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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노래하는 가수를 보고 싶다(donga.com에서)

임요한, 2001-01-07 01:22:03

조회 수
616
추천 수
8
[넷칼럼]이상은/새해에는 노래하는 가수를 보고 싶다

"에~ 여러분 그러지 않아요?"
"네~ 골인입니다! 골인!"

이제는 개인기의 고전이 되어버린 대사이다. 억양을 굳이 흉내내지 않아도 누구의 성대모사인지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수많은 연예인들이 기본 개인기로 주로 하는 대사이기 때문이다.

요즘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에서는 ‘개인기 혈전’을 벌이고 있다. 과거 운동경기에서 선수의 개인기량이 탁월하다는 의미로 주로 사용되던 '개인기'라는 단어가, 이제는 마치 학창시절 장기자랑처럼 짧은 시간에 관객에게 웃음을 던져줄 수 있는 오락적 장기로 통칭되면서 오락프로그램의 단골메뉴로 등장한 것이다.

가수는 기본적으로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창조하고 음악적 기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이 관객에게 감동으로 전해질 때 비로소 진정한 박수를 받을 것이고, 그의 존재와 이름은 그의 노래와 함께 대중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남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가수의 수는 예전에 비해 너무 많아졌고, 어떻게든 그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텔레비전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그 프로그램이 어떤 프로그램이든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는 가리지 않고 출연해야 하고, 그 프로그램이 자신의 음악적 취향이나 이미지에 손상을 줄 지라도 프로그램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

열풍처럼 불고 있는 개인기 행진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 가수들 사이에서는 개인기 연습이 한창이라고 한다. 기본적인 성대모사는 물론이고 보다 독창적인 개인기를 개발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가수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가수들이 오락프로그램에 자신들을 맞추다 보니 그들의 노래보다, 또 노래를 통한 진한 감동보다 그들의 말투와 몸짓이 더 오래 기억에 남게 된다. 그순간 오락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올라갈 수 있을지 모르나 그만큼 대중들은 우리 가요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각종 가요프로그램이나 오락프로그램들이 우리 가요를 풍성하게 살찌우고 발전시키는데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우리 가요를 좋아하고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가수 사이를 멀어지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창력과 자신의 음악세계로 승부를 내려는 가수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보다 콘서트를 통한 라이브 공연을 선호하고,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은 클럽무대를 고수하고 있으며, 통기타 가수들은 미사리 카페촌으로 모여들고 있다.

미국 음반도, 유럽 음반도, 또 우리나라 음반도 감히 그 아성에 도전장을 내지 못하는 일본 J팝의 일본내 막강한 영향력에 대한 기사를 우리는 종종 접하게 된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만들어지고, 각 장르에 대한 탄탄한 마니아층이 확보돼 있어 음반 판매량도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본의 J팝에 대한 보도는, 해마다 음반 판매량이 떨어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 음반시장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부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우리 가요계가 침체되고 음반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것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방송의 상업주의적 오락프로그램에 지울 수는 없다. 가수, 음반사업자, 프로모션 기획자 그리고 관객 모두가 그 책임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새해가 되어도 변화가 없음은 물론 연말, 신년 프로그램을 통해 아예 가수들의 개인기 특집을 방영하는 오락프로그램을 보면서 공익성을 그 존립의 최대 의의로 두고 있는 방송이 우리 가요와 대중문화의 새천년을 위해 먼저 새로운 모습를 보여주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들이 지금도 애창곡으로 구성지게 부르는 흘러간 가요나 아직도 추억 속의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팝송의 한 소절처럼 세월과 함께 그 가치를 더할 수 있는 좋은 노래와 그 노래만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가수들의 모습을 텔레비전을 통해 이제는 자주 보고 싶기 때문이다.


* 근래 들어 신문들이 조금씩이나마 우리나라 가요문화에 대해 목소리들을 내고 있네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은 계속되어질 모순이지만..

아! 조용필님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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