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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가 있다.
한업는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느낌과 더불어 갑작스레 찾아오는 적요함이 못 견딜 정도로 불쾌하게 느껴지는 그런 때.
그렇게 내가 정체되어 있다는 그런 느낌이 온 몸을 휘감아 올 때면, 분명 매일 매일을 영위해 왔던 그런 친숙한 일상 공간이 답답하게만 느껴지고...
그런 때가 1년이면 서 너 차례씩 예고 없이 불쑥 불쑥 나를 찾아온다.
그럴 때 나는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자기객관화란 입체의 연속된 공간 속에서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스스로 인지하는 것일 게다. 그리고 그렇기에 거기에 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다. 세계 속에 연결되어 존재하는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오감(五感)으로 지각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일정 거리 이상이 확보되어야 제 모습 전체가 조감되는 법이니까.
12월 초순,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난 11월 말부터 그런 상태가 다시 나를 찾아왔다. '떠나야지, 떠나야지' 그렇게 속으로 되뇌이면서도 구체적 계획 없이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만 갔고, 그렇게 나는 안으로 타들어가고만 있었다.
"주말에 나랑 여행가지 않을래?"
"어디로?"
"글쎄다. 속초로 갈까 아니면 전주로 갈까? 그래 전주가 낫겠다."
친구 녀석과 오고 가는 대화 중에 느닷없는 여행 계획이 세워졌고, 12월 5일 성남종합버스터미널에서 우리는 전주행 고속버스를 탔다. 그 날따라 왜 그리 바람은 거세고, 또 눈은 왜 그다지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푸짐하게 내리던지...
그동안 다녀온 장소를 돌이켜보면 지역마다 참 다양한 색깔과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낯선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문화 유적을 통해서, 번화한 도시 내부 구조 등이 내게는 그 지역을 차별화시켜주면서 또 새롭고도 반갑게 반추하게 만드는 아이콘으로 작용한다.
이번에 다녀온 전주는 글쎄, 내가 유별난 유미주의자(唯美主義者)는 아닐 지라도 단연코 맛과 향으로 오래토록 기억될 것만 같다.
갑작스런 연락에도 불구하고 몸소 터미널까지 마중나와 주셨던 <새벽이슬>님의 안내를 받아 삼천동 막걸리촌을 찾았다. 그 명성은 이미 TV를 통해 짐작하고 있었지만, 우와 정말 기대 이상이더군.
처음 시킨 막걸리 한 주전자에 딸려 나오는 안주가 여섯 가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계속되는 추가 주문에 결국 그날 우리가 먹었던 안주는 아마 총 열 세가지였을 것이다. 막걸리도 서울에서 그동안 마셨던 기존의 그렇고 그런 막걸리가 아니라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이라 그런지 그 맛과 향도 시원하면서도 참 달짝지근했었던 것 같고...
그렇게 1박 2일의 짧은 여정을 마치고 나는 다시금 일상생활로 멋지게 되돌아왔다.
뭐가 달라졌을까?
글쎄, 달라짐의 주체가 내 신변이나 주위 환경이라면 아마도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을 테지만, 내게는 식당에서 우연찮게 마주치는 콩나물 해장국 한 그릇이나 막걸리 한 사발에도 전주를 떠올리며, 묵직하고 든든한 새로운 추억 하나를 장만한 것 같아 '아! 또 가고 싶다'라는 주책맞은 생각에 뜬금없이 실실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고, '얘, 왜 이러나?'하고 주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것이 변화라면 변화겠지 뭐.
이 자리를 빌어서 전주에서 처음 뵈었던 <새벽이슬>님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과 더불어 다음 번에 서울 올라오시면 꼭 식사 대접하고 싶다는 말까지 첨언합니다.
'콘서트'라는 단어는 이상하게도 어감이 좋다.
그래서 그런지 그 소리가 환기시키는 이미지, 그것을 다른 단어로 대체하기가 내게는 매우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그건 콘서트라는 단어에서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열정'이나 '열기'가 주는 상쾌한 느낌 때문이리라 나름 해석해본다.
12월 19일 토요일.
무척이나 추운 날이었다.
그래서 친구 녀석과 약속 시간을 앞당겨 - 사실 이 녀석 출근 안하는 날이라 어차피 집에서 빈둥대며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었지만 - 공연장 주변에서 만났다.
