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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이주일 컬럼 '나의 이력서' 제59회 - 조용필과 나와 술

박상준, 2002-06-06 07:15:11

조회 수
3032
추천 수
4


[59] 조용필과 나와 술 - 조용필과 해운대서 소주 20병 마시고 눈떠보니 바닷물에 반쯤 잠겨있어...

* * *

송 해(宋 海) 선배에게는 또 한가지 일화가 있다. 송 선배가 원래 술을 마시면 주사가 좀 있는 편이다. 어느날 술이 거나하게 취해 다짜고짜 파출소에 들어갔다. 새벽 4시쯤 됐을까.
자기를 알아본 경찰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시간에 불 켜놓고 일하는 곳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그리고는 맥주를 한 박스 사와서 경찰관들과 술을 먹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경비전화를 집어 내동댕이치면서 난리를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너네들, 누가 근무 중에 술 마시라고 그랬어? 경찰이 이래도 되는 거야?” 이날 소동은 결국 형수가 파출소에 와서 송 선배를 데리고 가는 것으로 해결됐다.

어쨌든 송 선배가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고도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내니 참 다행이다. 스스로 몸 관리를 잘 한 이유도 있지만 KBS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프로그램 덕이 큰 것 같다.

자신이 진행하는 고정 프로그램이 있으니까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전국을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다.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기원한다.

술에 얽힌 일화로는 역시 조용필(趙容弼)과의 그 때 그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1980년대 초 부산에서 벌어진 일이다. 나와 조용필이 부산에서 따로따로 공연을 가진 어느날 내가 전화를 걸었다.

“용필아, 술 한 잔 하자.” 그리고는 당시 부산에서 가장 유명했던 술집 ‘기린살롱’에서 만나 양주를 몇 병 비웠다. 여기서 끝냈어야 했는데 내가 “낭만을 즐기자”라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해운대로 갔다. 이때가 새벽 2시였다.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먹다가 또 그놈의 ‘낭만’ 때문에 백사장으로 향한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우리는 바닷가에 술 궤짝을 놓고 안주와 소주 20병을 준비했다. 촛불까지 켜놓고 그야말로 낭만을 즐겼다. 게다가 용필이가 ‘촛불’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기까지 하니 술 맛이 안 날 리가 없었다.

그러다 그 자리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우리가 반쯤 물에 잠긴 것도, 해가 뜬 것도 몰랐다. 완전히 변사체였다. 백사장에서 우리를 발견한 아주머니들의 웅성대는 소리만 들렸다.

“이 사람, 조용필이다.” “아이다. 톱 스타 조용필이 왜 여기 이러고 있노?” “맞다. 여기 이주일도 있다 아이가.” “아니라니까. 그런데 참 비슷하게 못 생겼대이.”

결국 그 술과 낭만이 문제다. 그 좋은 술집에서 좋은 술 먹고 왜 입가심으로 소주를 먹었는지 모르겠다. 그 동안 용필이와 내가 마신 술은 아마 화물열차 한 칸 정도는 넉넉히 채울 것이다.

“술에는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자신만만해 하던 내가 참으로 어리석다. 요즘은 용필이도 소주를 반 명만 마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입력시간 2002/06/05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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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이미경

2002-06-06 07:21:46

이 글의 내용상으로 봤을때 오빠께서는 근래 이주일씨 병문안을 가신 듯 싶군요 ^^*

필존경

2002-06-06 08:28:23

요것...비됴로 젬나게 두분이서 말씀한것 있는뎅...^^ ㅎㅎㅎ

라일락

2002-06-06 10:09:52

이주일아찌가 좋은 이유 하나, 울 오빠를 넘 사랑하신 다는거... 주일아찌 회복되셨음 좋겠네요...

비상

2002-06-06 12:09:10

정말,끝까지 울 오빠 사랑해주기여요`~ 주일아저씨~ 빨리 나셔요~

white

2002-06-06 18:46:28

필존경님...보여주세여~!! 꼭이여...

괭이

2002-06-07 01:15:29

오빠랑 주일 아저씨랑 아직 연락 하시나 보네요...기분 좋다...주일 아저씨 건강해 지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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