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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예술의전당 공연‘국민가수’조용필
-“저는 이제 가수라기보다 무대인이라고 생각해요”-
‘국민가수’ 조용필은 요즘 심한 감기에 걸렸다. 12월 1일부터 9일 간 펼치는 콘서트를 앞두고 감기약을 먹어가며 몸을 챙기고는 있지 만 대사를 치르기 전의 부담감 때문인지 좀처럼 쾌차할 기미가 보이 지 않는다.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만난 조용필은 늦가을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두터운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연습장은 그가 막 토해낸 열정이 가 라앉지 않았는지 온기로 가득했다. 그는 “이렇게 지독한 감기는 처 음”이라고 했지만 한동안 이마와 얼굴에 맺혀 있는 땀방울을 닦아 내느라 인터뷰를 중단해야 했다. 그가 이번 콘서트 준비에 얼마나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지 짐작할 만했다.
평생 음악 한 길만 걸어온 조용필. 연예계의 정상에 서기까지 질곡 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사람답지 않게 참 작고 곱다. 오늘 그가 남 긴 행적은 내일의 한국 가요사가 된다. 그래서 매번 자신이 만든 한 계를 넘고 또 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곤 한다. 어떻게 하 면 팬들에게 더 완벽한 무대를 보여줄까. 고민하는 조용필의 모습에 서 그가 ‘하늘에서 떨어진 천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는 천 재’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 뮤지컬 기법을 응용한다고 들었는데요, 언제부터 뮤지컬에 관심을 가졌습니까.
“1990년 초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좋은 뮤지컬을 많이 봤는데요, 그 때부터라고 할 수 있어요. 밋밋한 작품보다는 조명이나 무대세트를 수차례 전환하는 작품들에 심취했죠. 어떤 작품은 10번도 더 봤어요. <오페라의 유령>은 무대장치가, <키스 오브 더 스파이더 우먼>은 조명이 기가 막힐 정도입니다. 언젠가는 그런 기법들을 제 무대에 써보고 싶었습니다.”
▶이번 공연을 소개해주시죠.
“2시간 정도 진행될 것입니다. 연출가 윤호진씨와 무대디자이너 박 동우씨가 함께 참여했어요. 1부는 45인조 오케스트라 연주와 어린이 15명의 합창, 15명의 무용 등이 어우러져 뮤지컬 형식으로 펼쳐집니 다. 조명을 통해 무대가 조리개처럼 열렸다가 닫히는 색다른 무대를 선보일 것입니다. 12곡의 노래는 모두 혼자 하지만 장면이 6번 정도 완전히 바뀌기 때문에 뮤지컬의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으리라고 봅 니다. 15분 휴식 후 이어지는 2부는 전형적인 콘서트라고 할 수 있 어요. 관객들은 이번에 서로 다른 2가지 공연을 한 자리에서 보는 셈입니다.”
▶준비과정은 어떠했습니까.
“개괄적인 컨셉트는 작년 공연이 끝나자마자 잡기 시작했고 1월부 터 공연 스태프 섭외에 들어갔어요. 6월 뉴욕에서의 첫 미팅을 시작 으로 본격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무대·조명·기술·특수효과 등에 관해 수없는 미팅을 거쳤죠. 이제는 전반적인 세팅이 다 끝나고 파 트별 연습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11월 18일부터는 본격적인 리허설 을 시작하는데요, 뮤지컬 형식이라고는 하지만 기존의 곡을 스토리 로 연결하는 데다, 대사도 없이 혼자 노래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작 업이 아닙니다. 새로운 공연방식이라서 관객들이 좀 생소해하지 않 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데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예술의전당에서 3번째 공연을 하는데 장소가 마음에 듭니까.
