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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울 수 없는 꿈(2)
며칠 전에 대학동창회 모임을 했다.
졸업하고 처음 보는 사람도 있고 몇 달 전에 본 친구도 있었다.
처음 모임을 한다고 연락을 받았을 때는 참 기분이 묘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보고픈 사람도 없는 거 같고..귀찮기도 하고...암튼 그랬다.
오빠 공연 쫒아 다니면서 나름대로 스트레스도 풀고 최근 예당공연으로 인해
마음은 늘 행복해 하고 있었으니깐 아마도 그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퇴근 후 친구와 근처에서 만나 약속장소로 발길을 옮겼다.
가는 동안 옛일들이 하나둘 생각이 나면서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졸업하고 10여년이 흘렀다. 강산이 변했을 시간동안 우린 뭘 한다고 연락도 없이
살았을까?...를 생각하니 살아가는 게 참 우스워진다. 시간도 우스워지고..
분명 졸업할 땐 이러지 말자고 다짐을 했던 우리들인데 말이야...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강산이 변해야 하는데 선배들이고 친구들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기억에도 없던 얼굴들이 손을 잡고 눈을 맞추는 순간에 어제의 일처럼
"누구야?...누구누구지?..." 를 연발 외치게 만든다.
기억이란 참 무섭다. 잊은 듯 살았는데 머리 속은 온통 강의실 책상에 앉아
환한 웃음꽃을 피우고 있단 말씀이야.
학교 다닐 때 특별히 친했던 한 선배랑 악수를 하면서 어떻게 살았냐고 안부를 물었다.
이 선배 다짜고짜 하는 말이 나를 하늘로 붕~ 뜨게 만들어 버린다.
"야~ 영미야..아직도 용필오빠 좋아하나?.. 저번에 티비에서 공연하던데 진~짜 멋지더라.
그거 보는데 니 생각이 왜 그렇게 나겠노?..우리는 조용필 팬이다.
이거 들고 흔드는데 정말 뿅~ 갔다는 거 아이가...다음에 콘서트장에 꼭 한번 가고싶더라~."이러는 거다.
"아~ 속초공연~!...그거 멋지죠?.. 예당은 더 멋진데... 다음에 콘서트 같이 가요."
"참...옛날에 선배가 나한테 오빠테이프 녹음 해준 거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갑자기
그 생각이 나네....." 이런...저런...
할 말은 무진장 많았으나 간단하게 설명할 일도 아니고 해서..
"선배 좀 있다 시간 내서 따로 얘기 좀 해요." 이러고 마무리를 했다.
그 선배는 예술의 전당 공연이 얼마나 감동적인지를
FEEL & PIL 공연이 얼마나 신나고 파워 풀 한지를
미지의 세계가 노래 제목만이 아닌 너무도 자랑스런 오빠의 팬클럽이라는 것도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팬클럽 '이터널리' 와 '위대한 탄생' 이 있는 것도
예당에서 위탄과 미세와 이터널리 티셔츠를 입고 오빠가 앵콜을 부르신 것도
새까맣게 모르고 있을 것이다.
DVD 인터뷰에서 오빠가 자랑스럽게 얘기한
'조용필 인터넷 방송국' 이 있다는 사실도
신청곡 올리면 즉각.. 즉각 노래 들려주는 24시간 논스톱 방송국과 디제이들도
모두 우리들의 사랑스런 필 팬이라는 사실도 모를 것이다.
많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웃고 떠드는 가운데 내 머릿속엔 온통 이런 어마 어마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먹고사는 거에 바빠서 과거에 머물러 있는 오빠에 대한 흔적들을
다시 일깨워 주고 싶었다. 무슨 필(弼) 전도사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1차 마치고 보니 그 선배가 보이지 않는다.
집안에 일이 있어서 그냥 살짜기 간 모양이다.
'아니... 이런~~ 난 어떡하라구?.....'
어마어마한 弼세상을 말하지 않고선 잠이 오지 않을 거 같은데...
언제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데....으앙~~~ㅜ.............ㅜ
집에 오자마자 테이프를 찾았다.
10여년이 지난 테이프엔 '10집 PART1, 2 '와 그 외의 곡들이 적절히 담겨져 있다.
시간을 거슬러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서 추억 속의 나와 재회를 했다.
잔디밭에 앉아서 '큐(Q)' 를 들으면서 사랑을 얘기하고,
'그 겨울의 찻집' 을 들으면서 이른 아침에 문 여는 찻집이 어딨냐고 따지기도 했고
'I LOVE 수지' 를 들으면서 어딘지 모를 곳으로 기차여행을 하고 싶어했었고,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들으면서 눈 덮힌 킬리만자로를 동경했으며
'모나리자'를 들으면서 루브르 박물관으로 배낭여행을 꿈꿨으며..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하기 때문에 오늘도 열심 공부하고 있다고..
이런 저런 말장난을 하면서 보냈던 일들이 눈앞에 선하다.
