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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님의 최초 DVD가 출시 된 지도 많은(?) 시간이 지났건만 어느 매스컴이나 가요
평론가들에게 어떤 언급이나 기사화도 없어서 정말로 많이 아쉽고 답답하고 서운
했는데 위탄에 가보니 정말로 눈에 확 띄는 글이 있어 이렇게 퍼 왔습니다..
이 글은 위탄의 탄님이 퍼온글을 제가 다시 이곳 미세에 재 퍼와 올립니다....^^
정독하시어 다시한번 조용필님의 최초 DVD출시의 감동과 역사적 의의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출처 ;트리플 크라운
소박한 황제 - 조용필
조용필의 공연실황 DVD가 발매됐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런 '국민가수'가 '처음'으로 DVD를 발매했는데도 어디하나 크게 다뤄주는 곳이 없다. 물론 요즘에는 어지간한 가수들도 공연하면 공연 실황 DVD를 내놓는 상황이니 DVD 하나 발매된게 대수냐고 하겠지만, 그래도 '조용필' 아닌가. 여기서 조용필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구구히 늘어놓지 않겠다. 다만 조용필이 '허공' '서울서울서울' 등으로 가요계를 휩쓸던 것이 불과 1980년대 후반의 일이고, 1980년대는 그의 '일인독재'하에 놓여있었다는 것, 그리고 작품성과 대중성 양쪽의 모든 평가라는 점에서 조용필을 능가할 가수는커녕 비교할만한 인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만 말하겠다(그리고 하나만 더. 이젠 사라진 '가요톱텐'에서 5주연속 1위시 차트에서 그 가수의 노래를 뺀다는 골든컵 제도를 만든 이유가 조용필때문이었다는 점도 알아두자. 진짜 그때 조용필의 노래로 5주 1위는 '껌'이었다). 조용필도 대중적인 인기가 떨어지면 이런 취급을 받는데 다른 뮤지션들은 어떨지 참 암담하다고 해야할까. 내는 사람이 조용한건 그렇다쳐도 받아들이는 쪽에서 이 DVD의 발매를 이토록 조용하게 넘어가는건 기형적인 현 대중음악계의 상황을 보는 것 같아 참 씁쓸하다.
황제, 실력을 보여주다
하지만 필자가 조용필의 공연실황 DVD '飛上'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조용필의 이름때문이 아니다. 물론 필자가 아는 조용필의 히트곡만도 수십곡(세보니까 정말 수십곡이더라)이지만, 필자에게 조용필이라는 이름은 조용필이 가요계를 휩쓸던 시절 그에게 열광했던 그의 진짜팬만큼 확 와닿지는 못하며, 조용필의 음악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있을만큼 조용필의 음악을 열심히 들은 것도 아니다. 필자에게 중요한 것은 이 가요계의 유일무이한 황제가 DVD라는 새로운 매체를 만나 보여주는 황제의 실력이다.
물론 이 공연실황음반은 요즘 유행을 쫓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재미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밴드 구성도 기본적인 록밴드 편성에 건반과 피아노, 코러스 세명정도가 더 덧붙은 정도고, 요즘 인기가수의 공연처럼 계속 사람을 붙잡는 화려한 볼거리는 얼마없다. 실제로 조용필 공연을 많이 본 사람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이 공연은 조용필의 공연중 그렇게 화려한 공연은 아니라고 한다. 물론 오프닝에 불꽃놀이도 하고, '끝없는 날개짓 하늘로'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독특한 무대를 선보이기도 하지만 그외에는 말그대로 음악을 들려주는데 충실할 뿐이다. 정말 단정한 옷에 무슨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도 않고, 언변도 그다지 좋을 것도 없는 이 '황제'의 공연을 요즘 가수들의 콘서트에 익숙한 사람들이 얼핏 보면 참 '올드'하다는 생각만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콘서트는 그럼으로서 공연이 '음악'을 들려주는 곳이고, DVD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좋은 화면과 사운드라는 것을 증명해보인다. 이것은 황제가 시대를 초월해 보여주는 진정한 '내공'이다. 제작당시부터 DVD제작을 감안해 35대의 카메라를 사용한 것이나 5.1 돌비 디지털 EX를 사용(기존의 5.1 채널에 후방 서라운드 채널을 추가한 방식)한 것은 돈이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시스템으로 만들어낸 이 DVD의 엄청난 완성도이다.
