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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원조
日 최고권위 NHK '홍백가합전' 단골출연
'한류, 새롭지 않다.'
2004년 한국 연예계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두 글자는 바로 '한류'.
그러나 '겨울연가' 이전에도, 심지어 '아시아의 별' 보아 이전에도 한류는 분명 있었다.
일본 내에서 한국 가수들의 활약이 가장 활발했던 시절은 80년대 말~90년대 초.
이 시기에 일본을 주름잡았던 조용필 계은숙 김연자의 활약상은
일본의 '국가적 행사'로 불리는 NHK의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戰) 기록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매년 12월31일 일본의 인기 가수들이 홍팀과 백팀으로 나뉘어 경연하는
NHK TV의 '홍백가합전'은 90년대 말까지도 5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전 국민의 관심사.
"이 자리에 초대되지 못하면 인기 가수라고 부를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권위를 자랑해온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재일교포를 제외하고 처음 등장한 한국 출신 가수는 조용필.
이미 84년 일본의 다니무라 신지, 홍콩의 알란 탐과 함께 '팍스 뮤지카'를 조직해
'탈 아시아'를 선언했던 조용필은 86년 일본 골든디스크상 수상에 이어
87년 일본 마침내 홍백가합전에서 '창밖의 여자'를 부르는 쾌거를 이룩했다.
조용필은 88년 '한 오백년', 89년 'Q', 90년 '돌아와요 부산항에'까지
4년 연속 출연했고,
일본 14개 도시 순회 공연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조용필에게 매년 공연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다.
그러나 홍백가합전에 관한 한 조용필도 계은숙에게 한발 양보해야 한다.
88년 처음 등장한 계은숙은 94년까지 무려 7년 연속 출연하는 기록을 남겼다.
일본 출신 가수로서도 흔치 않은 기록. 계은숙이 94년 소속사를 옮기지 않았더라면
기록은 10년 넘게 이어졌을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89년 '아침의 나라에서(朝の國から)'를 히트시키며 처음 출연한 김연자도 2001년까지
총 3회의 출연 기록을 남겼다.
물론 이때까지 '일본에서 통하는 한국 가수=엔카 가수'라는 등식이 성립할 수도 있었지만,
2002년 보아의 등장은 한국 연예인의 일본 진출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들의 성공에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한몫을 했다는 것도 이채롭다.
조용필의 등장 뒤에는 88년 서울 올림픽의 후광이 있었고,
보아의 성공에도 2002 한-일월드컵이 조금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설.
그러나 이들은 이내 진짜 실력을 인정받아 모두 장수하는 인기 가수의 면모를 보여줬다.
가요계 원로들은 "80년대말 한국 가수들이 성공을 거둔 데에는 와다 아키코를 비롯,
한국계로 알려진 정상급 엔카 가수들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고 말하고 있다.
당시의 재일교포 연예인들이 자신이 한국계임을 밝힐 수 없었던 '불행한 세대'라면
최근의 신세대 연예인들은 공공연히 한국인임을 공개한다는 것이 특징.
여기에 불붙은 '한류 붐'은 이제껏 자신의 정체성을 감춰왔던 한국계 일본 연예인들의 '대량 커밍 아웃'을 유발,
'범 한국계'의 일본 대중문화 장악을 유발할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 송원섭 기자 five@>
http://sports.chosun.com/news/news.htm?name=/news/entertainment/200501/20050101/51a82001.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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