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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지난달 30년 콘서트를 끝낸 그는 홀가분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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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을 바라보는 나이때문인가. 한국의 대중가수가 누릴 수 있는 최대의 찬사와 갈채, 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겪었을 고통 좌절 외로움… 이제 그는 격랑을 헤쳐나온 선장처럼 평온의 바다를 보며 한숨 돌리고 있다.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그의 노래인생. 그 시작에 ‘부산’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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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부산땅을 처음 밟은 것은 71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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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부터 음악에 미쳐 밤무대를 돌아다니며 드럼치던 김대환씨, 사랑과 평화 최이철씨와 함께 김트리오 멤버로 서울소공동 국제호텔 디스코클럽에서 노래하며 이름이 차츰 알려지던 무렵이었다. 어느날 팀 맏형 김씨가 석달계약으로 부산일을 하자고 제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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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동 동아데파트 3층 나이트클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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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6년 「부산항」취입 대히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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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부산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고고붐이 일고 있었다. 부산의 명동 광복동에도 크고 작은 고고클럽들이 앞다퉈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음악을 연주할 밴드는 서울에서 조달할 수 밖에 없어 그들이 A급 대우로 초청된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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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엔 노래를 부르고 낮엔 부산을 돌아다녔다. 격한 경상도 사투리, 광활한 바다, 하얀 백사장, 뱃고동소리, 떠들썩한 자갈치시장, 광복동… 그는 부산에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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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백사장에서 소주 마신 일은 아직도 생생해요. 셋이서 소주 12병을 마셨는데 술맛이 기가 막혔죠. 바다를 안주삼아 음악얘기 사는얘기로 날 새는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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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동은 그에게 ‘젊음’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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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거리에 넘쳐나는 젊은이들의 열기, 노래가 끝날 때마다 쏟아지는 환호는 스물두살 젊은 그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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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동아데파트 근처 하숙집. 당시 광복동 뒷골목엔 싸고 허름한 음식점이 많았다. 끼니는 할머니가 수십년째 주방을 지키는 식당에서 주로 해결했다. 조개넣고 맵게 끓인 순두부와 된장찌개는 지금도 생각하면 군침이 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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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시간이 날때 들렀던 동아데파트옆 건물 팝음악 감상실 ‘아카데미음악실’은 그의 아지트이기도 했다. 아침이나 낮시간 혼자 몇시간씩 틀어박혀 최신 팝송을 듣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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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부산과의 인연은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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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돌아간뒤 76년, 당시 제법 유명했던 킹레코드사와 음반취입교섭이 이뤄졌는데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구색맞추기 노래로 수록됐다. 부산영도출신 작곡가 황선우씨 곡으로 다른 가수들이 서너번 불렀다 실패한 곡이었는데 당시 3천원인가 5천원의 싼 작곡료를 주고 사서 그가 다시 부른 것. 그런데 엉뚱하게 타이틀곡 ‘너무 짧아요’대신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대히트를 한 것이다. 그는 갑자기 유명해졌고 바빠졌다. 그러나 절정은 너무 짧았다. 곧 대마초 가수로 묶여버렸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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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년 최고가수 돼 돌아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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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간데 없는 추락으로 방황하던 78년 그는 숨어들듯 부산을 찾았다. 그러나 광복동 한 클럽에서 몰래 노래를 부르다 다른 업소 주인이 고발하는 바람에 도망치듯 부산을 떠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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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무대에 서는게 허용됐을때 한동안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안 불렀어요. 그때 부산에 대한 처참한 기억과 이 노래가 히트하는 바람에 내가 쓰러졌다고 생각하니 정이 떨어졌다고나 할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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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다시 부산을 찾은 것은 85년. 한국최고의 가수로 자리를 굳히고 화려하게 부산땅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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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데파트건물엔 소극장 간판이 걸렸고 광복동도 많이 변해 있었지만 골목골목 추억이 새록새록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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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그는 1년에 한번씩은 부산에서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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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키워준 제2의 땅이자 정신적 고향 부산. 무대에 선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현재를 증명하고 있는 한국 대중음악사의 살아있는 신화와 역사 ‘조용필’. 