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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셨다.
부어라, 마셔라 죽을 둥 살둥 그렇게 무식하게 마신 건
아니고, 갈매기살 구워 식사를 하는데 반주 겸 해서 소
주 딱 두잔만 마셨다.
오랜만의 술이라서 그런가, 얼굴이 발그레 붉어진다.
기분은, 봄날 피어 오르는 아지랭이 마냥 살살 내 맘을
간지르고, 머릿속은 더 없이 맑다.
술, 딱 끊을 것이 아니고 한번씩은 기분전환할 겸 해서
두잔 정도쯤은 마셔주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그 이상은
취중에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 내 자신이 두려웁기에..
...
이런 업된 기분에 봄햇살 맞으며 걷자니, 님 생각 절로
난다. 에헤야..
...
어제, 비디오 '봄날은 간다'를 드디어 봤다.
그 유명한 대사 "어떻해 사랑이 변하니..." 라는 대사가
왜 그렇게 인구에 회자되는 지도 확인하였고.
영화가 막바지에 이를 즈음에, 유지태가 할머니 어깨에
기대어, 서럽게 우는 장면에 덩달아 같이 울기도 하고.
...
사랑이 어떻해 변하니..
어떻해 사랑이 변하니..
이에 관한 어줍잖은 내 견해를 밝히자면..
사랑은 변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고, 또 변하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사랑의 '절대성'과 변하는 사랑의 '통속성'
두가지가 영화 속 구석구석 장면마다 녹아나 있다.
변하지 않는, 사랑의 그 절대성을 믿고 또 추구하는 사
람들은 변하고, 변질이 되어가는 사랑의 '통속성'에 절
망하고 또 못견디게 아파한다.
젊었을 적, 자신을 사랑한 남편의 모습만을 기억하려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변하지 않는 사랑의 그 절대성에 목
을 매던 나의 '어릴 적'의 모습이 떠올라 맘이 많이 아팠
다.
다가왔다가 떠나고, 다시 아쉬워 왔다가 가버리는 여자
주인공, 사랑의 '통속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던, 변화의
극치를 보여주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통해서 난, 오래전
경멸해 마지않던 그녀를 생각하였다.
그리고, 또 많이 아팠다..
그렇다고 하여, 나는 통속적이지 않은가.
...
일상의 소리.
마음의 소리.
처음 장면부터 영화는 내 귀를 무척 즐겁게 하였다. 놓
치기 쉬운, 평소에 그리 귀 담아 듣지 않는 일상의 소리
들에 이 영화의 감독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담아내려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상의 '소리', 자연의 '소리' 그리고 주인공들의 섬세
한 연기를 통해 내게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가 영화
전체에 가득 차 있다.
난 이 영화를 거의 귀로 '본' 기분이다.
...
봄날은 간다.
그리고, 버스와 여자는 떠나면 잡지 않는 것이다..
봄은 영원하지 않고, 사랑은 변한다.
...
봄날은 가고, 버스와 여자는 잡지 않고..
남겨진 자는 '성숙'의 고통과 아픔을 강요 당하고..
그렇게 그렇게 봄날은 간다.
...
영화 마지막 장면에, 여자주인공 은수가 봄날 아지랭이
마냥 점점 흐릿해져 사라져 간다. 그렇게, 봄날은 간 것
임을 감독은, 상우 마냥 황망히 멈춰 서 있는 나에게 보
여 주었다. 그리고는, 나를 약올린다.. "사랑은 아지랭
이 봄날 마냥 그렇게 변하는 거야." 라고..
...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ost가 무척 맘에 든다.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
난,
또,
새로운 봄을 맞으려 한다. 봄날은 간대도..
천랸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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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랑♡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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