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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디너쇼-발상의 전환이었다

정해주, 1999-11-14 20: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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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디너쇼 하면 성인취향의 레파토리와 슬로우 위주의 곡목들을 생각하고 차분히 관람할 마음으로 보게된다. 난 이번 디너쇼가 두번째인데 작년 경주 디너쇼에선 엄청 재미없었다고 평생 그렇게 재미없는 공연은 처음이었으므로...

그러나 이건 발상의 전환, 분명 디너쇼의 고정관념을 깨뜨려버렸다. 오프닝의 '그대여' 가 흘러나오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 , 이거 디너쇼 맞어? '하는 의문.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좋았다.
분위기를 엄청 산뜻하게 가져갔다. 그리고 레파토리의 진행이 콘서트와 다를게 없었다. 주 관객이 40 ,50대 임에도 불구하고 오빠 스타일의 곡들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이건 놀라운 거다.
서정성 짙은 '들꽂'. 피아노의 선율이 참 듣기 좋다. 항상 콘서트에서 듣고 싶은 곡이다.

처음 멘트가 끝나고 4번째 '바람의 노래'를 부를 때 굉장히 힘들어하는 표정이었다. 속으로 벌써 지치는 걸까? 오랫동안 노래를 안 불러 힘이 드시나보다 하며 걱정이 앞선다. 그 힘든 표정은 공연이 시작되고 반쯤 진행되었을 때 말끔히 해소되었다. 그 후론 아주 생생하셨다.
노래는 1절만 부르고 바로 다음 곡으로 넘어가도록 레파토리를 짜(빠른 비트의 곡에서만 1절만 불름) 나이든 관객들의 의중을 파악한 듯 지루한 맛은 없었다.
다만 '창밖의 여자'를 부르실 땐 극도의 조용함 속에 열창하는 오빠의 모습을 지켜보며 감정에 젖을 무렵 바로 다음 곡으로 넘어가버려 아쉬움을 많이 남겼다. 정말 끝까지 듣고 싶었는데...
그리고 이태윤氏의 모습을 여기서 표현하고 싶다. '창밖의 여자' 전주가 시작되자 조용히 눈을 감고 차렷 자세로 끝까지 오빠의 노래를 경청하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오빠에 대한 경외심이랄까? 감성을 자극하였다.
'바람이 전하는 말' 은 새로운 편곡 스타일을 선보였다. 마이너의 가요풍을 굉장히 산뜻하게 처리했다. 기존엔 건반을 밑바탕에 깔고서 조금 어둡게 갔다면 이번엔 최희선氏의 기타가 돋보인다. 일정한 형식의 패턴 기타 연주방법이 그 곡이 끝날 때 까지 쉼없이 똑 같이 연주된다. 듣노라니 animals의 'the house of the rising sun' 의 기타 연주가 생각난다.
아 ! 이렇게도 편곡이 가능한거구나...

두 번째 멘트에선 일본인들을 많이 배려해주었다. 그들을 위해 몇 마디의 일본말도 해 주었고 2002년 월드컵이라고 농담도 하셨다. 갈수록 말씀이 느시는 것 같다.
그들이 '추억의 미아'(일본어) 를 요청하자 관객들도 듣고 싶다며 박수를 쳤지만 오빠가 악보도 없고 연습도 안 되었다면서 짤랐다. 다행이다. 혹 안 좋은 얘기가 나올까봐 불안했는데 짤라서 다행이었다.
관객들은 'Q'와 '허공'을 참 좋아하는 모양이다. 반응이 엄청 좋다. 나 역시 이 두 곡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허공'은 미칠 정도로 좋아한다. 쉬운 멜로디, 아르페지오와 오블리카토의 자연스러운 연결, 기타의 절묘한 테크닉 그리고 H&P 의 깔끔한 터치 , 국민가요라 할 만하다.
슬로우 몇 곡을 제외하곤 디너쇼에 걸맞지 않게 시종 기타를 치셨다. 그리고 디너쇼는 콘서트화 되어가고. 쳐지지 않는 이 분위기가 너무 좋다.

세 번째 멘트에선 아프리카와 유럽을 다녀온 얘기를 했다. 킬리만자로의 산을 등반했다는 것과 드넓은 평원에서 동물의 왕국을 연상하는 많은 동물들을 봤다는 얘기, 탄자니아 뉴스에 출연한 얘기, 그곳에서 오빠의 공연을 열어달라는 얘기 등을 말씀하셨다.

그리고 앵콜송.
또 한번 뒤집어졌다. 이건 대학로 공연에서나 들을법한 노래를 이 디너쇼에서 선보이는 것이다. '어제 오늘 그리고' , '그대를 사랑해' , '여행을 떠나요'
'그대를 사랑해' 에선 오빠가 기타 연주를 함에 있어 많은 보여주기를 시도했다. 역시 대학로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인데 디너쇼에서 한껏 자랑을 했다. '여행을 떠나요'에서 주 관객층이 젊은이였다면 굉장한 광란이 있었을 텐데 앞쪽의 팬들은 난리이고 뒤의 나이든 분은 열심히 경청하고 있었다. 분명 대조다.

이번 디너쇼를 보면서 굳이 나이든 분들게 맞추어 레파토리를 짤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 그 분들 역시 '조용필 형님 최고' 라며 환호와 박수 그리고 열심히 따라 불렀다. 분위기를 밝고 가볍게 가져간 것이 성공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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