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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을 '국민가수'로 만드는 SBS

찍사, 2001-03-20 07: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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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 3.30일자 기사


신인을 '국민가수'로 만드는 SBS

지난 17일 SBS TV가 새롭게 선을 보인 쇼 무한탈출 프로그램중 ‘차태현 국민가수 만들기’라는 코너를 보며 실로 어이가 없다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 도전정신은 가상(?)한 데가 있지만, 처음부터 가당치도 않은 일을 하겠다고 덤벼드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차태현이라는 가수를 국민가수로 만들겠다는 그 의도만 해도 그렇다. 이제 겨우 1집을 냈을뿐인 신인가수인데다가 립싱크 논란을 빚을만큼 가수로서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가창력 부문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고, 현재의 인기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드라마 등을 통해 귀여운 남자로서의 이미지를 쌓으면서 그동안 인기를 축적해 놓은데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아는 사실이며, 그나마 그 인기라는 것도 대부분 10대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층에 국한된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국민가수라는 어마어마한 호칭은 애당초 그와 어울릴래야 어울릴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런 그를 국민가수로 만들겠다며 무리하게 설쳐대니 자연히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리가 없다. 더군다나 국민가수로 인정받는 절차가 트로트 외의 다른 노래는 노래같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일단의 아줌마들과 연예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안티 연예인 모임 회원 등을 설득시켜 전체의 80퍼센트 이상을 팬클럽 회원으로 가입시켜야 하는 것이고 보면 이는 어느 누가 보더라도 너무 무모한 도전이었다.


상황이 이와 같다 보니 차태현과 진행자들은 여느 프로그램의 경우에서와는 달리 일단 썰렁한 객석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부심하고, 급기야 국민가수 만들기라는 코너의 취지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개인기’를 통해 분위기를 전환시키려 들기에 이른다. 찌그러진 패트병을 코로 불어 편다던가 독한 술을 입으로 내뿜으며 불을 붙이는 묘기를 부리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인데, 이런 것들과 ‘국민가수’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에 힘입어 썰렁했던 관객석 분위기가 다소 좋아지긴 했지만, 정도에서 벗어난 이 같은 행위들은 막바로 안티 연예인 모임에 의해 공박을 당한다. 국민가수 운운하려면 노래로 승부를 해야지, 이런 것들을 보여줘서 뭘 어쩌겠느냐는 공박이다. 그렇지 않아도 연예인이란 존재들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오고 있는 이들에게 국민가수 만들기라는 타이틀 아래 행해지고 있는 그런 광대짓거리가 곱게 비춰졌을리가 없으니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결국 이날 ‘차태현 국민가수 만들기’ 코너는 안티 연예인 모임에 의해 차태현이 정면으로 공박을 당하고, 이로 인해 차태현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다음 회를 기약하며 끝을 맺고 말았다. 다음 회에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아직 능력이 닿지 않는 신인가수를 방송사측에서 국민가수로 만들겠다며 무리수를 거듭한 점이라든가 넘어야 할 관문이 만만치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결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결국 이 코너는 무모함에 가까운 무리한 기획으로 애꿎은 가수 한명에게 극심한 곤욕을 안겨주는 등 또 한번의 출연자 괴롭히기를 통한 불건전한 눈길 끌기를 시도한 꼴이고, 국민가수 만들기라는 코너 취지에도 전혀 충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방청객들이나 시청자들을 또 한번 우롱한 셈이다.


국민가수란 적어도 어느 연령, 어느 계층이나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정도의 가창력과 폭넓은 팬 계층, 경륜 등을 두루 갖춘 뒤라야 가능한 호칭이다. 따라서 특정연령대의 몇몇 사람으로부터 인기가 좀 있다고 해서 신인가수급 밖에는 안되는데다가 가창력도 별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가수를 국민가수로 만들겠다며 무리하게 설쳐대는 것은 마치 햇병아리를 순식간에 장닭으로 변신시키겠다고 덤벼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진짜 마술이나 동원되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아무리 요즘 방송사들의 최대 관심사가 인기몰이에 있다고는 해도 건전한 상식을 바탕으로 한 건강한 관심과 웃음을 유도하려 노력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태현 국민가수 만들기 코너류의 얼토당토 않은 무리한 기획이라든가 어설픈 제작 진행 방식으로 출연자와 방청객, 시청자들을 농락하고 괴롭히면서 잠시 눈길을 끄는 따위 방법으로는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결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것이다.


하니리포터 이일화 기자 ruins@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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