그런데 왜 그런 것일까?
시간이 이른 탓도 있었지만 평상시에는 주변에 널린게 소주집이요 맥주집이었는데, 그 날따라 그 주변에 왜 한 군데도 술집이 안 보이는 것인지...
그래도 우리가 누군가?
결국에는 아파트 상가를 헤집고 다닌 끝에 이름 모를 중국집에 앉아 탕수육을 안주삼아 소주 2병을 맛있게 해치웠다.
투명한 소주 한 잔과 함께 고즈넉한 오후의 시간이 퇴적한다.
이 느낌, 참 좋다!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는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먹는 것일 게다.
확실히 술은 참 맛있다.
그것도 마음 통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일 경우에 술이 그 어떤 종합 비타민이나 자양 강장제보다도 더 약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은 나만의 아리따운 착각일까?
그렇게 따스해진 가슴을 보듬어 안고, 공연장을 찾아가는 짧은 시간 동안 내 안에서 맹렬하게 유쾌한 예감이 들었다. 그 감정은 아무리 뚜껑을 닫아도 끊임없이 솟구쳐 올라왔다.
'테라 인코그니타(Terra Incognita)'라는 단어가 있다.
혹여 이 글을 접하는 분들 중에 학부 시절 지리학이나 지리 교육을 전공하신 분께는 이미 익숙한 용어일 게다. 입학과 동시에 첫 강의 시간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용어니까. 굳이 해석하자면 '미지의 땅' 또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쯤으로 보면 될 듯 싶다.
간단히 추려 설명하자면 14세기 이후 포르투갈과 에스파냐가 주축이 되어 인도로 가는 항로를 앞다투어 개척한 이래로, 또 결정적으로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이라는 신천지를 발견한 이후 시작된 <지리상의 대발견 시대>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일종의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라고나 할까?
아시다시피 중세 유럽 사회의 침체와 더불어 한층 더 강력해진 상업 자본의 축적으로 기존의 지중해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무역 범주는 협소해졌고, 이슬람 세력과의 반목으로 궁지에 몰려 나름대로의 돌파구가 필요했던 유럽인들에게 항해라는 지평의 확대를 통해 결정적으로 유럽이 세계의 맹주로 발돋움하게 된 그런 계기를 표현해주는 말이 바로 <Terra Incognita>다.
결국 그것이 어떤 목적에서 시작되는 탐험이건 간에 모든 여정의 출발은 낯선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일 테니까. 비록 신화 속의 이야기일지언정 인류가 <판도라의 상자>를 굳이 열어 제친 것도 결국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끓어오르는 호기심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조용필의 공연을 처음 접했던 지난 여름은 분명 내게 충격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때 잠실 주경기장에서 진행됐던 당시의 공연을 함께 하면서 불현듯 내게는 <Terra Incognita>라는 이 오래된 단어가 떠올랐었다. 아는 게 병이라고 오늘 이 시간 공연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일행들을 기다리며 이 곳 저 곳 공연장 주변을 배회하면서 그 저녁 나는 다시금 매력적인 이 단어를 떠올린다.
어떠신가요?
우리 팬클럽명이 <미지의 세계>니까, <Terra Incognita>라는 단어와 무언가 설명하기 힘든 질긴 인연이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제게는 그렇게만 느껴진답니다.
공연이 시작되기에는 아직 한참 이른 시간인지라 급조된 팬클럽 부스 안에 촘촘히 모여 불을 쬐며, 정담을 나누는 많은 이들을 보며 그들 속에 가만히 나를 투영해본다.
지금 이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이 수많은 이들을 과연 뭐라 불러야 정당한 것일까?
친구, 지인, 팬...
한참을 화두같지 않은 이 화두로 고민하다가 어느 순간 나는 깨달았다.
'왜 꼭 이름을 붙여야 하는 거지? 그냥 이 순간을 즐기면 되는 것을...'
어떤 것에 깃드는 가치란 결국 개인이 각자 알아서 발견해내면 되는 것이잖은가!
그렇게 시덥지 않은 상념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공연 시작 30분 전이다. 팬클럽 부스 앞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반갑게 해후를 하고, 서둘러 공연장에 들어선다.
그런데 뭐지?