“아주 훌륭합니다. 무대의 뒷면·옆면·바닥 등 5면을 모두 사용할 수 있어서 특수효과나 고난이도 기술을 모두 보여줄 수 있어요. 영 화는 수천·수만 가지 장면을 보여줄 수 있지만 무대는 한정돼 있지 않습니까. 기술과 아이디어를 총동원해 최대한 동적인 무대를 보여 줄 생각입니다.”
▶공연이 시작되면 관객들을 한시도 그냥 두지 않겠다는 말로 들리 는데요.
“(잠시 침묵)물론 그런 마음이야 정말 굴뚝 같습니다. 또 여기서 멈 추지 않고 더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계속할 거고요. 저는 이제 가수라기보다는 ‘무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무대에서 완벽해지고 싶은 것은 가수라면 누구나 갖는 욕심 아닙니 까. 무대인이 무대를 가능한 한 좋게 만들고자 하는 것은 아주 당연 하죠. 이번 공연이 끝나자마자 저는 또 내년 공연을 준비할 것이고 요, 그것은 또 당연한 일입니다.”
▶장비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들었는데요, 이번 공연에 쓰는 장비 가격은 모두 얼마나 됩니까.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는 것은 좀 그렇고요. 이번 공연에는 우리나 라에서 처음 공개되는 장비도 있을 것이란 말씀만 드리겠어요.”
▶1990년대 중반에 뮤지컬 <서울신화>를 만들어 공연을 하려 했다 가 그만둔 일이 있지요. 다시 뮤지컬에 도전할 의향이 있는 겁니까.
“제가 직접 출연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가능하면 제작을 해보고 싶 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을는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탄자니아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탄자니아 에 가본 적은 있습니까.
“사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부른 것 외에는 탄자니아를 위해 한 일이 없는데도 탄자니아 정부가 모든 경비를 제공하며 초청했어요. 덕분에 11일간 탄자니아에 머물며 킬리만자로 중턱까지 올라가봤습 니다.”
▶국내 가요계에서 조직적인 팬클럽 활동이 조용필씨로 인해 처음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팬들과는 직접 교류하지 않고 있 다고 들었습니다.
“저를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은 꾸준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팬들 과 정기모임을 갖는 것은 뭐랄까, 마치 제가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 같아서 어색하게 느껴져요. 팬클럽은 팬들이 자생적으로 끌고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합동공연은 거의 안 하고 다른 가수들 콘서트에 찬조출연도 안 하 는데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저는 원래 합동공연은 하지 않습니다. 옛날에는 방송이니까 했지 만 콘서트에서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건 자기 혼자만의 공연이 아니죠. 저는 저만의 무대가 좋습니다.”
▶콘서트 중에 관객들에게 하는 말들이 썰렁하게 들리던데요.
“제가 원래 썰렁한 말로 유명한 사람 아닙니까(웃음). 말을 준비해 본 적도 있었지만 아예 준비 안 하고 공연하는 게 오히려 나은 것 같습니다.”
▶쉴 때는 무엇을 하며 지냅니까.
“TV를 많이 봅니다. 정해놓고 보는 것은 아니고 그냥 여기저기 돌 리다가 마음에 드는 것 있으면 보죠. 그 외에 골프 치는 것 정도가 전부입니다. 음악 듣는 것도 제게는 휴식이 아니라 일입니다. 좋다는 음반은 닥치는 대로 듣죠. 주로 DVD를 이용하는데 사운드뿐 아니라 서라운드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 무대는 어떻게 꾸몄는지 등을 마치 프로듀서가 된 기분으로 분석해가며 들어요.”
▶요즘 가요계가 지나치게 청소년 취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많은 논 란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10대 위주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우리나 라의 대중문화 역사가 길지 않아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봅니다. 이런 시기도 있어야 장르가 풍성해지는 것 아닙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밸런스를 맞춰가리라 봅니다. 어떻게 보면 기성세 대가 가요계를 외면하니까 그쪽(10대)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요. 청소년 취향만 문제 삼을 게 아니라 그런 분들이 자성 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열광’은 10대들의 몫이라는 점 도 인정해야 하고요.”