울림을 가져오다
우선 이 DVD는 국내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정도로 잘된 사운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공연의 사운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마치 DVD를 보는 사람이 공연장과 관객석 사이에 앉아서 공연을 보는 것 같은 그런 것이다. 사운드 각각을 선명하게 뽑아내는 것은 어지간한 노력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현장감을 살리는 동시에 공연의 입체감을 살리는 것은 정말 힘들다. 이는 사운드의 위치나 울림을 모두 계산해야 하는 것인데, 이 DVD는 그점에서 완벽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럼과 기타, 그리고 조용필의 보컬이 무대에 서있는 위치에 따라 정확한 거리감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 사운드는 적절한 울림을 가지면서 현장성을 느끼도록 해준다. 보통의 라이브 사운드들이 현장성을 강조하는 경우 지나치게 울림을 강조해 사운드가 뭉개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공연의 사운드들은 마치 그 울림까지도 잘라내서 녹음해낸 듯, 음원들의 선명함을 유지하면서도 현장성을 그대로 가져오고 있다. 그렇기에 '꿈'이나 '그 겨울의 찻집'같은 잔잔한 곡에서 조용필의 목소리는 몸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가는 진성보컬의 매력을 선명하게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조금씩 울리면서 공연에서 느낄 수 있는 목소리의 여운을 생생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또한 애니메이션과 결합된 '끝없는 날개짓 하늘로'에서 새가 날아다닐 때 나는 효과음이 스피커를 차례로 거쳐가면서 새가 콘서트장 전체를 날아다니는듯한 공간감을 연출하는 것이나 '미지의 세계'같은 강한 하드록 사운드의 곡에서는 조용필의 보컬을 가장 중심에 두고 디스토션 기타를 마치 배경음처럼 조금 뒤쪽에서 프론트 스피커 뿐만 아니라 우퍼와 레어에까지 그 사운드의 잔향이 퍼지도록 사운드를 잡으면서도 그 소리 하나하나를 뭉개지지않고 정확하게 잡아낸다. '물망초'의 마지막 부분에서 조용필의 보컬 뒤에 머물러 있던 드럼을 순간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 박진감을 살려내는 사운드 설계는 조용필이라는 인물이 록만해도 20년도 넘게해온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해준다. 다만 조금은 인위적으로 입혀진 듯, 그래서 통제는 잘 되지만 현장감은 조금 떨어진 관객들의 소리가 아쉬운 부분이라고 해야할까.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구성
하지만 이런 기술적인 승리보다 더 주목할만한 것은 공연자체의 놀라운 완성도다. 앞에서 말한대로 이 공연은 요즘 공연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재미있는 공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건 그는 자신의 레퍼토리 안에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조용필은 이 공연을 통해 공연의 어디쯤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확실한 포인트를 주면서 공연의 흐름을 바꿔야하는 것인지 그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경쾌한 록트랙인 '흔적의 의미'로 공연을 시작해 '단발머리'와 '물망초'로 이어지며 점점더 속도를 높여가는 것은 물론, '물결속에서'같은 듀엣곡이나 '나는 너 좋아'뒤의 멘트, 그리고 '끝없는 날개짓 하늘로'에서의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무대등으로 공연 전체에 걸쳐 포인트를 주고, 그런 사이에 공연을 한번씩 끊으면서 록에서 발라드로, 다시 록으로 자연스럽게 흐름을 바꾸어나간다. 어떤 컨셉이 있다고 말하기는 힘든 공연이면서도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지고, 동시에 보는 사람의 기억에도 분명히 남는 선곡구성을 보여준다고 할까.
또한 이렇게 공연에 악센트를 주는 곡, 즉 오프닝인 '흔적의 의미'나 '물결속에서'와 '끝없는 날개짓 하늘로'등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있는 곡이라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이 DVD를 보면서 놀랐던 것이 조용필의 음반이 별로 없는 필자마저도 대부분의 수록곡을 알 정도고, 조용필은 그런 곡들을 '기본'으로 깔면서 다른 곡들을 공연에 악센트를 주는 곡으로 마련해 관객들이 콘서트 전체에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히트곡만 수십곡인 황제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해야할까.
이런 선곡못지않게 DVD의 편집역시 자연스럽다. 이 공연실황의 편집은 의외로 35대라는 많은 카메라 수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철저하게 음악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러운 편집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DVD의 편집은 기본적으로 철저하게 그 순간에 중심이 되는 사운드를 표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물론 조용필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기본이지만, 드럼 사운드가 중심이 되는순간 정확하게 드럼을 보여주고, 기타사운드의 박진감이 부각되면 곧바로 기타가 나타나는 식이다. '물망초'에서 건반과 베이스의 소리에 따라 연주자들을 보여주고 나서 조용필로 화면이 옮겨간 다음 다시 음악의 흐름에 따라 잠깐잠깐 베이스로, 다시 보컬에서 기타와 드럼으로 옮겨가는 화면구성은 투박한 듯 하지만 사운드의 흐름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어서 사운드의 박력을 화면으로 그대로 옮겨놓는다.
