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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 킬리만 자로 " 를 아시나요 ?

솜사탕 팬, 2002-07-06 00:5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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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킬리만자로 산.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보다는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과 조용필씨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 나의 기억 속에 더 각인되어 있다.양인자씨가 작사하고,김희갑씨가 작곡한 이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란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글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 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눈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이 없으면 또 어떠리
..............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

킬리만자로 산(Mt.Kilimanjaro).
탄자니아에 있는 아프리카의 최고봉(5,895m)이다. 산허리에 구름을 두르고 항상 머리에 눈을 이고 있는 이 산은, 멀리서 보면 구름 위에 그냥 떠 있는 듯한 신비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이 산은 이곳 아프리카 원주민들로부터 영봉(靈峰)으로 추앙받고 있는 것이다.또 이 산은 산세가 아주 완만해 전문산악인이 아니더라도 가이드의 지시에만 잘 따르면 노인이나 어린이들까지도 오를 수 있는 산으로 이름이 나있다.몇해 전에는 60세가 넘은 노인들로 구성된 등반팀이 정상에 올라 해외토픽을 장식한 반면,유명한 산악인이 오르다 고산병으로 말미암아 등정에 실패하기도 했다.

우리는 아프리카에 도착하자마자 이 산을 한번 올라보기로 하고 이곳 나이로비의 한국여행사를 통해 그 방법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이 산은 맨몸으로 그냥 걸어서 오를 수 있는 산이 아니었다.무슨 이야긴고 하니 [돈의 위력을 빌어야만] 오를 수 있는 산이었다.

이곳 나이로비에서 출발해 킬리만자로를 등반하기 위해선 적어도 일주일은 걸려야 한다.나이로비에서 탄자니아로 가서 킬리만자로 산 아래에서 자고,다음날부터 킬리만자로산 등정에 최소한 4박5일이 소요되며,산을 내려와 1박을 해야 한다.그리고 여기에 소요되는 탄자니아 입국비자 비용을 비롯,킬리만자로 입산비용,전문가이드와 주방장(쿠커),짐을 운반해주는 포터 등을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호텔비,왕복 버스비,팁 등 1인당 최소한 1천여 달러는 소요된다고 한다.우리 가족 5명이 등반할려면 최소 5천여달러(750만원)가 기본적으로 든다고 한다.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이 없으면 또 어떠리
..............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이 노래를 읊조리며 오르려 했던 킬리만자로였다.낭만은 현실이 아니었다.온가족이 함께 올라볼려고 했던 우리의 희망이 과도한 비용으로 말미암아 무참히 깨어지는 순간이었다.아프리카까지 와서 킬리만자로의 뒤통수를 한번 보고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하는 것이다.그래서 오늘 우리는 킬리만자로 산을 먼발치에서나마 쳐다볼 수 있는 암보셀리(Amboseli) 국립공원으로 향했다.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의 사파리 투어도 돈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다.우리 가족만 사파리차에 타고 이곳 암보셀리 국립공원을 1박2일 동안 사파리(Safari) 관광하는 데 드는 비용은 700달러(105만원).

그러나 이것마저 안 한다면 아프리카까지 온 보람이 없을 것이다.우리가 가져온 비상금을 털어 오늘 암보셀리 공원을 향했다.사파리 차는 운전기사까지 포함해 모두 10명이 탈 수 있는 봉고차 형태의 차량을 개조해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그래서 공원을 다니면서 동물들을 구경할 때는 지붕을 밀어올려 그리로 머리를 내어놓고 마음대로 구경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오전 8시께 집에서 출발해 국립공원으로 향했다.나이로비 시내를 빠져나가자 그대로 케냐의 전형적인 아프리카 초원이 펼쳐진다.케냐와 탄자니아 등은 대부분 해발 1500미터가 넘는 고원지대이기 때문에 적도 바로 아래에 위치한 나라이긴 하지만 기온이 비교적 선선하다.그래서 나무가 별로 없는 대평원인 사바나(Savannah)가 이어져 있다.조그만한 잡목과 푸릇푸릇한 평원이 계속해서 이어진다.그러나 미국이나 스위스에서 보듯 사람의 손길이 미친 인공적인 초원이 아니라 사람의 손길이라곤 전혀 미치지 않은 그야말로 아프리카다운 원시적인 평원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도저히 놀릴 수 없을 것 같은 광활한 땅을 그냥 놀리고 있다.무엇을 심어 경작하거나 아님,소들이라도 놓아 기를 수 있는 넓디 넓은 땅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으니 너무 아까운 생각마저 든다.어째 이들은 이 좋은 땅을 그냥 두고 있을까? 하기야 일년 사철 비가 오락가락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우기에만 비가 조금 올 뿐 건기대는 비가 안 오니 무엇을 심더라도 물을 끌어댈 수 없어 식물을 경작하기는 힘들 것 같다.