▶목소리는 어떻습니까. 지금까지 흐름을 살펴보면 미성에서, 판소리 영향을 받아 허스키로 변했고요, 다시 가성을 낸 것으로 알고 있는 데요.
“제 목소리는 그대로인데 곡에 따라 어떻게 부를지를 결정하고 있 어요. 노래를 많이 하다보면 여러 장르의 음악을 해보고 싶어지니까 목소리의 영역이 넓어지는 것은 당연하죠. 한 장르로 계속 가면 거 기에 머무를 수도 있습니다.”
▶몇몇 비평가들이 한국 대중문화를 이끈 주역치고는 너무 시대정신 이 없다고 꼬집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누구는 예수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하는데 누구는 그를 비 판하잖습니까.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하고 호감은 갖는다면 물론 좋겠 지만 불가능한 일이지요. 저를 비판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 다.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추려다가는 목이 조여서 못살 것 같습니 다.”
▶늘 대중성과 음악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를 해온 느낌 이 드는데요, 이제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았다고 봅니까.
“(잠시 침묵)글쎄, 전 모르겠습니다. (접점을)찾으려 해본 적은 없어 요. 그냥 제 생각대로 살고 있어요.”
▶결혼생활이 행복하다는 소문이 들리는데요. 나름대로 비결이 있습 니까.
“간단합니다. 서로 사랑하니까 행복한 거죠. 물론 이견이 있을 때도 있지만, 자부하는데 저희는 남들보다 그런 경우가 훨씬 적어요.”
▶부인 안진현씨가 어느 인터뷰에서 ‘남편은 음악만 하다보니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렇습니까.
“그런 면이 있을 겁니다. 다른 일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음악만 생 각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지금까지 가장 후회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기쁨보다는 아픔이 더 기억에 남지 않습니까. 좋은 일이 훨씬 더 많았는데도 말이죠. 그렇지만 지난 일들은 그냥 묻어버림으로써 과 거로 되돌려보내고 싶어요. 왜냐하면 저는 새로운 시간을 맞아, 또 새로운 일을 해야 하니까요.”
▶지금까지 낸 앨범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어떤 겁니까.
“어떤 것이라고 하나를 꼬집을 수는 없어요. 어떤 앨범은 정말 열 심히 했는데 반응이 별로 없는 것이 있는 반면, 어떤 것은 쉽게 갔 는데도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구요. 정말 모르겠습니다.”
▶앨범을 내놓을 계획이 있습니까.
“내년 2월부터 녹음에 들어가서 4월 말까지 18집 앨범을 내놓을 생 각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직 밝히기가 좀 그렇지만 거의 대부분 을 자작곡으로 매우려 하고 있어요. 오케스트라와 그룹 연주를 반반 정도 섞을 생각도 있고요.”
〈인터뷰/이채린 기자 cheris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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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가수라기보다 무대인이라고 생각해요”-
‘국민가수’ 조용필은 요즘 심한 감기에 걸렸다. 12월 1일부터 9일 간 펼치는 콘서트를 앞두고 감기약을 먹어가며 몸을 챙기고는 있지 만 대사를 치르기 전의 부담감 때문인지 좀처럼 쾌차할 기미가 보이 지 않는다.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만난 조용필은 늦가을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두터운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연습장은 그가 막 토해낸 열정이 가 라앉지 않았는지 온기로 가득했다. 그는 “이렇게 지독한 감기는 처 음”이라고 했지만 한동안 이마와 얼굴에 맺혀 있는 땀방울을 닦아 내느라 인터뷰를 중단해야 했다. 그가 이번 콘서트 준비에 얼마나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지 짐작할 만했다.