또한 동시에 이 DVD의 편집은 곡의 흐름을 그대로 영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여러곡에 걸쳐 순간적으로 조용필의 얼굴을 클로즈업 시키면서 곡의 전개 변화를 설명한다든가, '그대여'같은 곡에서는 곡의 포인트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그대여!'부분에서 손을 뻗치는 코러스의 모습을 순간적으로 편집해 쭉 뻗어나가는 곡의 에너지를 그대로 담아내긴 한다. 현란한 영상효과나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않는대신 음악에 충실함으로서 곡이 가진 매력을 충실히 담아낸다. 정말 그냥 보면 '옛날' 콘서트같지만 하나하나 차분히 보기 시작하면 그 '무서움'을 알 수 있는 황제의 실력이 담긴 또 하나의 부분이라고 해야할까. 특히 '모나리자'의 도입부에서 사운드에 맞춰 순간적으로 공연장 전체를 하나씩 스케치해나간 뒤 곧바로 조용필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는 부분은 편집이라는 것이 결국 '좋은 화면을 이어붙이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준다. 다만 화질에 있어 '서울 서울 서울'같은 곡에서 밴드 전체의 모습을 담을때마다 다른 장면에 비해 화질이 갑자기 거칠어지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의 의미
하지만 이런 부분들보다도 더욱 놀라운 것은 역시 조용필이 만들고, 새롭게 편곡한 그의 곡들과 그 노래들을 부르는 조용필의 목소리이다. 이 공연은 한두곡정도를 빼놓으면 전체적으로 록 공연의 형식을 띄고 있는데, 악기편성 자체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국악성향의 곡에서부터 하드록성향의 곡을 두루 들려주고 있는 20곡에 달하는 조용필의 노래들을 모두 라이브로 들려주고 있다. 이런 경우 보통은 키보드의 힘에 의지해 곡의 빈곳을 채우지만, 조용필은 그런 '초식'을 사용하는 대신 각 악기간의 잘 짜여진 편곡이라는 진짜 '내공'을 통해 곡 하나하나를 꽉 채운다. 그래서 이 앨범의 편곡은 록트랙들보다는 '꿈'이나 '서울 서울 서울'같은 곡들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물론 록트랙들에 비해 박진감이 떨어지고 편곡된 사운드 자체는 심플하게 멜로디를 따라가는 것에 가깝지만, 그 멜로디에 어울리는 사운드를 채우기 위해 이루어진 편곡 하나하나는 참으로 정성스럽다. 이 곡들에서 곡을 채우는 것은 건반의 넓게 울려퍼지는 음향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스럽게 곡을 메꿔 나가는 베이스와 드럼의 리듬패턴이고, 곡의 멜로디가 가진 서정성은 키보드보다는 오히려 맑은 기타에 의해 주도된다.
오히려 이 공연실황에서 건반은 록트랙에서 그 위력을 발휘한다. 이 공연실황의 특징중 하나가 이 건반의 사용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이 공연에서 건반은 매우 인상적으로 쓰이고 있는데, '단발머리'처럼 이미 건반 사용이 인상적인 것으로 잘 알려진 곡들 이외에도 '어제, 오늘, 그리고'나 '자존심'에서 사용하는 건반 연주는 기타대신 리프를 대신하면서 기타만으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경쾌함을 선사한다. 특히 '자존심'의 도입부에서 베이스와 함께 엮어내는 국악적인 요소가 첨가된 리프는 건반의 또다른 매력을 이끌어낸 인상적인 부분이다. 또한 하드록 성향으로 흘러가는 '그대를 사랑해' '그대여', 그리고 '모나리자'와 '여행을 떠나요'의 트랙등에서 들려주는 기타 사운드의 박력넘치는 리프는 이제 50대에 접어든 이 중년의 황제가 오히려 더 젊어지기로 작정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득음에 이른 목소리
그리고 이런 그의 면모는 바로 그의 목소리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이 공연에서 그의 목소리는 한마디로 '불가능이 없는' 목소리다. 물론 그의 목소리 톤 자체가 싫은 사람, 혹은 무조건 갖은 창법과 기교를 쓰면서 높이만 올라가면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조용필의 보컬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는 숱한 음악 관계자들이 인정하는 그대로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증명한다.
