터 막혔다.

매번 공연장 갈 때마다 길이 막히면 우스게소리로

'모두 공연가나보다.'하곤 했는데,

설마하던 일이 현실이었다.

주차하는 과정도 장난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표를 받기 위해 그리고 입장하기 위해 늘어선 줄은 정말 장난 아니었다.

알고보니 그 큰 운동장에 들어가는 입구는 하나였다는군.

표 받는 사람의 수가 너무 적어 결국 나는 표도 안내고 걍 들어갔다는 사실.

그나마 팬들의 수준이 좀 되니까 다행이었지 안그랬음 무질서에

통제불능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는 게 아쉬움.

게다가 그 줄에 선 사람들은 거의 어르신들이었다.



이건 조용필 공연장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다.

80년에 최대의 인기를 끌던 조용필이었으니 벌써 25년 전의 일이다.

그 당시 내가 중학생,

우리 세대가 막내인 셈이다.

공연장 밖에는 요즘 인천에 신도시 건설 추진 중인 논현동 아파트 분양을 위한 홍보가 대대적으로 있었다.

오늘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이 아파트 투자에 관심을 보일 만한 사람들이라는 거지..

가수와 팬층의 위치를 여실히 보여주는 그런 광경이었다.

조금 우습기도 했지만,

90도 고개 숙여 인사 꾸벅하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올 때 빠순이가 아닌

대단한 팬으로서 이런 대접 받을 날이 왔으면 하고 부러워했다.

공연을 보면서 물이 아닌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것도 참 희안했다.

나이가 많아 뻘쭘거리며 눈치볼 필요도 없는 공연이었다.

오히려 막내인 우리가 일어나서 춤추고 박수치고 '오빠'를 외치며

분위기를 만들며 어르신들의 흥을 돋궈야 했다.  



작년 여름 잠실에서의 공연도 장관이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지만 2만이 넘는 사람들은 3시간 동안 그 빗속에서도 꼼짝안했었다.

오늘 역시 아침부터 비가 쏟아져 또 수중 공연을 관람하겠다 생각했는데,

저녁이 되니까 말짱하게 갰다.  

야외 공연이라 덥지도 춥지도 않게 아주 시원하게 봤다.

인천 바닷바람이라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들이 운동장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것도 오늘은 멋져 보였다.

규모가 큰 공연은 이래서 좋다. 레이져가 하늘 꼭대기와 온 운동장을 비추며 여기저기 날아다녔다.

무대가 너무 멀어 스크린으로 겨우 봐야 하는 게 아쉬웠지만 무대 안으로

쏟아지는 조명이 저렇게 예쁜 줄은 오늘 첨 알았다.



알고 보니 vip석을 제외하고는 여기저기 불평들이 많더랬다.

하긴 관심이 많거나 애정이 지나치면 사소한 것에도 신경질이 나는 법.

11만원의 입장료가 어디 장난인가?

게다가 공연을 준비한 측과 본인의 성의와 상관없이 다른 부분에서 누수가 생기면

그를 지지하는 팬의 원성은 커질 수밖에 없는 거겠지.

무대와 상관없이 너무 넓게 포진된 자리 배치.

그리고 시간 생각없이 여유있게 입장하는 관객들.

아무 때나 일어나고 자리 움직이는 예의없는 일부 사람들.

통제 없이 그냥 먼 산 구경하는 가이드들.

게다가 분위기 못 맞추고 뻘쭘히 앉아 구경만 하는 또 일부의 사람들..

그나마 스탠드석은 본전 생각 없이,

또는 무대를 본다는 기대조차 이미 포기한 상태라 미련없이 놀았다.

그래서 우린 불만도 별로 없는 게 당연지사.



멀리서 보면 무대 장치도 무척 신경 써보였다.

특히 양쪽 스크린 외에도 중앙에 있는 무대에 중간중간 장막을 내려

음악과 어울리는 그림을 쏘아 화면 속에 가수가 화면 속에 떠있는

장면을 연출해 냄으로써 효과를 증폭 시켰다.

위의 첫 번째 사진은 '생명'을 부를 때였는데 바닷가 거대한 파도가 넘실대고

폭풍우 치는 장면은 스팩터클한 영화 한 편을 보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넥스트 콘서트에서의 '오션'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었다.  

맨날 똑같은 레퍼토리에 또 비전문가들에게 튀지 않는 무대 장치며,

가수와 밴드 멤버들이 온몸으로 보여줘야 하는 1차적인 공연이 아니라

우리의 넥밴드들을 좀 더 뽐새나고 잘난척 하게 만들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이 뭐 없을까 고민하게 만드는 그런 시간이었다.