평생 음악 한 길만 걸어온 조용필. 연예계의 정상에 서기까지 질곡 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사람답지 않게 참 작고 곱다. 오늘 그가 남 긴 행적은 내일의 한국 가요사가 된다. 그래서 매번 자신이 만든 한 계를 넘고 또 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곤 한다. 어떻게 하 면 팬들에게 더 완벽한 무대를 보여줄까. 고민하는 조용필의 모습에 서 그가 ‘하늘에서 떨어진 천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는 천 재’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 뮤지컬 기법을 응용한다고 들었는데요, 언제부터 뮤지컬에 관심을 가졌습니까.
“1990년 초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좋은 뮤지컬을 많이 봤는데요, 그 때부터라고 할 수 있어요. 밋밋한 작품보다는 조명이나 무대세트를 수차례 전환하는 작품들에 심취했죠. 어떤 작품은 10번도 더 봤어요. <오페라의 유령>은 무대장치가, <키스 오브 더 스파이더 우먼>은 조명이 기가 막힐 정도입니다. 언젠가는 그런 기법들을 제 무대에 써보고 싶었습니다.”
▶이번 공연을 소개해주시죠.
“2시간 정도 진행될 것입니다. 연출가 윤호진씨와 무대디자이너 박 동우씨가 함께 참여했어요. 1부는 45인조 오케스트라 연주와 어린이 15명의 합창, 15명의 무용 등이 어우러져 뮤지컬 형식으로 펼쳐집니 다. 조명을 통해 무대가 조리개처럼 열렸다가 닫히는 색다른 무대를 선보일 것입니다. 12곡의 노래는 모두 혼자 하지만 장면이 6번 정도 완전히 바뀌기 때문에 뮤지컬의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으리라고 봅 니다. 15분 휴식 후 이어지는 2부는 전형적인 콘서트라고 할 수 있 어요. 관객들은 이번에 서로 다른 2가지 공연을 한 자리에서 보는 셈입니다.”
▶준비과정은 어떠했습니까.
“개괄적인 컨셉트는 작년 공연이 끝나자마자 잡기 시작했고 1월부 터 공연 스태프 섭외에 들어갔어요. 6월 뉴욕에서의 첫 미팅을 시작 으로 본격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무대·조명·기술·특수효과 등에 관해 수없는 미팅을 거쳤죠. 이제는 전반적인 세팅이 다 끝나고 파 트별 연습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11월 18일부터는 본격적인 리허설 을 시작하는데요, 뮤지컬 형식이라고는 하지만 기존의 곡을 스토리 로 연결하는 데다, 대사도 없이 혼자 노래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작 업이 아닙니다. 새로운 공연방식이라서 관객들이 좀 생소해하지 않 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데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예술의전당에서 3번째 공연을 하는데 장소가 마음에 듭니까.
“아주 훌륭합니다. 무대의 뒷면·옆면·바닥 등 5면을 모두 사용할 수 있어서 특수효과나 고난이도 기술을 모두 보여줄 수 있어요. 영 화는 수천·수만 가지 장면을 보여줄 수 있지만 무대는 한정돼 있지 않습니까. 기술과 아이디어를 총동원해 최대한 동적인 무대를 보여 줄 생각입니다.”
▶공연이 시작되면 관객들을 한시도 그냥 두지 않겠다는 말로 들리 는데요.
“(잠시 침묵)물론 그런 마음이야 정말 굴뚝 같습니다. 또 여기서 멈 추지 않고 더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계속할 거고요. 저는 이제 가수라기보다는 ‘무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무대에서 완벽해지고 싶은 것은 가수라면 누구나 갖는 욕심 아닙니 까. 무대인이 무대를 가능한 한 좋게 만들고자 하는 것은 아주 당연 하죠. 이번 공연이 끝나자마자 저는 또 내년 공연을 준비할 것이고 요, 그것은 또 당연한 일입니다.”
▶장비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들었는데요, 이번 공연에 쓰는 장비 가격은 모두 얼마나 됩니까.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는 것은 좀 그렇고요. 이번 공연에는 우리나 라에서 처음 공개되는 장비도 있을 것이란 말씀만 드리겠어요.”