4시간 30여분을 달려 국립공원에 도착했다.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모양인데 가이드겸 운전기사가 다 알아서 표를 끊어오니 입장료가 얼마인지도 모르겠다.자동차 안에 가만히 앉아있으니 운전기사가 돌아와 차를 출발시켜 공원안으로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길거리 주변에 목이 5m나 될 것 같은 기린들이 십여 마리 보인다.그제서야 `우리가 정말 아프리카에 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조금 더 가니 이번에는 얼룩말이 헤아릴 수조차 없이 떼로 모여있다.넓디 넓은 초원 위에 이 동물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그래도 저나름대로는 걱정이 있을 것이다.동물의 세계만큼 약육강식의 법칙이 확실히 지켜지는 곳이 또 있을까...),제멋대로 저 가고싶은 데로 가면서 풀을 뜯는다.

한참을 가다보니 빨간 옷을 입은 마사이족들이 드문드문 보인다.이들은 양이나 염소,소떼들을 몰고다니면서 목축을 주로 하고 있는데 뱀도 많다는 초원에서 겁도 없이 지팡이 하나만을 든 채 돌아다니고 있다.이들은 옷을 거의 입지 않고 있는데 빨간색의 망토 같은 천으로 몸을 가리고만 있다.세계에서도 가장 용맹스럽다는 마사이족인데 이곳 아프리카의 다른 종족들까지도 이들을 겁낸다고 한다.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얼마나 넓은지 가도가도 끝이 없는 듯 싶다.그런 초원에서 온갖 동물들이 저마다 돌아다니며 살고 있다.`동물의 왕' 사자를 비롯해서 코끼리,기린,얼룩말,하이에나,멧돼지,사슴,표범,물소,타조,홍학,두루미,원숭이 등등.이곳에서도 동물들이 다른 곳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빙둘러 철망같은 걸 쳐두는지 알 수 없지만 이들이 여기에만 머물러 있는 이유가 달리 있을 듯하다.그건 이곳의 기후조건이 동물들이 살기에 적합하다는 것일 테다.내가 눈으로 슬쩍 둘러보기만 해도 이곳은 우선,기후가 사철 선선해 이런 동물들이 살기에 적합하고,사철 풀이 자라나고 있어 먹이가 풍부하며, 사바나 초원이지만 곳곳에 호수가 자연적으로 조성돼 있어 먹을 물이 있으니,동물들이 잘 살 수 있는 자연조건이 완벽하게 구비된 셈이다.

이런 넓은 평원을 자동차를 타고다니며 사파리를 한다는 것은 처음 해보면 무척 재미있지만,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사파리(Safari)란 말 자체가 이곳 동부 아프리카에서의 수렵(탐험)대란 말로 고정되어 있듯,자동차를 타고 동물들을 찾아 다니는 것이다.우리가 흔히 TV에서 보듯 수많은 버팔로(Buffalo)떼가 대지를 박차고 달리는 모습이라든가,표범이나 사자가 갈기를 휘날리며 사냥을 하는 모습,엄청난 수의 꼬끼리떼가 지축을 뒤흔들며 이동하는 모습 등은 여기서는 쉽게 볼 수 없다.

그런 장면은 오히려 TV를 통해 편안한 안방에서만 볼 수 있을 뿐이다.그런 모습은 전문촬영팀이 이곳에 와서 1년이나 2년씩 기다리며 촬영을 한 뒤,압권인 장면만 추려서 우리게 보여주는 것이다.단 하루 사파리를 왔다가 가면서 그런 엄청난 모습을 매일같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그저 한 마리의 사자가 꼼짝않고 엎드려 있거나,멧돼지 두어 마리가 어슬렁거리거나,십여 마리의 코끼리,수십 마리의 기린이 이동하는 정도는 쉽게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사파리란 별로 재미없는 일이기도 하다.드넓은 평원을 자동차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어떤 차가 어쩌다 무슨 짐승을 발견하면 그리로 사파리 차들이 일제히 모여든다.그 동물을 구경하고 나면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다가 또 무슨 동물을 발견하면 사파리차들이 모여들고,이렇게 하며 구경다니는 것이다.따라서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시간이 많고 동물을 볼 수 있는 것은 짧은 시간일 뿐이다.하지만 드넓은 초원을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는 일이다.푸른 하늘과 시원한 초원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동물들을 좇는 것은 재미있다는 표현으론 모자란다.이것은 지구상의 그 어느 곳에서도 쉽게 할 수 없는 이곳 아프리카,특히 케냐에서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은 킬리만자로 산을 볼 수 없었다.킬리만자로 산은 구름에 둘러싸여 우리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 듯 싶었다.가이드의 말로는 내일 아침이면 볼 수 있다고 한다.그러나 여기까지 왔다가도 어떤 사람은 구름에만 가려있어 킬리만자로 산을 보지 못하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내일 아침에 꼭 산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솔빛별에게 기도를 하고 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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