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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x Musica 관람 후기

ypc스타, 2004-11-07 18: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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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x Musica 관람 후기

어제 오후에 시내 나갔다가 상해체육관 근처에서 pax musica (조용필, 타니무라 신지, 알란 탐이 출연한다는) 포스터가 붙었길래 들여다보고 있자니 삐끼가 다가와 표 싸게 줄테니 사란다.

원래 공연을 보고 싶어서 포스터를 들여다본 게 아니기 때문에 건성으로 “나 돈 없는데?” 하니까 “너 한국사람이지? 특별히 싸게준다”...하면서 480원짜리를 300원에 주겠단다. 농담 삼아 100원에 주면 사겠다고 하니 조금 망설이는 듯 하더니 진짜 준다.. 오잉? 완전히 거저네... (주변을 둘러보니 암표장사가 우글우글하다)




그리하여 졸지에 용필이 오빠 콘서트를 보고 왔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난 가수 조용필을 존경한다. 진짜 프로이기 때문에...

역시 용필이 오빠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남진 오빠 같은 알란 탐과는 뭐 비교할 것도 없고

신지 역시 세련되기는 했지만 조용필 앞에서는 빛을 잃는다.




조용필... 정말 잘한다.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과연 라이브의 황제답다.

파워풀한 밴드도 최고의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줬지만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정성을 다한 무대의 준비...  배경스크린에 집어삼킬 듯한 파도를 띄우며 ‘생명’을 부를 때는 정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도시의 歌劇(이거 우리말 제목이 뭐였는지 도통 생각이 안 나더라) 배경 화면도 상하이 공연을 위해 일부러 준비한 듯 하여 고마웠고...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사회자를 따로 두지 않은 무대에서 중간중간 멘트가 들어가야 할 때 그 매너가 신지나 알란 탐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

중국말을 못한다는 것을 그렇게 부각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중국팬들에게 어필할 기회인 그 귀중한 시간에 웃기지도 않는 중국말 레슨을 받고 있으니... 친화감을 조성하는 데도 실패했고 그저 카리스마를 반감시키기만 했을 뿐(중국애들도 ‘노래나 불러, 노래!’ 하고 외치더군.)




가수가 노래나 잘 부르면 된다고 할지 몰라도.. 해외무대에 서기 전에는 접대용 멘트 정도는 준비를 좀 해뒀어야 한다. 안 되면 당당하게 한국말로, 안 되면 영어로라도(신지처럼), 알란탐이 일어를 하니 그 잘하는 일어로라도 할 것이지... 바보같아 보여 속상했다.




사실 신지나 조용필이나 알란 탐이나... 국민가수급 수퍼스타임에는 변함없고 여전히 부동의 팬들이 존재하고 있긴 하지만 왕년의 화려한 시절은 한물 간 가수가 아니던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고 온 것임이 분명한데... 그런 면에서 조용필은 상당히 성공적인 무대를 만든 것 같다. 지나간 노래를 방정맞은 엉덩이짓에 의지해 되살려보려는 알란 탐의 안이함과는 비교되는 성실함을 보여주었다. (신지의 경우는 전혀 처음 듣는 노래들이니 알 수 없고...)




조용필 팬들을 위해 어제 불렀던 레파토리들을 소개하면

친구여(이건 셋이 각각 자기나라 말로 불렀다--알란탐은 모든 노래를 광동어로 부름) / 단발머리(역시 세월이 가도 감각이 뒤떨어지지 않는 명곡... 전율을 느꼈다) / 미지의 세계로 / 모나리자 / 생명 / 여행을 떠나요(흥분의 도가니) / 도시의 가극(원제 모르겠음)



다른 나라 곡들과 비교해보면 비트가 매우 강렬하고. 곡도 가사도 지나치게 심각하고... 감정의 과잉, 사상의 과잉... 무지하게 독특하고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작품'들이다. 70~80년대 한국의 격동기에 태어난 곡들이라서 그럴까. 조용필이 국민가수로 크면서 스스로 스케일을 키운 것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조용필의 서정적인 소품들을 좋아한다.  




혹시 알란 탐 팬들이 있으신가요?

나는 이 친구 별로 재미없어한다. 내가 좋아하는 장국영과 라이벌이라서 그런 건 아니고 ㅎㅎ(장국영은 배우로서는 좋아하지만 가수로서는 사실 譚詠麟이 더 기량이 있다고 본다).... 나는 소녀팬들 몰고다니며 인기에 연연해하는 가수는 가수 축에도 안 끼어준다.




그래도 노래는 꽤 잘하더라. 愛情陷穽(love trap) 은 아는 노래라 신나게 따라불렀고(후렴만)... ‘로렐라이’라는 노래를 부를 때는 왠지 탐 존스를 떠올렸다.(Daughter of darkness.의 느낌) 그리고 夏日寒風은 김현식의 ‘내사랑 내곁에’를 번안한 노래였는데 물론 김현식의 느낌과는 딴판이었지만... 그래도 이국땅에서 그 노래를 들으니 감회가 새롭더군...


이 Pax Musica는 ‘음악을 통한 세계 평화’라는 취지로 1984년 일본 기획자에 의해 시작되어 1994년까지 매년 동남아 각국을 돌며 개최하였다고 한다. 내 기억에도 언젠가 한국에서도 공연 한번 한 것 같고 서태지와 아이들 한참 뜰 때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이 콘서트에 나왔다는 얘길 들은 것 같다.