이번 여름휴가땐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흥얼거리며 부산에 한번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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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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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을 바라보는 나이때문인가. 한국의 대중가수가 누릴 수 있는 최대의 찬사와 갈채, 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겪었을 고통 좌절 외로움… 이제 그는 격랑을 헤쳐나온 선장처럼 평온의 바다를 보며 한숨 돌리고 있다.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그의 노래인생. 그 시작에 ‘부산’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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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부산땅을 처음 밟은 것은 71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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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부터 음악에 미쳐 밤무대를 돌아다니며 드럼치던 김대환씨, 사랑과 평화 최이철씨와 함께 김트리오 멤버로 서울소공동 국제호텔 디스코클럽에서 노래하며 이름이 차츰 알려지던 무렵이었다. 어느날 팀 맏형 김씨가 석달계약으로 부산일을 하자고 제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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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동 동아데파트 3층 나이트클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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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6년 「부산항」취입 대히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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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부산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고고붐이 일고 있었다. 부산의 명동 광복동에도 크고 작은 고고클럽들이 앞다퉈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음악을 연주할 밴드는 서울에서 조달할 수 밖에 없어 그들이 A급 대우로 초청된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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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엔 노래를 부르고 낮엔 부산을 돌아다녔다. 격한 경상도 사투리, 광활한 바다, 하얀 백사장, 뱃고동소리, 떠들썩한 자갈치시장, 광복동… 그는 부산에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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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백사장에서 소주 마신 일은 아직도 생생해요. 셋이서 소주 12병을 마셨는데 술맛이 기가 막혔죠. 바다를 안주삼아 음악얘기 사는얘기로 날 새는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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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동은 그에게 ‘젊음’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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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거리에 넘쳐나는 젊은이들의 열기, 노래가 끝날 때마다 쏟아지는 환호는 스물두살 젊은 그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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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동아데파트 근처 하숙집. 당시 광복동 뒷골목엔 싸고 허름한 음식점이 많았다. 끼니는 할머니가 수십년째 주방을 지키는 식당에서 주로 해결했다. 조개넣고 맵게 끓인 순두부와 된장찌개는 지금도 생각하면 군침이 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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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시간이 날때 들렀던 동아데파트옆 건물 팝음악 감상실 ‘아카데미음악실’은 그의 아지트이기도 했다. 아침이나 낮시간 혼자 몇시간씩 틀어박혀 최신 팝송을 듣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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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부산과의 인연은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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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돌아간뒤 76년, 당시 제법 유명했던 킹레코드사와 음반취입교섭이 이뤄졌는데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구색맞추기 노래로 수록됐다. 부산영도출신 작곡가 황선우씨 곡으로 다른 가수들이 서너번 불렀다 실패한 곡이었는데 당시 3천원인가 5천원의 싼 작곡료를 주고 사서 그가 다시 부른 것. 그런데 엉뚱하게 타이틀곡 ‘너무 짧아요’대신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대히트를 한 것이다. 그는 갑자기 유명해졌고 바빠졌다. 그러나 절정은 너무 짧았다. 곧 대마초 가수로 묶여버렸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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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년 최고가수 돼 돌아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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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간데 없는 추락으로 방황하던 78년 그는 숨어들듯 부산을 찾았다. 그러나 광복동 한 클럽에서 몰래 노래를 부르다 다른 업소 주인이 고발하는 바람에 도망치듯 부산을 떠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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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무대에 서는게 허용됐을때 한동안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안 불렀어요. 그때 부산에 대한 처참한 기억과 이 노래가 히트하는 바람에 내가 쓰러졌다고 생각하니 정이 떨어졌다고나 할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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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다시 부산을 찾은 것은 85년. 한국최고의 가수로 자리를 굳히고 화려하게 부산땅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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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데파트건물엔 소극장 간판이 걸렸고 광복동도 많이 변해 있었지만 골목골목 추억이 새록새록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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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그는 1년에 한번씩은 부산에서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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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키워준 제2의 땅이자 정신적 고향 부산. 무대에 선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현재를 증명하고 있는 한국 대중음악사의 살아있는 신화와 역사 ‘조용필’. 이번 여름휴가땐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흥얼거리며 부산에 한번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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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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