사실 그의 노래들은 '단발머리'나 '고추잠자리'의 '엄마야!'하는 부분같은 부분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듯 그냥 아무나 간단하게 부를 수 있는 그런 음역대의 노래가 아니다. 그런데 그는 그 노래들을 '고추 잠자리'에서의 가성을 제외하면 모두 진성으로 부르는한편, 그 안에서 다양한 창법을 구사하며 모든 곡들을 곡에 가장 어울리는 형태로 소화한다. 마치 성가를 부르는듯한 '물결속에서'에서의 나이가 믿기지않는 고운 목소리부터 국악성향의 '자존심', 그리고 하드록 스타일의 여러 곡들에 이르기까지 그는 자신의 진성 하나로 모든 곡들을 소화한다. 보통의 가수들이 고음에서 애드립을 쓰거나 지나치게 끝을 늘이면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 한다면, 조용필은 곡이 원하는 만큼만 정확하게, 오히려 너무 담
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음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추며 노래를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보컬의 매력이 드러나는 것은 나이가 믿기지않는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미지의 세계'같은 곡이 아니라 자신의 진성보컬이 가진 그 진한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그 겨울의 찻집'이나 '친구여'같은 곡들이다. 잔잔하게 보컬을 처리하다가 후렴구에 이르러 순간적으로 고음으로 올라가는 부분에서 어떤 불안정한 부분도 없이 자연스럽게 멜로디를 소화하며 공연장 전체를 그의 목소리로 울려퍼지게 만드는 '그 겨울의 찻집'에서는 음색의 깊이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친구여'에서는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순간적으로 음을 끌어올리면서도 어떤 기교도없이 오직 자신의 진성만으로 담백하게 멜로디를 정확하게 소화, 자신의 그 얇지만 약하지 않은 음색이 가진 '힘'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조용필은 이제 자신이 이 노래를 그저 듣기 편안한 노래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처연함'을 표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그가 이런 목소리를 공연내내 유지한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의 목소리는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더 좋은 목소리를 낸다. 첫곡인 '흔적의 의미'나 '단발머리'같은 곡이 상대적으로 약간 답답한 느낌을 주는 반면 후반부의 곡들은 앞의 곡들보다 강한 노래들임에도 불구하고 훨씬더 파워풀하게 그것을 소화해낸다. '자존심'에서 국악창법을 이용한 힘차고 시원한 목소리나 마지막곡 '여행을 떠나요'에서 록 보컬리스트로서 그가 들려주는 가창력은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아닌가 싶을 정도로 힘찬 에너지를 담고 있다. DVD에 담긴 그의 인터뷰내용대로, 그는 정말로 노래를 부르면 부를수록 목소리가 좋아지는 듯 싶다.
황제의 꿈은 계속된다
그리고 공연이 모두 끝나면 크레딧과 함께 등장하는 '꿈의 아리랑'은 조용필의 최근 관심사를 보여주는듯한 곡이다. 사실 조용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에 이 곡이 나온 배경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지만, 이 곡에는 조용필이 공연실황에서 들려준 한국적인 멜로디가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되면서 한국적인 멋을 살려내고 있다. DVD에 실린 인터뷰에 따르면 조용필은 이 곡을 위해 전국각지에 흩어져 있는 100여개의 아리랑을 모두 들어보았다고 하는데, 월드컵에 맞춰 만든 곡답게 복잡한 구성대신 후렴구를 반복시키며 이를 부각시키는 심플한 구성에 아리랑하면 생각나는 슬픔 정서나 민요풍의 구성진 멜로디를 살리기보다는 그것을 대규모의 코러스와 현악세션과 섞으면서 '아리랑'에 장엄한 색깔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이 곡역시 스테레오가 아닌 5.1채널로 사운드가 녹음되어 있어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코러스의 힘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DVD를 구입하는 조용필의 팬들에게는 색다른 재미가 될 듯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만을 가지고 재미를 준다고 해야할까.
이 DVD에 대해, 혹은 조용필에 대해 싫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조용필은 이 DVD를 통해 오직 좋은 음악과 그에 걸맞는 자연스런 영상의 완성도만으로 자신이 여전히 '발전'중인 '황제'라는 것을 증명하려하고 있다는 것 말이다. 그는 이제 황제가 누릴 수 있는 명성이나 힘도 지겹다는 듯, DVD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과장없이 자신의 음악을 전달하는데만 집중하고, 공연을 통해 팬과 만나면서 자신에게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 온갖 화려한 효과와 아이디어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 같은 요즘의 음악계에서, 오직 음악의 완성도에만 집중하는 그의 공연과 음악은 참으로 소박한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황제의 소박함이다. 무엇을 해도 이미 평범한 사람의 화려함은 뛰어넘은지 오래인 황제가 보여주는 소박함말이다.
* 수록곡 List
1. 흔적의 의미
2. 단발머리
3. 물망초
4. 물결속에서
5. 꿈
6. 서울 서울 서울
7. 어제, 오늘, 그리고
8. 나는 너 좋아
9. 그 겨울의 찻집
10. 친구여
11. 고추잠자리
12. 그리움의 불꽃
13. 그대를 사랑해
14. 그대여
15. 자존심
16. 끝없는 날개짓 하늘로 (서플을 통해 멀티앵글지원)
17. 미지의 세계
18. 모나리자
19. 여행을 떠나요 (서플을 통해 멀티앵글지원)
20. Credits
Bonus Track : 꿈의 아리랑(Audio Track)
* Bonus Material
가사보기, 조용필의 프로필, 갤러리, 꿈의 아리랑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리마스터링, 리허설 보기,
인터뷰, 멀티앵글
ps. 그리고 이 DVD의 가장 큰 충격적인 점은, 이 DVD의 사운드가 모두 국내 엔지니어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한국 DVD의 사운드 문제는 엔지니어도 엔지니어지만 오히려 그 사운드를 전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지을 총 프로듀서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 이것은 조용필의 '귀'의 승리다.
