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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님쟁이의 평양 콘서트 후기.

필님쟁이, 2005-08-24 0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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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
추천 수
7
<곡순서는 써놓질 않아서(퍽!) 위탄에 등록되었던 긴급입수 자료를 참조하였습니다. 다음부터 후기 쓸땐 메모를 다짐하며..>

필님쟁이의 평양공연 후기]
절제미가 한층 강화된 듯한 이번 공연..
시작은 게스트의 첫인사로 스타트되었다.
그 뒤, 필팬들이라면 태양의 눈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스크린이 펼쳐졌고
나 또한 필팬임에도 워낙 훌륭하매 스크린에 빠졌다.
이글거리는 태양만이 아닌 복잡한 태양계 우주를 그려 낸 스크린이다.
강렬한 태양을 형상화한 곡 태양의 눈-
18집 버전과는 다른 '예당버전'을 들려준다.
자세히 보니 2002년도 예술의 전당 콘서트시 사용되었던 걸
사용한 듯 하였다.
난 나름대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았고,
필님께서는 완벽히 곡을 부르셨다.
태양의 눈 후 단발머리가 흘러나왔다.
순간..나는 필님의 기타가 달라진 것을 보았다.
서프그린 테일러 기타에서 블랙 기타로..
(스윙k1인 거 같았는데 픽업 보니깐 아니다.)
단발머리는 최대한 원곡버전과 공연버전과의
타협을 이룬 편곡인 듯 하였다.
신서사이저의 80년대 음향, 바탕음악의 현대적인 전개가 그것이다,
예전에 기타리스트 친구의 연습실에서 일렉을 잡고
단발머리를 반주해본 적이 있었는데 매우 어려웠었다.
하지만 필님께선 여전히 코드를 자유자재로 잡으며 노래셨다.
공연 중 수시로 북한 관객석을 카메라가 비추어 주었다.
근데 사람들의 표정은 알수가 없었다.
(북한사람들은 관람매너가 너무 좋아 탈이야-_-;)
단발머리 후, 못찾겠다 꾀꼬리 음악이 흘러나왔다.
익히 들어 매우 반가웠다.
못찾겠다 꾀꼬리 꾀꼬리~에서
필님 동심의 세계가 아직도 엿보이는 듯 하였고
동시에 듣기 좋은 이태윤님의 베이스 초퍼(맞나?)가 들려 왔다.
나는 공연 내내 남한의 관람태도와 북한의 관람태도를
자꾸 비교하며 관람하게 되었다.
지금쯤이면 남한에선 한창 야광봉이 흔들려야 하는데.
공연에 관객호응도가 너무 낮은 듯 하여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음..그리고, 엉뚱하게도 이태윤님 얼굴을 보자 태진아가 떠올랐다,
순간 '못찾겠다' 가 들려 왔고, 다시 객석이 나왔는데
북한관객들의 표정에 경이롭다는 듯한 표정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즐기는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북한관객은 무대에 선 사람이 절제미를 보이면
관객도 절제미를 보이는 것인가?
필님께선 흥겹게 못찾겠다 꾀꼬리를 부르신 뒤, 간단한(?) 멘트를 말하시고
또 다시 노래하셨다.
노래는 '허공'으로 기억한다(<-어이, 하루도 안 지났어--)
북한사람들이 안다기에 급하게 추가시키셨다는 곡이다.
트롯으로 분류되지만 매우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곡이다.
다음 곡은 '친구여'.
개인적으로, 관객과 함께 되었다면 더욱 좋았으리라고 기대했는데,
남한서의 필님은 '친구여'를 부를 때, 관객과 함께 하시지 않는가.
관객과 무대인이 함께하는 콘서트는 매우 보기 좋은 모습임은 틀림없다.
난 보기 전에 '아무리 그래도..결국은 스탠딩 될텐데 뭐'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친구여를 부르신 뒤엔, 북한서 남한애창가요 1위라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흘러나왔다.
1집 원곡을 생각나게 함과 동시에
90년대의 새로운 편곡을 보여주는 버전이었다.
관객 중엔 노래를 아는 듯한 사람들이 꽤 많아 보였다.
(그럼 좀 따라부르지--)
조용필님께선 돌부항을 싫어하신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노래가 좋으면 관객도 감동을 먹을 텐데!
돌부항 후, 곧이어 북한사람들이 많이 안다던
그 겨울의 찻집이 흘러나왔다.
그 겨울의 찻집 역시 최대한 원곡버전과 공연버전의
타협을 이루는 편곡인 듯,
분위기는 점점 고급(?)스러워지고,
필님의 목소리도 이제 본격적으로 좋아졌다.
'그 겨울의 찻집'의 아늑한 분위기가 마무리될 때,
나는 순간 '오!'라는 말을 내뱉었다.
공연장 스크린에 눈에 익숙한 새 한 마리가 그려져 있던 것이다.
바로 끝없는 날개짓 하늘로!
본인이 노래방에서 항상 '같은 모습으로'부분에서
좌절하곤 했던 그 곡이다.
끝날하를 보며 북한관객에겐 이 공연이
'문화적 충격 그 자체일 것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만으로 채울 수 없었던 잊혀져 간 삶의 흔적들..
예술엔 국경이 없다고 했던가,
