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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 - 춤 잘추면 가수되나?
춤을 아주 잘 추는 아이가 있다. 아주 잘 추는 정도가 아니라 기가 막힐 수준이다. 그 아이가 춤을 추면 사람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아무리 어려운 춤도 척척 춰 낸다. 그 아이의 소문이 사람들 입을 타고 멀리멀리 퍼져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가 됐다. 그래서 당신은 생각한다. 그래, 이 애는 ○○을(를) 시켜야 되겠다.
○○에 들어갈 알맞은 말은 무엇일까. 보편적인 상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나로서는 `무용가', `댄서' 정도 말고는 별다른 대답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해 `가수'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나보다. 그리고 그 대답에 대해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지상파 방송에서 이런 가수수업이 버젓이 방송되고 있으니 말이다.
올해 10살의 구슬기양. 지난해부터 그가 춤을 추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해 어느샌가 인터넷 최고의 스타가 됐다. 그런 그를 가수로 키워보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SBS `초특급 일요일 만세'에서 가수 박진영이 `영재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구슬기양을 가수로 키우는 코너가 방송되고 있다.
`가수'라는 말은 통상 노래를 특별하게 잘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노래를 특별히 잘하는 사람을 보면 `아! 저 사람은 가수해도 되겠구나'하는 생각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춤을 잘 추는 사람을 봤을 때 `아, 저 사람은 훌륭한 가수가 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기껏해야 `훌륭한 백댄서가 될 수 있겠구나'하는 정도다.
물론 지금부터 열심히 `영재교육'을 해 가창력을 키운다면 구슬기양은 훌륭한 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창뿐 아니라, 작곡, 악기연주, 편곡, 기획·제작 능력까지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이제 10살이니 넉넉잡고 5년 정도 피나는 노력을 한다면 우리도 세계에 떳떳이 내놓을 `전천후 음악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음악계의 장영주, 장한나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종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춤을 잘 춘다'는 이유로 `가수로 키우겠다'고 결론을 내리는 논리적 흐름이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에게 춤을 가르치겠다는 것이 아니라 춤을 잘 추는 사람에게 노래를 가르쳐 가수로 만들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춤 잘 추면 가수한다'뿐 아니라 `예쁘면(잘생기면) 가수한다', `웃기는 얘기를 잘하면 가수한다', `박자에 맞춰 입을 잘 뻥긋거리면 가수한다'는 논리가 그 `바닥'에서는 상식이 돼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노래는 잘 못하지만, 저도 꼭 가수가 되고 싶어요”같은 비상식적인 희망이 그 방송의 게시판을 뒤덮고 있는 것일 게다.
설사 나의 `상식'이 이제 비상식이 됐다할지라도 나는 이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한겨레21에서......)
춤을 아주 잘 추는 아이가 있다. 아주 잘 추는 정도가 아니라 기가 막힐 수준이다. 그 아이가 춤을 추면 사람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아무리 어려운 춤도 척척 춰 낸다. 그 아이의 소문이 사람들 입을 타고 멀리멀리 퍼져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가 됐다. 그래서 당신은 생각한다. 그래, 이 애는 ○○을(를) 시켜야 되겠다.
○○에 들어갈 알맞은 말은 무엇일까. 보편적인 상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나로서는 `무용가', `댄서' 정도 말고는 별다른 대답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해 `가수'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나보다. 그리고 그 대답에 대해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지상파 방송에서 이런 가수수업이 버젓이 방송되고 있으니 말이다.
올해 10살의 구슬기양. 지난해부터 그가 춤을 추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해 어느샌가 인터넷 최고의 스타가 됐다. 그런 그를 가수로 키워보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SBS `초특급 일요일 만세'에서 가수 박진영이 `영재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구슬기양을 가수로 키우는 코너가 방송되고 있다.
`가수'라는 말은 통상 노래를 특별하게 잘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노래를 특별히 잘하는 사람을 보면 `아! 저 사람은 가수해도 되겠구나'하는 생각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춤을 잘 추는 사람을 봤을 때 `아, 저 사람은 훌륭한 가수가 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기껏해야 `훌륭한 백댄서가 될 수 있겠구나'하는 정도다.
물론 지금부터 열심히 `영재교육'을 해 가창력을 키운다면 구슬기양은 훌륭한 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창뿐 아니라, 작곡, 악기연주, 편곡, 기획·제작 능력까지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이제 10살이니 넉넉잡고 5년 정도 피나는 노력을 한다면 우리도 세계에 떳떳이 내놓을 `전천후 음악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음악계의 장영주, 장한나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종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춤을 잘 춘다'는 이유로 `가수로 키우겠다'고 결론을 내리는 논리적 흐름이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에게 춤을 가르치겠다는 것이 아니라 춤을 잘 추는 사람에게 노래를 가르쳐 가수로 만들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춤 잘 추면 가수한다'뿐 아니라 `예쁘면(잘생기면) 가수한다', `웃기는 얘기를 잘하면 가수한다', `박자에 맞춰 입을 잘 뻥긋거리면 가수한다'는 논리가 그 `바닥'에서는 상식이 돼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노래는 잘 못하지만, 저도 꼭 가수가 되고 싶어요”같은 비상식적인 희망이 그 방송의 게시판을 뒤덮고 있는 것일 게다.
설사 나의 `상식'이 이제 비상식이 됐다할지라도 나는 이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한겨레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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