글 : 강명석(LENNON@hitel.net)
평론가들에게 어떤 언급이나 기사화도 없어서 정말로 많이 아쉽고 답답하고 서운
했는데 위탄에 가보니 정말로 눈에 확 띄는 글이 있어 이렇게 퍼 왔습니다..
이 글은 위탄의 탄님이 퍼온글을 제가 다시 이곳 미세에 재 퍼와 올립니다....^^
정독하시어 다시한번 조용필님의 최초 DVD출시의 감동과 역사적 의의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출처 ;트리플 크라운
소박한 황제 - 조용필
조용필의 공연실황 DVD가 발매됐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런 '국민가수'가 '처음'으로 DVD를 발매했는데도 어디하나 크게 다뤄주는 곳이 없다. 물론 요즘에는 어지간한 가수들도 공연하면 공연 실황 DVD를 내놓는 상황이니 DVD 하나 발매된게 대수냐고 하겠지만, 그래도 '조용필' 아닌가. 여기서 조용필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구구히 늘어놓지 않겠다. 다만 조용필이 '허공' '서울서울서울' 등으로 가요계를 휩쓸던 것이 불과 1980년대 후반의 일이고, 1980년대는 그의 '일인독재'하에 놓여있었다는 것, 그리고 작품성과 대중성 양쪽의 모든 평가라는 점에서 조용필을 능가할 가수는커녕 비교할만한 인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만 말하겠다(그리고 하나만 더. 이젠 사라진 '가요톱텐'에서 5주연속 1위시 차트에서 그 가수의 노래를 뺀다는 골든컵 제도를 만든 이유가 조용필때문이었다는 점도 알아두자. 진짜 그때 조용필의 노래로 5주 1위는 '껌'이었다). 조용필도 대중적인 인기가 떨어지면 이런 취급을 받는데 다른 뮤지션들은 어떨지 참 암담하다고 해야할까. 내는 사람이 조용한건 그렇다쳐도 받아들이는 쪽에서 이 DVD의 발매를 이토록 조용하게 넘어가는건 기형적인 현 대중음악계의 상황을 보는 것 같아 참 씁쓸하다.
황제, 실력을 보여주다
하지만 필자가 조용필의 공연실황 DVD '飛上'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조용필의 이름때문이 아니다. 물론 필자가 아는 조용필의 히트곡만도 수십곡(세보니까 정말 수십곡이더라)이지만, 필자에게 조용필이라는 이름은 조용필이 가요계를 휩쓸던 시절 그에게 열광했던 그의 진짜팬만큼 확 와닿지는 못하며, 조용필의 음악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있을만큼 조용필의 음악을 열심히 들은 것도 아니다. 필자에게 중요한 것은 이 가요계의 유일무이한 황제가 DVD라는 새로운 매체를 만나 보여주는 황제의 실력이다.
물론 이 공연실황음반은 요즘 유행을 쫓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재미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밴드 구성도 기본적인 록밴드 편성에 건반과 피아노, 코러스 세명정도가 더 덧붙은 정도고, 요즘 인기가수의 공연처럼 계속 사람을 붙잡는 화려한 볼거리는 얼마없다. 실제로 조용필 공연을 많이 본 사람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이 공연은 조용필의 공연중 그렇게 화려한 공연은 아니라고 한다. 물론 오프닝에 불꽃놀이도 하고, '끝없는 날개짓 하늘로'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독특한 무대를 선보이기도 하지만 그외에는 말그대로 음악을 들려주는데 충실할 뿐이다. 정말 단정한 옷에 무슨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도 않고, 언변도 그다지 좋을 것도 없는 이 '황제'의 공연을 요즘 가수들의 콘서트에 익숙한 사람들이 얼핏 보면 참 '올드'하다는 생각만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콘서트는 그럼으로서 공연이 '음악'을 들려주는 곳이고, DVD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좋은 화면과 사운드라는 것을 증명해보인다. 이것은 황제가 시대를 초월해 보여주는 진정한 '내공'이다. 제작당시부터 DVD제작을 감안해 35대의 카메라를 사용한 것이나 5.1 돌비 디지털 EX를 사용(기존의 5.1 채널에 후방 서라운드 채널을 추가한 방식)한 것은 돈이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시스템으로 만들어낸 이 DVD의 엄청난 완성도이다.
