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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이라는 위대한 가수와 같은 시대를 산 우리는 행복했다. 팝송을 즐겨듣던 우리가 가요를 사랑하게 됐고, 질좋은 사운드와 다양한 장르의 뛰어난 가요, 수준 높은 공연을 접하게 된 것도 조용필이 문을 활짝 열어놨기 때문이었다. 우리 가요사는 조용필 전, 후로 나뉠 것이다
하지만'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는 조용필을 처음 본 느낌은 그다지 새롭거나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았었다. 카리스마도 매력도 나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몇 년간의 시련을 딛고 1980년, 그가 '창밖의 여자'로 다시 나타났을 때, 그는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그가 피를 토하듯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했는가'라고 절규하듯 노래하는 모습은 충격적으로 우리를 사로잡았다.
이후 그는 마치 몇 년간의 시련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줄줄이 히트곡을 내놓았다. 그것도 노래마다 어쩌면 그렇게 색깔이 다르고 세련되었는지.
그 이후 운좋게도 나는 방송국에서 몇 번 그를 볼 수 있었다. 조용필과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선배들 덕분에 가까이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다른 것은 하도 떨려서 기억이 나질 않지만 이 이야기만은 정확히 기억이 난다.
"나는 연습을 정말 많이 한다. 노래 말고는 관심 있는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없다."
그리고 그는 팬들의 사랑과 평론가, 기자, 음악 프로듀서들의 평가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천하의 조용필이 하루종일 연습을 하고 다른이들의 평가에 일일이 신경을 쓴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지만, 바로 그런 점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곡, 히트곡을 만든 원동력이 된 것 같다.
그는 대중들의 마음을 읽었고 그 감(感)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요즘에도 선곡 때문에 하루에 한 곡 쯤은 조용필 노래를 듣지만 늘 새롭고 늘 감탄을 하게 된다. 그의 노래는 어떤 분위기, 어떤 주제에도 히트곡이 딱 맞게 준비되어 있고 요즘 노래에도 질적으로 전혀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와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좋아하지만, 가장 조용필답다는 느낌이 드는 곡은 '꿈'이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그곳은 춥고도 험한곳/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뜨거운 눈물을 먹는다/머나먼길을 찾아 여기에/꿈을 찾아 여기에/괴롭고도 험한 이길을 왔는데/이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누구도 말을 않네/사람들은 저마다 고향을 찾아가네/나는 지금 홀로 남아서/빌딩속을 헤매다 초라한 골목에서/뜨거운 눈물을 먹는다/저기 저별은 나의 마음알까/나의 꿈을 알까/괴로울땐 슬픈 노래를 부른다/슬퍼질땐 차라리 나홀로 눈을 감고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발라드도 아니고 힘있게 불렀는데도 이노래를 듣다보면 조용필의 깊은 고독이 느껴진다. 화려해보이지만 어쩐지 안쓰러울만큼 쓸쓸하고 수많은 대중의 환호속에 살았지만 늘 혼자였을것같은...어쩌면 그래서 음악속에서 평생을 살 수밖에 없었을, 우리 시대의 가왕(歌王) 조용필!
그의 노래에 위로를 받으며 살았던 팬의 한 사람으로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꼭 하고 싶다. 더하여 조용필의 시대는 아직 진행중이라고 말해주고싶다.
조휴정ㆍKBS 해피FM 106.1 '즐거운 저녁길 이택림입니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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