이 정체 불명의 안개는...
좌석 번호를 확인하고 앉아 주위를 둘러보는데 공연장을 가득 채운 뽀얀 연무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태생과 출처가 분명치 않은 이 농밀한 안개가 마냥 불안하게만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 이 시간, 이 장소를 훨씬 더 충만한 신비스러움과 친밀함으로 살포시 감싸주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고백 하나 해야겠다.
공연이 진행되는 2시간 여 동안 나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공연에 몰입했었다고는 감히 말하지 못하겠다. 원래가 딴 생각이 많은 인생인지라 그 날도 어김없이 조용필의 노래를 듣는 사이 사이 내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을 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 슬며시 웃기도 하면서... - 아마 이 글 보면 친구 녀석 틀림없이 그럴게다. "미.친.놈."하고.
뭐, 그래도 할 수 없다. 원래 내가 그렇게 생겨먹은걸 어찌하겠누.
여행을 가서도 나는 그런 편이다.
남들이 좋다고 꼭 봐야한다고 하는 유명 유적지들, 경치 좋은 관광지에 가서도 나는 역시나 딴 생각을 꼭 하게 된다.
그건 내가 태생이 타고 난 반골(反骨)이라서가 아니라, 음, 뭐랄까 나의 이러한 취미를 살짝 포장하자면 '사람들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이라고나 할까? - 너무 거창했나요?
어쨌든 공연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공연장에서 전체를 조감할 수 있는 사람이란 언제나 단상에 서 있는 무대의 주인공과 그 대극에 위치한 맨 뒷자리에 서 있는 사람뿐이라는 이 역설의 미학(美學)!
'그렇다면 굳이 VIP석이니 R석이니 S석, A석, B석이니 하는 이런 자리 구분은 불필요한 게 아닐까?' 라는 쓸 데 없는 생각을 역시나 잠깐 해보았다.
때로 그럴 때가 있다.
어딘가에서 이름 모를 낯선 이들과 섞인다는 것이 내게는 무척이나 힘들고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는 반면, 그냥, 그렇게 나는 가만히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타인들이 마냥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 정체 모를 동질감...
분명 이 시간이 흐르고 흘러 콘서트가 끝나고 나면 무람없이 흩어질 이 공간에서 지금 나는 정체 모를 흐뭇함에 한껏 고양되어 있다.
그렇게 쓸 데 없는 생각에 골몰하며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데, 순간 어디선가 "와아~!"하는 정겹고 푸근한 함성이 이 큰 공간을 가득 메운다.
불현듯 나는 '이 순간을 어떻게든 내 의식 저편 한 귀퉁이에 봉해두고 싶다'라는 일종의 기원과도 비슷한 마음을 간절하게 희구했다. '우선은 기억해두자. 그러려면 언제라도 다시 꺼낼 수 있는 장소에 넣어 두어야지.'
인생에서 우리를 들뜨게 하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아주 가끔, 진부하지 않은 어떤 것, 의미 있다고 느껴지는 어떤 것, 내가 있어야 할 바로 그 장소에 지금 있다고 느끼게 드는 어떤 것, 그런 것들이 나를 들뜨게 한다. 그럴 때 미열처럼 열정이 꿈틀거린다. 그 열정이 아마도 나를 여기로 몰아온 모양이다.
물론 열정이라는 기제 자체가 감정의 불균형 상태를 통해서만 작동되는 것이기에 감정의 소통회로에 존재하는 저항과 금지는 정서의 흐름에 낙차와 물매를 만들어 열정의 힘을 더욱 더 강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러한 저항이 거셀수록 열정이 더욱 뜨겁게 타오르는 것은 자명한 이치일 터.
원래 사람 마음이란 게 아름다움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게 마련이다. 내가 지금 조용필 콘서트에서 이렇게 흔들리고 있듯이...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 완벽한 타자들이었던 존재들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서로의 삶 속에 끼어들고, 또 어떻게 친밀감을 느끼고, 또 어떻게 서로를 구경하며 종내는 어떻게 만남을 유지해가는가를 재구성하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하나의 대상은 유일한 정의를 통해서만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일 게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조용필이라는 가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또한 마찬가지일 수 있을 것이다.
