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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속 부산야사③ / 돌아와요 부산항에

찍사, 2001-10-16 21:02:50

조회 수
850
추천 수
7


긴 이별 짧은 만남 애절한 사랑가

  




최 영 철 / 시인

돌아와요 부산항에 /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 형제 떠난 부산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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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왼쪽) 해운대의 조용필 노래비 오른쪽) 부산여객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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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만 슬피 우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 목메어 불러봐도 / 대답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 그리운 내 형제여

가고파 목이 메어 부르던 / 이 거리는 그리워서 헤매이던 / 긴긴 날의 꿈이었지
언제나 말이 없는 / 저 물결들도 부딪쳐 슬퍼하며 / 가는 길을 막았었지
돌아왔다 부산항에 / 그리운 내 형제여

부산 출신의 황성우 씨가 작사 작곡하고 가수 조용필이 불러 1970년대 초 크게 히트했던 ‘돌아와요 부산항의’의 노랫말이다. 이 노래를 한번 흥얼거려 보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를 꼽으라면 국제여객터미널쯤이 되어야 하겠지만 우선 손쉽게 갈 수 있는 곳으로 해운대 백사장쯤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해운대의 드넓은 수평선 앞에 서면 먼바다를 향한 끝없는 파도의 넘실거림과 마땅히 내려앉을 곳을 찾지 못하고 수면 위를 맴도는 갈매기의 날갯짓을 만날 수 있다. 그 파도와 갈매기의 넘실거리는 몸짓은 이제 그만 타관 객지의 고단한 삶을 접고 따스한 고향의 품으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눈치다. 그 갈매기들처럼 초겨울의 황량한 해변을 거니는 산책객들의 발길 역시 그리운 귀착지를 찾아 떠도는 모습들이다.

1993년 해운대에 노래비 설립
백사장을 따라 조선비치호텔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해수욕장 녹지대 1호 화단에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노래비가 서 있다. 이 노래비는 1993년 부산의 출판인 김성배씨의 제의와 ‘부산을 가꾸는 모임’ 등 지역 문화인들의 노력으로 건립된 것이다. 김성배씨는 이 노래비의 건립 배경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자기 고장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대중가요는 향토애를 북돋우고 자부심을 가지게 하며 대외적으로는 고장의 이름을 알리는 훌륭한 민간외교의 역할을 한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대중가요의 의미를 넘어 국제사회에 부산의 존재를 알린 외교 사절이었다.”
이같은 큰 의미를 굳이 붙이지 않더라도 이 노랫말 속에 나오는 동백섬 부산항 갈매기 오륙도 연락선 등은 부산의 정서를 흠뻑 머금고 있으며 다이내믹한 곡조의 선율은 부산 기질과 무척 잘 어울린다. 영락없는 부산의 노래인 것이다.

한·일 국경 뛰어넘은 애창곡… 선율·창법 역동적
절규하는 듯한 조용필의 음색은 이별과 그리움으로 점철된 대중가요의 일반적 정한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그 선율과 창법은 역동적이다. 그래서 부산의 야구팀 롯데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응원가로 곧잘 불려지기도 했다. 그때의 부산항은 멀리 떠난 님을 그리워하는 정적인 항구라기 보다는 승리의 깃발을 휘날리며 귀환하는 선수단을 그리는 젊고 싱싱한 동적인 항구의 모습으로 바뀐다.
일본과 동남아에서도 이 노래는 크게 히트했다. 극우 성향의 일본인들은 이 노래를 군국주의 일본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한국인들의 바람이 담긴 것으로 해석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우리나라를 강점한 35년 간의 향수를 불러 일으켜 그 때문에 일본에서 이 노래가 크게 히트했다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당시의 대학가에서는 이 노래가 금기시되기도 했다. 이런 부정적 관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부산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이 노래는 다시없는 부산의 노래로 손꼽을 만 하다.
그러나 이 노래를 만든 황성우씨는 1970년대 초반 실연의 아픔을 달래려고 이 노래를 만들었다. 영도 바닷가가 고향인 황씨는 고교 졸업 후 서울로 이주해 살았는데 객지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며 고향의 푸른 바다와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이웃집 소녀를 생각하며 이 곡을 썼다.

가사 ‘그리운 내 형제’로 바뀌자 히트 행진
그래서 1973년 취입한 첫 음반의 가사는 ‘그리운 내 형제’ 가 아닌 ‘그리운 내 님’이었다.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묻힐 뻔한 이 노래가 크게 히트한 것은 1975년 재일 교포 고향방문단에 맞추어 노랫말을 고쳐서 다시 음반을 내고 나서였다.
일본으로 징용간 남편과 형제를 목놓아 기다려 온 고향의 혈육들이나 고향 산천 혈육들을 하루도 잊은 적이 없던 재일교포 방문단에게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그들의 오랜 기다림과 그리움의 정한을 대변하는 노래였다.
그런 절묘한 분위기를 타고 이 노래는 부산에서 크게 인기를 얻으며 삽시간에 서울을 거쳐 전국으로 번져 나갔다. 긴 이별의 시간을 넘어 이룬 만남의 기쁨 부산에서 발화해 서울로 전국으로 바다 멀리 세계로 번져 간 선율 그리운 그대를 애타게 부르고 있는 1절과 그 애타는 부름에 답하는 2절의 노랫말 등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가요 팬들의 가슴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곡이 된 것이다.


출처: http://www.metro.pusan.kr/link/link.jsp?url=http://iyagi.metro.bus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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