북한관객에게도 분명히 충격적인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럼 그럼, 아름답고 말고..필님의 예술성은 이게 다가 아니다.
꿈 - 다음 곡이다. 저절로 무릎을 들썩이게 하는 기분좋은 드럼소리,
맑은 기타의 소리, 좋다. 이 곡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더라.
이후 게스트(sbs관련)가 나와서 필님과 대화를 하고,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공연한다고 한 뒤..
장엄한 음악, 기름기 없는 화려함이 표현된 곡 '그리움의 불꽃'이 나왔다.
불꽃..강렬한 불꽃이다. 필님의 목소리와 무대장치와 음악 분위기는
단연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
(하나만 들자면 중간에 하트가 나와서 좀-_-)
이후에 남한 북한 어딜 가든 누구나 아는 '한오백년'이 흘러나왔다.
35주년 잠실경기장 콘서트를 tv로 보았을 때(추석)가 생각났다.
난 그때 필님의 공연을 처음으로 보았었다.
득음에 이르른 목소리는 단연 민족의 한을 잘 나타내 준다.
다음곡으론 (당연히) 간양록이 나왔다.
이국땅 삼경이면 밤마다 찬서리 이고 어버이 한숨실은 새벽달일세..
가사와 멜로디 모두 민요적인 조용필의 명작 중 하나다.
북한공연서 한오백년과 함께 빠질 수 없는 곡이다.
변방의 북소리가 들리고, 클라이막스가 들리며 곡이 끝났다.
그리고, 생전 처음 듣는 반주가 흘러나왔다.
이게 뭐시라? 싶어 제목을 보니 '자존심'
이번 공연은 자존심의 승리인가?
때론 훵키하고 때론 단아한 대위적 편곡이 한층 새로워 보였다.
여기서 최희선님의 기타소리가 달라진 것이 들렸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2004년도의 기타소리가 더 듣기 좋았으나
지금 들었던 기타도 새로운 좋은 소리다. 매우 훌륭하다.
북한관객뿐 아니라 필팬들에게도 충격이었을 자존심이 끝나고,
필님께서는 북한가요 2곡을 엄선하셨다면서 노래하셨다.
처음 곡으로 자장가를 부르셨다.
사랑의 자장가로 다져진 자장가에 어울리는 보이스에서
필님의 힘이 느껴진다,
다음 곡으로는 북한가요 '험난한 풍파 넘어 다시 만나네'가 나왔다.
이 역시 위대한 탄생이 아니었으면 이토록 깨끗한 표현이 가능했을런지.
(이 곡에서 북한사람들의 반응이 갑자기 up-_++)
다음 곡은 봉선화였다. 그리고 곧이어 황성옛터를 들려주셨다.
3집에 수록된 음악보다 듣기가 훨씬 좋았는데, 아마 키보드사운드를 추가시켜서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 일몰에 드럼소리만 선명하게 추가시켜도 새로운 느낌이 나듯..
다음 곡이 모나리자였(을 거에요ㅠ)다. 급하게 추가하셨다는 또 하나의 곡이다.
모나리자의 흥겨운 록 리듬은 필팬들의 어깨를 들썩였을 것이다.
특히 이번에 최희선님의 모나리자 간주 GUITAR PLAY는 매우 깔끔하였다.
아버지께서 보시곤 '기타 잘치네'한마디를;;(최희선님은 최고의 기타리스트^^!)
코러스가 절묘하게 화음을 넣는 '모나리~자'에서는
역시 음악이란 아름다운 것임을 새삼 느끼게 해 준다.
다음 곡으론, 본인이 매우 좋아하는 미지의 세계가 흘러나왔다.
사랑의 노래를 멈추지 말아요~
목소리가 얼마나 깨끗하고 순수하게 들리는가!
요즘..가끔씩 노래연습장 가면 필자가 18번으로 올리는 곡이다.
미세 뒤, 곧바로 드럼소리가 들리며 여행을 떠나요가 play되었다.
이것도 약간의 편곡이 중간에 가미된 듯 하며,
매우 흥겨웠음은 말할 여지도 없겠다.
여행을 떠나요 뒤, 필자가 매우 기대했던 부분인 '생명'이 흘러나왔다.
2절 클라이막스를 보면
북한관객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하지만..바람은 불어 옷자락이 날리는데 상승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SBS측에서 실수로 상승하는 모습을
잘 표현하지 못했을 가능성으로 생각하고 싶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공연촬영솜씨는 SBS보다 팬클럽이 한수 위인 듯..
생명이 끝나고..엔딩곡으로 지정되었던 꿈의 아리랑이 나왔다.
크레인이 등장했으리라고 잔뜩 기대했었는데
한반도 모양의 무대상승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매우 신선하고 보기 좋았다.
특히, 북한 객석에서 꿈의 아리랑을 따라부르려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정말로..좋은음악은 공간의 한계를 초월해 모두에게 감동을 주나보다.
하지만 팬클럽서 5000개를 제작했다는 휴대용 한반도기는 못 보았다.
꿈의 아리랑이 끝나고..예정시간보다 15분 전에 끝나서 이상했다.
하지만 필님께선 퇴장의 달인이시매.. 북한객석서 앵콜 외칠때..
솔직히 본인은 북한객석이
앵콜 외칠때 벌써 차에 타셨으리란 생각을 했는데
홀연히 '홀로 아리랑'을 앵콜곡으로 부르시더라.
홀로 아리랑..비록 처음 듣는 곡이지만 굉장히 노래가 좋았고
마지막으로 매우 열창하시는 필님의 모습..
필님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나는 너 좋아'가 빠진 게 아쉬웠다.)


