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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재합니다.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예술의 전당에서 콘서트를 여는
조용필
올해도 가수 조용필은 ‘조용필 답게 한 해를 보냈다. ‘탄자니아 명예대사’가 되어 킬리만자로를 돌아
보았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공연을 갖기 때문이다. 데뷔 31주년을 맞이한 국민가수 조용필을 만나 ‘여행’과 음악에 대해 시시콜콜히 얘기했다.
직장인들의 퇴근으로 극심한 교통체증이 시작된, 지난 11월 중순의 져녁. 서울 반포 팔레스 호텔 2층 중식당에 가수 조용필은 약속보다 15분 전에 나타났다고 한다. 물론 그의 자택이 가까운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일에 대한 성실함으로 느껴졌다. 사실 그를 만날 때면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31년이 주는 관록과 여유’가 ‘특유의 인간미’와 어울어진 것인데, 이 분위기 때문에 그와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역시! 조용필이야’라는 감탄을 남긴다. 그가 왜 ‘국민가수’라는 소리를 듣는지 이해가 되는 것이다.
먼저 오는 12월10일부터 3일간 열리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의 공연으로 얘기는 시작되었다.
“크게 3부로 나누려고 해요. 우리의 음악 발전사와 비슷하게요. 그러니까 흑백시대에서 칼라시대로, 모노 시대에서 스테레오 시대로 변화된 기억을 우리는 갖고 있잖아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노래해보려구요. 서라운드적 이랄까? 그래서 곡들도 거기에 맞추어 선곡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음악만 전부가 아니잖아요? 영상도 필요하고 세트도 변해야 하고… 그래서 거의 매일, 하루 종일 지독하게, 회의만 해요.”
이런 말 속에는 그의 자존심도 꿈틀거렸다. 사실 오페라 극장 공연은 처음 기획단계부터 조심스럽게 진행되었다. ‘클래식 전용 극장’에서 대중가수가 노래를 한다는 것이 클래식 음악가들에게는 탐탁치 않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공연이 결정되자 많은 언론매체에서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클래식 음악계는 조용했다.
아마 ‘조용필’이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사실 조용필도 이번 공연에 들떠 있거나 흥분된 것은 아니었다. 81년에는 카네기홀, 링컨센터에서, 82년에는 NHK리사이틀홀, 아오야마홀 등에서 공연을 치룬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에게는 ‘늦게다마, 다행한’일 인지도 몰랐다. 세계가 인정하는 무대에 섰던 가수가 ‘이제야’ 예술의 전당에 선다는 것은 한국적 상황의 한 단면일지도 모른다.
“맞아요. ‘이제야’라는 표현이 어울리네요. 외국은 ‘크로스오버’가 이미 정착돼어 있기 때문에, 저의 이
번 공연이 관심을 끌지도 않을거예요. 사실 지난 해가 데뷔 30주년이어서, 무대가 무척 많았어요. 그래서 올해는 그냥 쉬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쪽(예술의 전당)에서 연락이 왔어요. 밀레니엄 공연으로 하자구요. 그쪽의 입장을 잘 알거든요. 사실 요즘 인기를 끄는 어린 친구들은 그 무대를 원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훨씬 자유분방하고 음악도 다르고….”
작년 17집 앨범 <Ambition>을 발표한 후 휴식에 들어갔던 조용필은 거의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즐겼다. 미국에서는 RV를 타고서 대륙횡단을 했고, 프랑스 파리를 다녀오기도 했다. 물론 가장 관심을 끌었던 여행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공화국의 킬리만자로 방문.
그의 히트곡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 인해 탄자니아 명예 대사가 되었고, 정부 초청으로 킬리만자로를 직접 방문한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런데 그가 아프리카 여행 후 미국으로 가는 바람에 구체적인 얘기는 들어보지를 못했다. 공연 얘기가 끝나고 아프리카 여행 얘기로 화제가 바뀌자, 특유의 입담이 시작되었다. 보통 이런 분위기가 시작되면, 그의 말은 감탄사로 시작된다.
“어휴, 상상도 못했어요. 킬리만자로가 주는 느낌과 색깔이 그렇게 굉장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사실 와이프가 더 가고 싶어했거든요. 아무튼 북탄자니아 공항에 내리니까 정부 관리가 마중을 나왔어요. 그런데 공항이 정전이에요!…겨우겨우 짐을 찾아서 아부샤 호텔로 들어갔죠. 그리고 다음 날 지프차를 타고 킬리만자로로 떠났어요.
저어기 구름 위에 허연 정상이 보이더군요. 뭐랄까? 그 웅장함을…. 일본의 후지산은 게임도 안돼요. 아무튼 국립공원 입구를 지나 차에서 내려 원시림을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원숭이들이 이삼십 마리씩 떼를 지어 다니면서 뭐라고 꿱꿱 거리더군요. 수억년은 된듯한 나무들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구요. 그 사이사이로 야생동물들이 와글와글 살아요. 사람
들이 지나가도 별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그렇게 한참을 올라갔는데, 오분의 일 뿐이 오르지 못했데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다시 내려오기 시작했죠. 그랬더니 탄자니아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리고는 소감을 묻는거예요. 기자들은 어디나 똑같아!”
