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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인터뷰에 형님 얘기 나오네요.

송상희, 2005-06-13 04: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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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한국의 보이조지 이승철

[경향신문 2005-06-12 18:06]    



‘희야 날 좀 바라봐 / 너는 나를 좋아했잖아 / 너는 비록 싫다고 말해도 / 나는 너의 마음 알아.’


1985년 겨울, MBC 버라이어티쇼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당시엔 ‘토토즐’이라고 불렀다) 라이브 무대.


긴 롱코트에 중절모를 쓴 그룹 ‘부활’의 리드싱어가 질러대는 노래는 그렇고 그런 노래들과 분명 달랐다.


고음의 미성(美聲)에 담긴 애절함이 폐부를 찔렀다. 한국의 보이조지로 불리면서 단숨에 소녀팬들을 사로잡았던 가수 이승철. 불과 열아홉 나이에 스타덤에 올랐다. 방위병으로 군복무하던 시절, 김태원이 이끌던 그룹 ‘부활’의 리드싱어로 전격 발탁된 그는 순식간에 ‘부활은 곧 이승철’이라는 등식을 만든 것이다.


그가 가수생활 20년을 맞았다. 우리 나이로 불혹(不惑). 20년 전의 얼굴에 적당히 살이 붙었지만 미소년 같은 인상은 여전하다. 그뿐 아니라 인기도 그침이 없다. 지난해 10대들의 전유물인 된 방송 인기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긴 하루’로 1위에 올랐다. 10대들로부터 ‘신인가수치고는 노래를 잘한다’ ‘열심히 해서 조성모처럼 유명한 가수가 돼라’는 칭찬(?)을 받았다.


“요즘 제 공연장엔 모녀(母女)나 부자(父子) 팬들이 유독 많아요. 한 가족이 이승철의 노래로 공감대를 갖는 거죠. 다 철없이 산 덕분입니다. 음악하는 사람은 철들면 안 되거든요. 그러면 자꾸 현실적인 조건부터 따지게 되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이 식어버리죠.”


-열아홉에 스타덤…벌써 불혹의 나이-


정규앨범 9장(부활 2집, 솔로 7집) 등 20장의 앨범을 내면서 그가 선 라이브 무대만 2,000회가 넘었다. 얼핏 가수로서 순탄한 행보로 보였지만 그와 마주앉아 짚어본 20년은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


“대마초와 이혼이 제 삶에 가장 큰 상처이자 약이었습니다. 세상 무서운 줄 몰랐던 시절에 ‘대마초 연예인’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결혼의 의미조차 모르고 했던 결혼으로 ‘이혼남’이 됐지만 그때마다 음악이 나를 다잡아줬어요.”


데뷔 5년차. 스물셋의 나이에 대마초라는 복병을 만났던 그는 5년간 방송출연을 할 수 없었다. 당시 어머니가 “이제 너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야 한다. 앞날을 꾸려나갈 자산이 뭔지를 찾아보라”고 충고했다.


그때 이승철이 찾은 것은 라이브공연 무대였다. 한순간의 실수에도 팬들은 변함없이 공연장을 찾아줬다. 그런 팬들을 위해 그는 최고의 무대를 위해 아낌없이 돈과 열정을 쏟아부었다.


탤런트 강문영과의 결혼과 이혼. 그를 둘러싸고 많은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한동안 술로 상처를 달래면서 방황했다. 마음을 다잡고 툭툭 털고 일어나 그 슬픔을 노래에 담았다.


“그런 시련이 없었더라면 오늘 같은 20주년도 없었을 겁니다. 운도 많이 따라줬죠. 저로서는 재기하는 기분으로 낸 앨범들마다 모두 히트했거든요.”


대마초로 인한 방송금지가 풀리면서 냈던 ‘오늘도 난’과 이혼 후 ‘부활’과 함께 냈던 ‘네버 앤딩 스토리’가 모두 수십만장씩 팔려나갔다.


