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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기행] 습관성 음료

찍사, 2001-07-03 03: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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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 에서 퍼왔읍니다.

맛기행] 습관성 음료
-우리 민족에겐 왜 습관성 음료가 없는걸까-
아이들과 콜라를 마시지 않기로 약속했다. 콜라에 입맛을 한 번 들인 사람은 이 약속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는 걸 잘 알 것이다. 특히 기름 지고 느끼한 음식을 먹고 난 다음엔 콜라에 대한 유혹이 더 커지게 마련이다. 집에서 프라이드 치킨이나 피자를 주문하면 콜라가 공짜로 배달된다. 아이들과 나는 이 ‘검은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 을 쓰게 된다.

“아빠, 콜라 시원하겠다 그지?”

“응, 시원하겠다. 이번 한 번만 마실까?”

“응, 이번 한 번만. 다음엔 절대 마시지 말기다.”

먹는 것에 대한 유혹에 관한 한 난 아직 철부지다. 그리고 입맛 습관 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지 콜라 앞에서 뼈저리게 느낀다.

민족마다 습관성 음료라는 게 있다. 서양 각국의 커피나 홍차, 남미의 마테, 중국과 일본의 차(이른바 녹차) 같은 것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 민족에게는 이런 음료가 없다(기호로 마시는 전통차와 습관성 음료는 다르다. 끼니를 때울 때 항상 곁에 있는 음료를 말한다. 숭늉이 있다 고? 글쎄다…).

중국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도 차나무가 잘 자라는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고려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차를 일상 음료로 많 이들 마셨다고 한다. 조선시대 이후 차문화가 급격히 쇠잔해졌는데, 그 이유에 대해 ‘조선 정부가 숭유억불 정책을 쓰면서 불교의 한 문화인 차문화가 쇠락했다는 설’과 ‘차 재배지의 수탈이 극심하여 민중들이 차 재배를 기피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또 하나의 설이 있는데, 금수강산 우리나라 골골에는 맛있는 물이 샘 솟는 감천(甘泉)이 흔하디흔해 굳이 차를 끓여 마셔야 할 필요를 못 느껴 차문화, 곧 습관성 음료가 발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요즘에야 수질 오염으로 감히 지하수 마시기가 두렵지만 20여 년 전만 하더라 도 동네마다 깨끗하고 시원한 물을 내뿜는 샘이나 우물이 하나씩 있 어 마실거리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우리 조상들이 가장 즐겨 마셨던 것은 바로 감천에서 샘솟은 물, 곧 아무것도 가미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물이었을 것이다. 자연 그대 로의 물 중에 마시면 병이 낫는다는 물은 약수라 하여 특별한 대접 을 받았다. 특히 삼복에는 산속 깊은 곳이 약수를 마시러 온 사람들 로 저잣거리를 이루었다고 한다. 삼복에 약수를 마셨던 이러한 풍습 은 아직도 남아 설악산 오색약수, 오대산 방아다리약수, 정선 화암약 수 등에는 여름이면 약수를 마시려는 피서객들로 붐빈다.

물론 물맛이 좋다고 우리 조상들이 물만 마셨던 것은 아니다. 곡물, 열매, 풀 등을 이용해 다양한 마실거리를 만들어 즐겼다. 우리나라 음 료에 대한 최초 기록은 <삼국사기>에 나온다. 김유신이 전쟁터에 나 가던 중 집 앞을 지나다 병사를 시켜 ‘장수(漿水)’를 떠오게 해 마 신다. 여기에 언급된 장수는 젖산 발효 음료인 것으로 보인다. 곡물 을 꼬들꼬들 쪄서 물을 부어 대엿새 항아리에 넣어두면 발효해 신맛 이 나는데 이를 차게 해서 마시는 음료이다. 오늘날의 식혜로 보면 된다.

이외에도 과일을 으깨어 쪄서 농축액을 만들고 여기에 한약재 가루 를 넣고 달이는 갈수(渴水), 향이 있는 약초를 끓인 물에 넣고 우린 숙수(熟水), 약초나 꽃, 과일 말린 것을 끓여서 마시는 탕(湯), 쌀이나 보리, 콩 등 곡물 가루를 냉수나 꿀물에 타서 마시는 미수, 오미자 국 물이나 꿀물에 과일, 꽃잎, 어린 잎사귀 들을 넣은 화채, 그리고 꿀물 에 송홧가루를 띄운 송화밀수, 꿀물에 떡을 띄운 수단, 계피와 생강 향이 그윽한 수정과, 단오에 임금님께 올렸다는 제호탕, 잔칫상에 반 드시 따라나오는 식혜 등등 무수한 마실거리들이 있었다.

전통 음료 중에 우리가 현재 마시는 음료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전 통찻집에서 맛볼 수 있는 것도 과일차를 빼면 서너 종류밖에 안 된 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만들기가 번잡하기 때문이다. 며칠 발효시키 고, 우리고, 끓이고, 수단 빚고, 과일 다듬고 하는 공이 너무 많이 들 어 쉬 해먹기 어려운 것이다.

한때 보리음료, 식혜 바람이 불어 우리만의 습관성 음료가 생기나 했 더니 잠시 그러고 말 뿐이었다. 기업 전략으로 한 민족의 습관성 음 료가 정착될 리가 없을 것이기도 하고. 무수한 그 전통 음료 중에 한 민족의 습관성 음료가 될 만한 것이 과연 없을까. 콜라를 앞에 두고 아이들과 ‘검은 유혹’ 뿌리치기 싸움을 하면서 이런 쓰잘데없는 궁리를 해봤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foodi@nongmin.com〉



말꼬랑지~~

http://www.ilhwa.co.kr/<---사진은 일화 홈페이지에서 퍼왓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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