조용필의 방문이 현지 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그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킬리만자로에 오른 조용필의 소감을 취재하기 위해 20여명의 기자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단하게 ‘아이 러브 킬리만자로’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그가 받은 감동을 제대로 전해주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는 만야 호수를 지나, 세렌게티 평원의 웅고르 분화구를 찾게된다. 세렌게티 평원은 ‘동물의 왕국’을 통해 자주 소개된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그러나 브라운관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직접 느낀 감동은 상상을 초월했다고 그는 말했다.
“해발 2천미터가 넘는 산을 올라가요. 분화구 안으로 들어가는거죠. 사실 말이 분화구지, 그안에 있으면 끝도 보이지 않는 평야예요. 그런데 그 평원이 주는, 초록의 강렬함에…, 숨이 턱하고 막혀요. 그리고 사자며 물소며, 코끼리며 얼룩말들이 수 만 마리씩 살고 있더군요.
그런데 밤이 되어 숲에서 야영을 하게 되었어요. 안내원이 묻더군요. 야간관광을 하겠나구요? 그래서 왜 그러냐? 했더니, 지금 밤에 세렌게티에 들어가면, 표범을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낮에는 볼 수 없데요. 우리를 태우고 다닌 운전수도 아직 표범을 한 번도 보지 못할정도로, 날렵하고 조심스러운 동물인거죠. 원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경고도 있다고 하더군요. ‘나무 밑에서는 소변을 보지마라’. 언제 표범에게 물려갈 지 모른다는 거죠.”
결국 야간관광을 포기하고 야영을 한 일행은 평원을 지나 마사이족의 부락을 방문한다. 평원에 주었던 감동에 조용필은 아직도 흥분했다.
“그런데 말이죠. 그 높은 산꼭대기의 분화구에 어떻게 동물들이 들어가 살게된걸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코끼리같은 거대한 동물이 가파른 산을 올라가 분화구에 살게되었는지, 누가 알려주면 좋겠어요. 아무튼 갖가지 동물들이 평원의 여기저기에 떨어져서 무리지어 살더군요. 때마침 우기에서 건기로 바뀌는 시점이어서 뉴우떼들의 대이동도 볼 수 있었어요. 또 졸리운 새끼 수사자가 자동차 아래에서 낮잠을 청해, 30여분 동안 기다리기도 했구요. 그렇게 몇 시간을 외길 비포장도로로 달리니까, 마사이족의 부락이 나타나더군요.”
마사이족은 용맹하기로 소문난 부족이다. 소를 키우며 목축생활을 하지만, 성년이 되려면 창 하나로 사자사냥을 나선다. 지금도 이런 것들은 변하지 않았다.
“키가 무척 크고 모두들 잘생기고 건장했어요. 그런데 주식이 생고기와 우유에 섞은 소피라고 하더군요. 저희가 왔다고 축제를 열었는데, 그게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춤을 추는 거예요. 무서워요. 땅이 쿵쿵 울릴 정도로 뛰기시작하는데, 거기에 생식을 하는 것을 보니까, 사람과 동물의 중간쯤되는…반인반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마사이 부락 방문을 마치고 다시 평원에 나선 그의 일행은 ‘극히 희귀하고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사자의 ‘결혼식’이다.
“평원 곳곳에 백인들이 동물 다큐멘터리를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하지만 워낙 넓으니까, 가까이서 만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또 한참을 달리다보니까, 차가 몇 대 서있더라구요. 차들이 모여있는 일은 흔치 않죠. 그래서 가보니까, 사자가 세 마리 있어요….”
한 사자는 경쟁에서 밀린 숫사자였고, 나머지 두 사자는 한창 교미 중인 숫사자와 암사자였다. 대략 10분에서 30분마다 교미를 했는데, 이런 장면은 가이드나 운전사 모두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Lucky’라는 감탄사를 연발할 수 밖에.
“다시 방문하고 싶어요. 사실 내년 초쯤해서 그곳에서 공연을 해달라고 탄자니아 정부가 요청하기 때문에 가겠지만, 그보다는 킬리만자로가 주는 위대함을 더 느끼고 싶은거죠. 이번에는 글을 잘쓰는 작가와 함께가서, 대화를 나누며 그 감동을 표현할 거예요. 이를테면 ‘킬리만자로의 표범 2’랄까요. 아무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맥주까지 시켜놓고 얘기 보따리를 풀었던 조용필은 아직도 아프리카 여행이 준 감동이 남아있음을 고백했다.
“그런데 말이죠. 거기서 사진을 엄청나게 많이 찍었는데, 하나도 보여드리지 못해서 참 안타까워요. 필름을 몽땅 미국집에 두고 왔거든요. 굉장한 게 참 많은데…. 언젠가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글 / 박홍규 기자
사진 / 김황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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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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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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