조용필의 노래를 들으면 그로 인해 그 어떤 이념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는 보편적인 윤리의 지점을 포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기술에는 애초부터 윤리적 시선이 아예 존재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 영어로 하면 "All for One, One for All"쯤 되려나.
'하나가 곧 모두이고, 모두가 곧 하나'라는 단순 명쾌한 진리의 말씀이렸다.
오늘 이 자리에 모였던 모든 이들의 마음이 바로 이와 같지 않았을까?
그리고 오늘 밤 이 자리에서는 내가 존재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랑받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 행복하다.
동화같은 따스한 시선과 그 유명한 <Harry Potter>에 나오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첫 등교하는 것과 같은 설레임, 다정하고 상냥한 사람들... 나는 감히 그들을 '우리'라고 부르고 싶다.
콘서트를 마친 저녁 8시 30분.
지금 올림픽 체조 경기장 주변에는 선명하고 짙은 어둠이 주변에 가득 차 있다. 어디선가 저 멀리 얇고 부드러워서 차마 붙잡을 수 없는 아우성이 지금도 아련히 이명처럼 귓가를 맴돈다.
그날 밤 콘서트장의 풍경 속에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멎고 충만감이 느껴지는 절대적인 힘이 깃들어 있었다. 그날 밤의 조용필 콘서트는 따끈한 한 잔의 차를 마시고 난 듯한 개운함과 아늑함, 그리고 풋풋함을 전해주는 그런 시간들이었다고 나는 회고한다. 그 날 그 곳에 모였던 사람들의 옆모습에서는 맑은 집중력과 모든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호기심이 깃들어 있었다. 우리들은 그 반짝이는 모든 것들을 아낌없이 발산하고 있었고...
이 세상에 단 하나의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나의 시간, 너의 시간, 바로 지금 우리가 함께 하는 이 시간...
아마도 우리는 그 날 저녁 12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동안 온 힘을 다해 농밀한 공간을 구축한 것이 아닐까? 그것도 아주 농밀하고 친밀한 공간을...
그래서 그 날 그 자리에 모였던 우리들은 이 모지락스럽게 추운 겨울날 함께 있었다는 기억의 공유로 남아 있는 이 겨울을, 자신들을 따뜻하게 하지 않을까?
포만감이 느껴지는, 그래서 그런지 추위가 그다지 싫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토요일 저녁, 나는 자그마한 긍지와 안락한 충만감에 가득한 시간을 '우리들'과 함께 했다.
낮술이 1부였다면, 본 공연이 2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3부 뒷풀이 술자리를 위해 오늘 함께 했던 일행들과 나는 지금 시내로 향한다.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일 게다.
그러니까 행복이란 언제일지 모를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에 놓여 있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택할 수 있는 본인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행복이란 대단한 그 무엇, 어떤 것을 통해서가 아니라, 적은 것에 만족하고 받아들이는데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오늘 밤 나는 무지 행복하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소중한 이들과 함께 하는 그 순간 속에 있는 것일 테니까.
같은 것을 볼 수는 없지만, 같은 것을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같은 것을 들을 수는 없지만, 같은 것을 즐길 수는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과 느끼는 것, 이 두 가지는 분명 서로 다른 것이지만, 그 중 정말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는 그 느낌일 것이다. 그날 밤 내가 그랬듯이...
이렇게 주절대는 이유는 나 역시 끊임없이 행복을 찾아 삿된 방황을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이 이미 내 가까이, 아니 이미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며 또는 그것에 대해 까마득히 잊고서는 사방으로 눈을 두리번거리며, 외로움과 불행, 그리고 허무의 무게를 어깨에 가득 이고서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렸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살아가는 일이 덜 힘든 법이다. 물론 좋아하는 이로 인해서 힘이 들게 된다 해도 그 힘듦이 살아가는 의미가 되는 것일 테니까...
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오는 것 같다. 바로 오늘 밤처럼, 그리고 행복할 때는 자신이 서투르다고 느끼는 그런 것들은 더 이상 중요한 것이 못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냥 거기에 함께 어우러져서 질펀하게 즐기면 되는 것일 테니까...
"고마우이, 친구야!"
여기 알프레드 디 수자(Alfred. D. Suja)의 시 한 편을 소개한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내게 머물다 가는 것에 더한 고마움을 느낄 줄 알면 어려도 현명하다 할 것이고, 홀로 닦고 스스로 보중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남을 존경하는 일일 것입니다.