그런데 내가 태클을 걸고 싶은 대목은

그 이후 끊겼다가 10년이나 지난 오늘날 이 콘서트가 다시 조직된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당초 ‘음악을 통한 세계 평화’라는 취지를 내걸고 콘서트를 하게 된 구체적인 동기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 이후 그 취지를 이어가기 위해 어떤 내용들이 채워지고 그 취지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 조직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제 내가 본 콘서트에서는 도저히 그 메시지를 읽을 수 없었고, 이 콘서트 수익금을 일부라도 세계평화를 위한 어떤 일에 사용하는 것 같지도 않고... 이 콘서트가 왜 ‘음악을 통한 세계 평화’라는 타이틀을 계속 선전하고 있는 건지 잘 납득이 가지 않았다.

한*중*일의 특급스타들이 함께 출연했기 때문에?

흠. 그렇다면 좀 약하기는 하지만 Pax Musica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어설픈 세계평화 운운... 은 몹시 귀에 거슬렸다. 구체적인 내용도 없는 세계평화라는 구호... 장식을 위해 몸에 주렁주렁 다는 세계평화라는 구호...




이 콘서트는 신지에 의해 추진되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잊혀졌던 이 콘서트가 만일 중국에 의해 조직되었다면 나는 또다른 의구심을 발동시켰을 것이다.

Pax Asiana는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여 동아시아(내지는 동남아시아)를 결집시키기 위해 즐겨 써먹는 구호다. 해마다 12월 마지막 날 밤이 되면 중앙TV에서 同一首歌라는 타이틀의 演唱會(콘서트)가 생방송되는데(그야말로 전국민적인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동남아권의 가수들이 양념으로 출연한다. 요즘은 한류를 타고 한국가수들도 제법 많이 나온다. 이 콘서트에서 되풀이 강조하는 것이 다름아닌 동아시아의 단결과 세계평화라는 구호인데 그 단결의 맹주가 중국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꾸준하고도 은근한 작업을 통하여 네것도 내것으로 만들어 꿀꺽 하는 뙤놈기질(이 장사꾼 기질은 다른 말로 어떻게 표현을 못하겠다)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주였나? 중국의 동북공정 의도를 북한정권 붕괴 후의 전략과 연결시킨 KBS 스페셜을 보신 분들 계신지... 북한 정권이 몰락한다 하더라도 같은 민족이고 반만년의 역사를 함께 해왔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이 북한에 대한 우선권을 (국제법상) 가지기 어렵다는 현실, 중국은 이미 그러한 시나리오에 대한 장기전략 속에서 동북공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중국에 살면서 중국정치를 체험(?)하고 있는 나로서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주장이었다.




얘기가 너무 정치적으로 흘렀다.        

내친 김에 한 마디 더 할까? 돌 맞을 준비 하고...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인데 한 무리의 한국인들이 플랭카드를 흔들며 조용필을 연호하는 모습... 그리 이쁘지 않았다. (물론 조용필이 나와서 노래할 때는 얼마든지 그럴 수 있지만)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제3자가 되어 지켜보고 있는 내 눈에는 그것이 어떤 가수의 팬클럽 활동이라기보다는 한국인임을 과시하려는 행동쳐럼 비쳐지더라.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안 그러면 그런 행동은 오히려 한국인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될 것 같다.

우리의 단결을 시기해서 그런다는 식의 유아적 발상을 하시는 분들은 제발 착각에서 깨어나시기 바란다. 해외에 사는 우리는 한국인이라는 사실과 함께 세계시민이기도 하다는 점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준비없이 나갔다가 졸지에 본 공연이라 카메라가 없어서 생생한 사진 올리지 못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무대 스크린.. 정말 혼자 보기 아까웠는데...)


출처= http://cafe.daum.net/qingdaokorean
첨부

4 댓글

하얀모래

2004-11-07 19:07:09

왕년의 화려한 시절은 한물 간 가수가 아니던가. <-- 쩝.. 몰 알고나 쓰지.. ㅡㅡ;

조아조아필

2004-11-07 19:45:09

공연시작전에 우리 팬클럽에서 오빠를 크게 외친것은 중국방송국의 간절한 요청으로 이루어진것입니다.카메라로 찍어갔습니다.우리 스스로가 오빠의 팬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있고 모두다 성숙한 팬임에 틀림없기에 상황에 맞지않게 설치지는 않습니다.앞뒤 상황을 잘 파악하지도 않고 심증으로 단정지어 유감을 올리신것에 대해 조금은 앞서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우주꿀꿀푸름누리

2004-11-07 21:08:51

이번 공연은 우찌노 지로씨의 유언으로 이루어진 거죠.
잘못된 정보가 많군요.

한금수

2004-11-08 06:51:56

공연초반 중국공안의 텃세 눈에 띠게 심했지만...

공연에 가신분들은 필님한분을 위해 정말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숫자적으로는 작았다고 할지 모르지만,그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팬들이었습니다...팬클럽활동이 아니라 팬의 순수한모습입니다.개개인의 모습임을 밝혀드립니다.

"노래나 불러 노래나 불러".....(어이 없군...ㅠ.ㅠ)
믹싱없이 순수 라이브를 에누리 없이 보여주신 그 음악성을 듣지못한 그런사람들이
참으로 불쌍하기까지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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