울림을 가져오다
우선 이 DVD는 국내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정도로 잘된 사운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공연의 사운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마치 DVD를 보는 사람이 공연장과 관객석 사이에 앉아서 공연을 보는 것 같은 그런 것이다. 사운드 각각을 선명하게 뽑아내는 것은 어지간한 노력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현장감을 살리는 동시에 공연의 입체감을 살리는 것은 정말 힘들다. 이는 사운드의 위치나 울림을 모두 계산해야 하는 것인데, 이 DVD는 그점에서 완벽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럼과 기타, 그리고 조용필의 보컬이 무대에 서있는 위치에 따라 정확한 거리감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 사운드는 적절한 울림을 가지면서 현장성을 느끼도록 해준다. 보통의 라이브 사운드들이 현장성을 강조하는 경우 지나치게 울림을 강조해 사운드가 뭉개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공연의 사운드들은 마치 그 울림까지도 잘라내서 녹음해낸 듯, 음원들의 선명함을 유지하면서도 현장성을 그대로 가져오고 있다. 그렇기에 '꿈'이나 '그 겨울의 찻집'같은 잔잔한 곡에서 조용필의 목소리는 몸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가는 진성보컬의 매력을 선명하게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조금씩 울리면서 공연에서 느낄 수 있는 목소리의 여운을 생생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또한 애니메이션과 결합된 '끝없는 날개짓 하늘로'에서 새가 날아다닐 때 나는 효과음이 스피커를 차례로 거쳐가면서 새가 콘서트장 전체를 날아다니는듯한 공간감을 연출하는 것이나 '미지의 세계'같은 강한 하드록 사운드의 곡에서는 조용필의 보컬을 가장 중심에 두고 디스토션 기타를 마치 배경음처럼 조금 뒤쪽에서 프론트 스피커 뿐만 아니라 우퍼와 레어에까지 그 사운드의 잔향이 퍼지도록 사운드를 잡으면서도 그 소리 하나하나를 뭉개지지않고 정확하게 잡아낸다. '물망초'의 마지막 부분에서 조용필의 보컬 뒤에 머물러 있던 드럼을 순간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 박진감을 살려내는 사운드 설계는 조용필이라는 인물이 록만해도 20년도 넘게해온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해준다. 다만 조금은 인위적으로 입혀진 듯, 그래서 통제는 잘 되지만 현장감은 조금 떨어진 관객들의 소리가 아쉬운 부분이라고 해야할까.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구성
하지만 이런 기술적인 승리보다 더 주목할만한 것은 공연자체의 놀라운 완성도다. 앞에서 말한대로 이 공연은 요즘 공연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재미있는 공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건 그는 자신의 레퍼토리 안에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조용필은 이 공연을 통해 공연의 어디쯤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확실한 포인트를 주면서 공연의 흐름을 바꿔야하는 것인지 그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경쾌한 록트랙인 '흔적의 의미'로 공연을 시작해 '단발머리'와 '물망초'로 이어지며 점점더 속도를 높여가는 것은 물론, '물결속에서'같은 듀엣곡이나 '나는 너 좋아'뒤의 멘트, 그리고 '끝없는 날개짓 하늘로'에서의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무대등으로 공연 전체에 걸쳐 포인트를 주고, 그런 사이에 공연을 한번씩 끊으면서 록에서 발라드로, 다시 록으로 자연스럽게 흐름을 바꾸어나간다. 어떤 컨셉이 있다고 말하기는 힘든 공연이면서도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지고, 동시에 보는 사람의 기억에도 분명히 남는 선곡구성을 보여준다고 할까.
또한 이렇게 공연에 악센트를 주는 곡, 즉 오프닝인 '흔적의 의미'나 '물결속에서'와 '끝없는 날개짓 하늘로'등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있는 곡이라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이 DVD를 보면서 놀랐던 것이 조용필의 음반이 별로 없는 필자마저도 대부분의 수록곡을 알 정도고, 조용필은 그런 곡들을 '기본'으로 깔면서 다른 곡들을 공연에 악센트를 주는 곡으로 마련해 관객들이 콘서트 전체에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히트곡만 수십곡인 황제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해야할까.
이런 선곡못지않게 DVD의 편집역시 자연스럽다. 이 공연실황의 편집은 의외로 35대라는 많은 카메라 수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철저하게 음악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러운 편집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DVD의 편집은 기본적으로 철저하게 그 순간에 중심이 되는 사운드를 표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물론 조용필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기본이지만, 드럼 사운드가 중심이 되는순간 정확하게 드럼을 보여주고, 기타사운드의 박진감이 부각되면 곧바로 기타가 나타나는 식이다. '물망초'에서 건반과 베이스의 소리에 따라 연주자들을 보여주고 나서 조용필로 화면이 옮겨간 다음 다시 음악의 흐름에 따라 잠깐잠깐 베이스로, 다시 보컬에서 기타와 드럼으로 옮겨가는 화면구성은 투박한 듯 하지만 사운드의 흐름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어서 사운드의 박력을 화면으로 그대로 옮겨놓는다.