공연을 보고..
새삼 '필님의 힘'이 느껴지는 듯 하였다.
80년대 1인독재 시절엔 지금보다 더했을 텐데..
필님의 음악성은 자석이고 필팬들은 철이다.
언제든지 가까이 하고 싶은 음악..
그래서 영원히 살아 숨쉬게 될 그런 음악..
그러한 음악을 다루는 뮤지션과 밴드는 우리들의 우상이며
동시에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



후기는 본격적으로 쓴게 처음인지라 허접하겠지만 읽어 주세요^^
2004년 말에 예당공연 후기 쓰려다가
잘 써지지 않아서 글을 쓰다가 말았었는데ㅜ
위탄에 글 올린 뒤 여기에도 올려요. 多코멘트 부탁부탁@@

6 댓글

우주꿀꿀푸름누리

2005-08-24 09:19:41

깨알같은 후기 잘봤습니다. ^^

김해경

2005-08-24 09:26:04

메모 안 하시고도 어쩜 그렇게 곡명과 순서를 정확하게 기억하세요?
저는 메모했는데... 완벽하십니다.

필사랑♡영미

2005-08-24 11:08:47

우아~ 정말 대단하십니다.^^*
한줄 한줄 잘 보고 갑니다. 공연 끝나고 언제 이렇게 긴 글을..
이제 자주 뵈요~^^*

Sue

2005-08-24 17:32:54

구구절절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나도 조용필의 철이닷!!!

짹짹이

2005-08-24 20:00:21

필님쟁이 심준...준이가 팬클럽 활동을 중학생부터 했던걸로 기억 하는데
지금은 고등학생인가?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이처럼 학생이 弼님의
평양공연 후기를 상세하게 썼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자랑스럽고
다시한번 되돌려 보기를 하는듯한 생생한 후기에 다시한번 감동 받았어요
준이처럼 위대한 뮤지션 弼님을 음악을 듣는 10代팬들이 점차 늘어나길
바래요. 10代의 선두주자가 되어주길 바래요. 준이 파이팅! ^^

송상희

2005-08-24 22:23:42

어제 형님이 들고 나오신 기타는 펜더 스트라토캐스터입니다. 아주 흔한 기타죠. 단, 장미나무 지판이라 좀 특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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