지난해 연말 가왕(歌王) 조용필이 후배가수들을 불러 마련한 술자리의 이승철이 생각났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모인 자리. 대부분 그에게는 후배격인 가수들이 모였지만 이승철은 “내 앞에 늘 조용필 선배가 있었다”면서 유치원생처럼 재롱을 떨었다.


“10대 시절 김태화, 김현식, 스팅 등이 음악교과서였습니다. 그러나 가수로서 늘 본받고 싶은 분은 조용필 선배를 비롯해
나훈아, 패티김, 윤복희 선배 등입니다. 저도 지난 20년간 늘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공인으로서 힘들었는데 그분들은 대부분 30~40년을 한결같이 노래하시면서 살아오셨잖아요. 오로지 음악만을 생각하면서 삶의 나침반을 맞춰오신 선배들이 있어 저는 행복합니다.”


-대마초·이혼 딛고 제2전성기 구가-


그를 아껴주는 팬클럽과 15년을 함께해온 전속밴드 ‘황제’도 든든한 배경이다. 올해로 18년째 맥을 이어온 팬클럽 ‘새침떼기’는 그의 20년 히스토리를 그대로 간직한 화석(化石) 같은 존재다. 한때 5만명을 상회하던 팬클럽이지만 지금은 줄잡아 2만명선. 그는 매년 봄산행, 여름캠프, 생일잔치, 스키캠프 등을 열어 팬클럽과 만난다.


“카이스트 박사나 변호사부터 간호사, 식당 주인, 버스 운전기사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 모였어요. 재미있는 건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팬클럽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죠. 사실 이젠 그분들이 제 팬들이라기보다는 더불어 한세상 살아가는 누이이자, 동생 같아요.”


밴드 ‘황제’는 베이스 최원혁, 피아노 이송이, 키보드 고광일, 드럼 이상훈 등으로 구성됐다. 이제 무대 위에서 눈빛만 봐도 뭘 원하고 있는지 알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다.


그는 최근 20주년 기념 앨범 ‘어 워크 투 리멤버(A Walk To Remember)’를 내놨다. 예전보다 훨씬 편안해진 창법으로 불러 듣는 이들을 추억 속으로 인도하는 앨범이다. ‘열을 세어보아요’ 등의 발라드 곡을 비롯해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양희은의 ‘한계령’ 등 리메이크 7곡이 실려 있다.


“사실 녹음하면서 와인을 한잔씩 마시고 했어요. 저 스스로도 참 편안하게 들리더군요. 스무 살 시절에 제가 불렀던 노래는 갓난아기의 옹알이 수준이었죠. 이제 걸음마 단계를 거쳐 비로소 대문 앞까지 나왔습니다. 이제야 진짜 노래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18년된 팬클럽은 삶의 동반자그가 녹음을 위해 뉴욕 등지의 스튜디오를 돌면서 만난 뮤지션들은 대부분 40대 이상이었다. 그들이 한결같이 “이제야 음악이 뭔지 알 것 같다”고 말할 때 이승철에겐 지나친 겸손으로 들렸다. 그러나 그 역시 결코 겸손이 아니라 진실이었음을 비로소 알겠단다.


5월28일 경북 구미에서 시작된 20주년 기념 전국투어콘서트 ‘진성(眞聲)’은 내년 2월까지 계속된다. 18일과 19일 양일에는 서울 올림픽공원 잔디마당에서 공연을 갖는다.


“앞으로 일본에 진출하여 라이브 가수로서 인정받고 싶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로서 우리보다 훨씬 라이브가 활성화돼 있는 일본에서 일등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올해에도 영화 ‘청연’의 OST와 라이브앨범 등을 잇따라 낼 이승철은 내년에 나올 8집은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만드는 클래식한 앨범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10대 가수 무대에 섰을 때 아이돌그룹 ‘동방신기’를 보면서 ‘아, 나도 참 오래된 가수로구나’ 하고 느꼈다는 이승철. 음악을 향해 열려 있는 젊은 마음이야말로 20년산 가수 이승철의 힘이 아닐까.


〈오광수 공연문화부장〉










송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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