무대 위에 크레인을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맨 앞자리 팬들에게

손도 흔들어주고 얼굴도 하나하나 봐주며 자상한 면모를 보인다.

안전장치가 되어 있긴 했으나 용필옹은 아기들이 사다리 사이로 얼굴을 내밀 때처럼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팬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려 노력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부를 땐 정말 장대한 서사시를 외는 노련한 연극 배우처럼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 장면은 영원히 기억에 남을 듯하다.

게다가 '미지의 세계'를 부를 때의 웅장한 스케일의 연주와 운동장을 휘도는 파워 있는 노래엔

'정말 조용필답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어르신들을 위해 잔잔한 노래도 많이 불렀다.

함께 하는 공연을 만들고자 스크린에 가사를 하나하나 올려줌으로써 모두가 같이 노래하고 즐겼다.

오늘 연주되었던 곡들은 주로 어르신들에게 익숙한 곡들이 제법 많았다.

그래도 '처음 느낀 사랑이야'를 부를 땐 아마 내 목소리가 젤로 컸을 거다.

내 옆에 계시던 아저씨-

그 분은 연세가 60이 넘으셨다.-는 아줌마와 함께 오셨는데,

아줌마의 손을 꼭 잡고 '허공'을 열창하시는 모습을 보여 주위 사람들의 박수도 받았다.

2시간이 채 안되는 공연이었다.

물론 앵콜도 있었다.

이런 공연에 익숙지 않거나 '감사합니다'란 자막이 오르자 끝났다고 생각해서였는지

앵콜에 대한 기대없이 일어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우리가 앵콜을 외치며 움직이지 않자 망설이셨다.

몇 번 안되는 앵콜 외침 이후 무대와 지붕 꼭대기까지

조용필이라는 이름이 한글과 영문으로 수십개가 점점 올라가는 것과 동시

조용필은 다시 무대에 모습을 보였다.

우린 다시 열광하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준 그와 함께 최선을 다해 연호했다.



맨날 무대를 붙잡고 코앞에서 관람하던 것과는 또 다른 신기한 경험이었다.

작년 잠실 운동장 공연만큼 사람이 많았고,

스탠드 석 1층 앞에 섰던 우리에게 무대는 너무 멀었지만 무대의 조명이 안으로

쫘악 모여지면서 무대가 그렇게 예쁜 색깔과 모습을 연출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목이 터져라 '오빠'를 외치던 나와 내 친구는 줄곧 서서 춤 추고 야광봉 흔들며

응원전을 방불케 하는 모션 등으로 완전 쌩쇼를 했다.

팬클럽 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연령 45세 이상 돼보이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구경거리가 될 정도였지만,

그러면 어쩌랴?

아직은 30대인 젊은 것들인 것을..ㅋㅋ.

공연 다니며 나이 어린축에 들어 이렇게 나이 신경 안쓰며 논 적도 별로 없다.

중간에 락비트가 강한 노래가 나올 땐 버릇처럼 헤드뱅잉까지 할 뻔 했으나

그것만큼은 어르신들 놀랄까봐 참았다.

그래도 일어나 정신없이 내내 흔들었던 우리에게 얼굴 찌푸리며 뭐라한 사람이 없는 건 다행이었고...

앞으로 10년 후쯤에도 난 이렇게 놀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럴 거라 생각한다. 후후. 철딱서니 없이..

혹시 그 때는 나이 먹은 노인네가 주책맞다 욕 먹을까?

어쨌든 10년 후,

아니 그 후에도 우리의 마왕도 이런 거대한 무대에서 꽃미남 멤버들과 함께

오늘같은 환호를 받으며 열정적인 무대를 변함없이 보여주길 기대한다.

물론 나 역시 변치않고 놀아줄 테니...

그런데,

나 진짜 운동 좀 해야겠다.

오늘 힐 신고 뛰었더니 허리,

다리 무쟈게 아프다.

낼 아침 8시 수업 있는데,

목이 안쉬기만은 바라면서..

피곤타

출처 = http://blog.naver.com/cromangel?Redirect=Log&logNo=40006020631

3 댓글

엽기 가오리

2004-09-21 03:22:31

사진이 안 보이는데요??? 네모에 X표시가 찍혀있는데....,우찌해야되는지 답을 주세요.

ashow1

2004-09-21 03:24:23

naver blog는 링크가 안먹더라구요 ^^;;
조기 X마크를 마우스로 클릭하면 사진이 보인답니다

아름다운향기

2004-09-21 20:11:27


어떤 분이 어느 곳에 쓴 후기인지는 모르겠지만,노래와 함께 실감나는 후기 넘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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