날이 많이 춥습니다.
모쪼록 훈훈하고 건겅한 하루하루가 되시기를 빌면서 이만 줄입니다.
P.S)
비밀 하나 알려 드릴까요?
공연 끝나고 공연장을 벗어나면서 혹시 하늘 한 번 올려다 보시지 않았나요?
달이 많이 외로워 보이지 않던가요?
만약 그렇게 느끼셨다면 그것은 그날 밤 그 자리에 모였던 모든 이들에게 조용필이라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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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미지[백준현]
2009-12-22 04:29:20
짜슥~~ 말도 잘하네..
앞으로는 조금 활동 영역을 넓혀봐라~~ 일부러 여행 다닐필요없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게 될테니 ^^
수고했다~~ ^^*
풀빵
2009-12-22 04:30:14
맞아요...인생의즐거움은맛있는것. 먹는것..
마음이 통하는사람이랑 먹는것..
같은마음으로 한사람을 동경하면서, 공감하구 먹는것두 최고지요..
한참읽어내려 왔네요..ㅎㅎㅎ
꿈의요정
2009-12-22 04:36:20
오리엔탈님의 글을 읽고 댓글을 어떻게 달아야 될까를 생각하다가
그냥...
잘 읽었습니다. 오리엔탈님 이 글로밖엔 표현할수가 없습니다.
다시한번 아니 몇번을 반복해서 읽어 보아야 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번글도 생각나서 우리필짱님 친구분이구나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였군요~^^
필짱님 두달안된것 같은데 그사이에 그렇게 핸섬해지나???
다이어트 넘 열심히 하는거아닙니까ㅏ?ㅎㅎㅎ
반가웠습니다.
멋진친구분들 얼굴 좀 알켜줘봐욧~^^**
지오스님
2009-12-22 05:23:07
헉! 오리엔탈님~
이렇게 심오한 후기를...
만화책 보다가 갑자기 영문소설을 읽는 듯,
앞으로 쭈~ 욱 가다가 다시 또 한번 뒤돌아와 읽고...
요정님 말씀처럼 몇 번은 읽어야 할 것 같어요.
암튼 긴~~~후기!
잘 감상하고 갑니다.
aromi
2009-12-22 08:52:03
오리엔탈님,
첫번째 글에서 매우 진~~한 여운을 안겨주신 분!
오늘의 글 역시 이시대의 아픔과 존재의 이유,
그리고 인생의 문제를 움켜쥔 철학자의 고뇌가 엿보이는
장문의 서사시를 보는 듯합니다.
읽다보니 10집 Part2 에 있는 "말하라 그대들이 본 것이 무엇인가를"
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같다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쳐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을 이리도 심오하게 잘 쓰시는 분은 사적인 자리에서 어떠한 단어를
쓰시며 말씀하실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필짱님, 이 분 농담도 하시나여?
필사랑♡김영미
2009-12-22 10:04:12
아이디를 보니 우리 필짱님 친구가 맞는데....
역시나 필짱님이 단체 예매를 했다고 하길래 친구분이 이번에도 함께 오시나보다 했거든요.
공연장에 늦게 가는 바람에 필짱님도 친구분도 못 뵈었지만...이렇게 또 심오한 글과 함께 후기를 올려주셨네요.
또 다른 느낌의 글이라 되돌이표로 몇 번씩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다들 참 멋지게들 사시네요.
새로운 세상에 온 느낌들~ 낯선 이들과의 어울림들~ 내년에도 많이 올려주시길 바랍니다.^^/
긴 장문의 후기 잘 읽고 갑니다.^^
필짱님의 후기도 한번 보고싶네요. 언제 후기 한번 올려줘봐요~ 술만 먹지 말구~
은솔
2009-12-22 18:26:09
오리엔탈님의 후기는 보고또봐야 할것같습니다^^
멋지고 심오한 후기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얘기 부탁드릴께요^*^
弼福 많이 받으세요~~
송파장원장
2009-12-22 19:14:41
시간이 없어 요즘...
댓글조차도 글이 너무좋아 어찌할 바 모르겠어
분명 미지의 철학도 한분오심듯 추카추카
많은 글 부탁드림
유현경
2009-12-22 22: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