또한 동시에 이 DVD의 편집은 곡의 흐름을 그대로 영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여러곡에 걸쳐 순간적으로 조용필의 얼굴을 클로즈업 시키면서 곡의 전개 변화를 설명한다든가, '그대여'같은 곡에서는 곡의 포인트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그대여!'부분에서 손을 뻗치는 코러스의 모습을 순간적으로 편집해 쭉 뻗어나가는 곡의 에너지를 그대로 담아내긴 한다. 현란한 영상효과나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않는대신 음악에 충실함으로서 곡이 가진 매력을 충실히 담아낸다. 정말 그냥 보면 '옛날' 콘서트같지만 하나하나 차분히 보기 시작하면 그 '무서움'을 알 수 있는 황제의 실력이 담긴 또 하나의 부분이라고 해야할까. 특히 '모나리자'의 도입부에서 사운드에 맞춰 순간적으로 공연장 전체를 하나씩 스케치해나간 뒤 곧바로 조용필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는 부분은 편집이라는 것이 결국 '좋은 화면을 이어붙이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준다. 다만 화질에 있어 '서울 서울 서울'같은 곡에서 밴드 전체의 모습을 담을때마다 다른 장면에 비해 화질이 갑자기 거칠어지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의 의미
하지만 이런 부분들보다도 더욱 놀라운 것은 역시 조용필이 만들고, 새롭게 편곡한 그의 곡들과 그 노래들을 부르는 조용필의 목소리이다. 이 공연은 한두곡정도를 빼놓으면 전체적으로 록 공연의 형식을 띄고 있는데, 악기편성 자체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국악성향의 곡에서부터 하드록성향의 곡을 두루 들려주고 있는 20곡에 달하는 조용필의 노래들을 모두 라이브로 들려주고 있다. 이런 경우 보통은 키보드의 힘에 의지해 곡의 빈곳을 채우지만, 조용필은 그런 '초식'을 사용하는 대신 각 악기간의 잘 짜여진 편곡이라는 진짜 '내공'을 통해 곡 하나하나를 꽉 채운다. 그래서 이 앨범의 편곡은 록트랙들보다는 '꿈'이나 '서울 서울 서울'같은 곡들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물론 록트랙들에 비해 박진감이 떨어지고 편곡된 사운드 자체는 심플하게 멜로디를 따라가는 것에 가깝지만, 그 멜로디에 어울리는 사운드를 채우기 위해 이루어진 편곡 하나하나는 참으로 정성스럽다. 이 곡들에서 곡을 채우는 것은 건반의 넓게 울려퍼지는 음향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스럽게 곡을 메꿔 나가는 베이스와 드럼의 리듬패턴이고, 곡의 멜로디가 가진 서정성은 키보드보다는 오히려 맑은 기타에 의해 주도된다.
오히려 이 공연실황에서 건반은 록트랙에서 그 위력을 발휘한다. 이 공연실황의 특징중 하나가 이 건반의 사용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이 공연에서 건반은 매우 인상적으로 쓰이고 있는데, '단발머리'처럼 이미 건반 사용이 인상적인 것으로 잘 알려진 곡들 이외에도 '어제, 오늘, 그리고'나 '자존심'에서 사용하는 건반 연주는 기타대신 리프를 대신하면서 기타만으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경쾌함을 선사한다. 특히 '자존심'의 도입부에서 베이스와 함께 엮어내는 국악적인 요소가 첨가된 리프는 건반의 또다른 매력을 이끌어낸 인상적인 부분이다. 또한 하드록 성향으로 흘러가는 '그대를 사랑해' '그대여', 그리고 '모나리자'와 '여행을 떠나요'의 트랙등에서 들려주는 기타 사운드의 박력넘치는 리프는 이제 50대에 접어든 이 중년의 황제가 오히려 더 젊어지기로 작정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득음에 이른 목소리
그리고 이런 그의 면모는 바로 그의 목소리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이 공연에서 그의 목소리는 한마디로 '불가능이 없는' 목소리다. 물론 그의 목소리 톤 자체가 싫은 사람, 혹은 무조건 갖은 창법과 기교를 쓰면서 높이만 올라가면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조용필의 보컬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는 숱한 음악 관계자들이 인정하는 그대로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증명한다.