오빠 콘서트장에 가고싶어 TV앞에서 눈물로 보냈던 어린 시절..
오빠 사는 서울 하늘이 그리워 기차 타고 서울 가는 꿈만 수도 없이 꾸던 시절..
연말이면 관제엽서를 수 십장 써서 방송국에 보내던 어린 시절..
오빠 소식을 알기 위해 서점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잡지책을 뒤지고 읽고 외우기를 수십 번..
이런 시골 변두리에 살았던 어린 팬의 서러움을 오빠는 아실까?..
오직 TV를 통해서만 오빠를 볼 수 있었던 서글프고 속상했던 어린 시절..
그 곳에서 내가 가진 거대한 꿈은
오빠 이름을 건 멋진 공연장 하나 만드는 게 나의 꿈이었다.
그것도 서울이나 도시가 아닌 시골 마을에 말이다.
참 나다운 생각이었지만 얼마나 애절했으면 그런 생각을 다 했을까 싶다.
사람이 가득 차고 안 차고는 둘째 문제였다.
오르지 내가 쉽게 갈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곳이면 되니깐 말이다.
그때 그 시절엔 콘서트장이 별로 없어서 오빠는 주로 방송국에서 노래를 하셨다.
방송국이랑 오빠 집 앞...그곳에서 오빠를 기다리는 내 또래의 필 팬들~!
나 같이 멀리 시골에 사는 애들은 꿈이나 꿀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지금도 팬들이 만나서 어릴 적 오빠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면 난 그냥
그 부러움에 내가 꼭 그곳에 있었던 아이 마냥 혼자 상상을 하면서 듣기만 한다.
참...재밌다.
다른 이들의 추억을 통해서 나 또한 나만의 추억을 만들고 있으니깐..
내가 오빠 이름을 건 공연장 하나를 설계하기도 전에
대구에 오페라 하우스가 탄생했다.
오페라하우스가 탄생한 순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드디어 대구에서도 오빠가 뮤지컬 공연을 하시겠구나~! 였다.
지방 팬들에게도 '조용필표 멋진 뮤지컬' 공연을 보여 줄 수 있겠구나~!..
기대하고 고대하고 있으나 아직도 소식이 없다.
이런 저런 이유가 많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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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간절히 바라던 21세기이긴 하지만 아직도 일상을 탈출 못하고
자기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 머물러 있는 팬들이 많다는 거 오빠도 알아주시길 바래요.
그러니깐, 대구에서도 공연 좀 해주셔용~ 네에~
2002년도 5월 비상콘서트랑 9월에 인터불고 공연말고는
2년 동안 공연이 하나도 없었어요~
대구 애들이 너무 예뻐서 공연을 안 하시는 건가요?...
물론 가까운 포항이나, 울산...부산..대전..광주..서울까지 가긴 하지만서도..
횡설수설..
암튼...대구에서 공연 안 해주시면 오빠 미워할꺼얌..^^*
오빠 제발 대구 팬들 버리지 마소서~~!! <--- 협박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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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분짜리 테이프 하나에 꿈과 기쁨을 안겨준 선배~!
속초 디비디랑 18집을 가지고 다시 한번 더 만나야 할거 같다.
그런데, 35주년 DVD는 있을까?...
내년엔 대구에서 공연을 꼭 해주실 거라 왕창 믿는^^
<필사랑♡김영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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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댓글
하얀모래
2004-12-23 02:59:58
영미얌.. 배고푸다.. 맛난것 좀 사도~ 어흑.. >_< 어지러~~ 픽~
오빠야가 내년엔 꼭 대구에서 공연하시겠지.. 기다리바라~ ㅎㅎㅎ
우주꿀꿀푸름누리
2004-12-23 03:56:51
가오리
2004-12-23 04:17:54
필님과 함께 하시지 않겠는교!! 대구에서도 언젠가는 공연할날이
있지 않겠습니까?? 몬하모 할수 없구.....부산와서 보모 되제..ㅎㅎ
김현
2004-12-23 05:16:49
내년을 기다려보자구요. 대구공연.^^*
Sue
2004-12-23 06:03:13
필사랑영미님 꿈은 이루어 진다..알지요?
팬클럽운영자
2004-12-23 07:28:42
필love
2004-12-23 18:53:05
25일 부산에서 뵈어요. ^-^;
필사랑♡영미
2004-12-23 23:07:43
밤새 지울가 말까 고민하다 아침에 사이트 들어 와 보고 덧글 단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해서 그냥 두고 갑니다.(아직도 마음은 불편해요..)
긴 글 읽어주시고 덧글 달아주시고..
보잘 것 없는 글에 추천까지 해주신 님들 감사합니다.
오빠가 대구에서도 공연 좀 해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 올린 글 입니다.
저야 어디든 오빠 공연 보러 갈 수 있지만...
쉽게 못 움직이는 일반팬들도 있다는 생각에서 쓴 글이니
너무 이상하게 생각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