사실 그의 노래들은 '단발머리'나 '고추잠자리'의 '엄마야!'하는 부분같은 부분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듯 그냥 아무나 간단하게 부를 수 있는 그런 음역대의 노래가 아니다. 그런데 그는 그 노래들을 '고추 잠자리'에서의 가성을 제외하면 모두 진성으로 부르는한편, 그 안에서 다양한 창법을 구사하며 모든 곡들을 곡에 가장 어울리는 형태로 소화한다. 마치 성가를 부르는듯한 '물결속에서'에서의 나이가 믿기지않는 고운 목소리부터 국악성향의 '자존심', 그리고 하드록 스타일의 여러 곡들에 이르기까지 그는 자신의 진성 하나로 모든 곡들을 소화한다. 보통의 가수들이 고음에서 애드립을 쓰거나 지나치게 끝을 늘이면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 한다면, 조용필은 곡이 원하는 만큼만 정확하게, 오히려 너무 담
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음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추며 노래를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보컬의 매력이 드러나는 것은 나이가 믿기지않는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미지의 세계'같은 곡이 아니라 자신의 진성보컬이 가진 그 진한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그 겨울의 찻집'이나 '친구여'같은 곡들이다. 잔잔하게 보컬을 처리하다가 후렴구에 이르러 순간적으로 고음으로 올라가는 부분에서 어떤 불안정한 부분도 없이 자연스럽게 멜로디를 소화하며 공연장 전체를 그의 목소리로 울려퍼지게 만드는 '그 겨울의 찻집'에서는 음색의 깊이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친구여'에서는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순간적으로 음을 끌어올리면서도 어떤 기교도없이 오직 자신의 진성만으로 담백하게 멜로디를 정확하게 소화, 자신의 그 얇지만 약하지 않은 음색이 가진 '힘'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조용필은 이제 자신이 이 노래를 그저 듣기 편안한 노래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처연함'을 표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그가 이런 목소리를 공연내내 유지한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의 목소리는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더 좋은 목소리를 낸다. 첫곡인 '흔적의 의미'나 '단발머리'같은 곡이 상대적으로 약간 답답한 느낌을 주는 반면 후반부의 곡들은 앞의 곡들보다 강한 노래들임에도 불구하고 훨씬더 파워풀하게 그것을 소화해낸다. '자존심'에서 국악창법을 이용한 힘차고 시원한 목소리나 마지막곡 '여행을 떠나요'에서 록 보컬리스트로서 그가 들려주는 가창력은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아닌가 싶을 정도로 힘찬 에너지를 담고 있다. DVD에 담긴 그의 인터뷰내용대로, 그는 정말로 노래를 부르면 부를수록 목소리가 좋아지는 듯 싶다.
황제의 꿈은 계속된다
그리고 공연이 모두 끝나면 크레딧과 함께 등장하는 '꿈의 아리랑'은 조용필의 최근 관심사를 보여주는듯한 곡이다. 사실 조용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에 이 곡이 나온 배경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지만, 이 곡에는 조용필이 공연실황에서 들려준 한국적인 멜로디가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되면서 한국적인 멋을 살려내고 있다. DVD에 실린 인터뷰에 따르면 조용필은 이 곡을 위해 전국각지에 흩어져 있는 100여개의 아리랑을 모두 들어보았다고 하는데, 월드컵에 맞춰 만든 곡답게 복잡한 구성대신 후렴구를 반복시키며 이를 부각시키는 심플한 구성에 아리랑하면 생각나는 슬픔 정서나 민요풍의 구성진 멜로디를 살리기보다는 그것을 대규모의 코러스와 현악세션과 섞으면서 '아리랑'에 장엄한 색깔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이 곡역시 스테레오가 아닌 5.1채널로 사운드가 녹음되어 있어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코러스의 힘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DVD를 구입하는 조용필의 팬들에게는 색다른 재미가 될 듯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만을 가지고 재미를 준다고 해야할까.
이 DVD에 대해, 혹은 조용필에 대해 싫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조용필은 이 DVD를 통해 오직 좋은 음악과 그에 걸맞는 자연스런 영상의 완성도만으로 자신이 여전히 '발전'중인 '황제'라는 것을 증명하려하고 있다는 것 말이다. 그는 이제 황제가 누릴 수 있는 명성이나 힘도 지겹다는 듯, DVD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과장없이 자신의 음악을 전달하는데만 집중하고, 공연을 통해 팬과 만나면서 자신에게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 온갖 화려한 효과와 아이디어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 같은 요즘의 음악계에서, 오직 음악의 완성도에만 집중하는 그의 공연과 음악은 참으로 소박한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황제의 소박함이다. 무엇을 해도 이미 평범한 사람의 화려함은 뛰어넘은지 오래인 황제가 보여주는 소박함말이다.
* 수록곡 List
1. 흔적의 의미
2. 단발머리
3. 물망초
4. 물결속에서
5. 꿈
6. 서울 서울 서울
7. 어제, 오늘, 그리고
8. 나는 너 좋아
9. 그 겨울의 찻집
10. 친구여
11. 고추잠자리
12. 그리움의 불꽃
13. 그대를 사랑해
14. 그대여
15. 자존심
16. 끝없는 날개짓 하늘로 (서플을 통해 멀티앵글지원)
17. 미지의 세계
18. 모나리자
19. 여행을 떠나요 (서플을 통해 멀티앵글지원)
20. Credits
Bonus Track : 꿈의 아리랑(Audio Track)
* Bonus Material
가사보기, 조용필의 프로필, 갤러리, 꿈의 아리랑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리마스터링, 리허설 보기,
인터뷰, 멀티앵글
ps. 그리고 이 DVD의 가장 큰 충격적인 점은, 이 DVD의 사운드가 모두 국내 엔지니어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한국 DVD의 사운드 문제는 엔지니어도 엔지니어지만 오히려 그 사운드를 전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지을 총 프로듀서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 이것은 조용필의 '귀'의 승리다.
글 : 강명석(LENNON@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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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31 09:02:55
가을사랑
2002-08-31 19:2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