▶1990년대 중반에 뮤지컬 <서울신화>를 만들어 공연을 하려 했다 가 그만둔 일이 있지요. 다시 뮤지컬에 도전할 의향이 있는 겁니까.
“제가 직접 출연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가능하면 제작을 해보고 싶 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을는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탄자니아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탄자니아 에 가본 적은 있습니까.
“사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부른 것 외에는 탄자니아를 위해 한 일이 없는데도 탄자니아 정부가 모든 경비를 제공하며 초청했어요. 덕분에 11일간 탄자니아에 머물며 킬리만자로 중턱까지 올라가봤습 니다.”
▶국내 가요계에서 조직적인 팬클럽 활동이 조용필씨로 인해 처음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팬들과는 직접 교류하지 않고 있 다고 들었습니다.
“저를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은 꾸준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팬들 과 정기모임을 갖는 것은 뭐랄까, 마치 제가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 같아서 어색하게 느껴져요. 팬클럽은 팬들이 자생적으로 끌고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합동공연은 거의 안 하고 다른 가수들 콘서트에 찬조출연도 안 하 는데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저는 원래 합동공연은 하지 않습니다. 옛날에는 방송이니까 했지 만 콘서트에서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건 자기 혼자만의 공연이 아니죠. 저는 저만의 무대가 좋습니다.”
▶콘서트 중에 관객들에게 하는 말들이 썰렁하게 들리던데요.
“제가 원래 썰렁한 말로 유명한 사람 아닙니까(웃음). 말을 준비해 본 적도 있었지만 아예 준비 안 하고 공연하는 게 오히려 나은 것 같습니다.”
▶쉴 때는 무엇을 하며 지냅니까.
“TV를 많이 봅니다. 정해놓고 보는 것은 아니고 그냥 여기저기 돌 리다가 마음에 드는 것 있으면 보죠. 그 외에 골프 치는 것 정도가 전부입니다. 음악 듣는 것도 제게는 휴식이 아니라 일입니다. 좋다는 음반은 닥치는 대로 듣죠. 주로 DVD를 이용하는데 사운드뿐 아니라 서라운드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 무대는 어떻게 꾸몄는지 등을 마치 프로듀서가 된 기분으로 분석해가며 들어요.”
▶요즘 가요계가 지나치게 청소년 취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많은 논 란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10대 위주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우리나 라의 대중문화 역사가 길지 않아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봅니다. 이런 시기도 있어야 장르가 풍성해지는 것 아닙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밸런스를 맞춰가리라 봅니다. 어떻게 보면 기성세 대가 가요계를 외면하니까 그쪽(10대)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요. 청소년 취향만 문제 삼을 게 아니라 그런 분들이 자성 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열광’은 10대들의 몫이라는 점 도 인정해야 하고요.”
▶목소리는 어떻습니까. 지금까지 흐름을 살펴보면 미성에서, 판소리 영향을 받아 허스키로 변했고요, 다시 가성을 낸 것으로 알고 있는 데요.
“제 목소리는 그대로인데 곡에 따라 어떻게 부를지를 결정하고 있 어요. 노래를 많이 하다보면 여러 장르의 음악을 해보고 싶어지니까 목소리의 영역이 넓어지는 것은 당연하죠. 한 장르로 계속 가면 거 기에 머무를 수도 있습니다.”
▶몇몇 비평가들이 한국 대중문화를 이끈 주역치고는 너무 시대정신 이 없다고 꼬집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누구는 예수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하는데 누구는 그를 비 판하잖습니까.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하고 호감은 갖는다면 물론 좋겠 지만 불가능한 일이지요. 저를 비판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 다.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추려다가는 목이 조여서 못살 것 같습니 다.”
▶늘 대중성과 음악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를 해온 느낌 이 드는데요, 이제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았다고 봅니까.
“(잠시 침묵)글쎄, 전 모르겠습니다. (접점을)찾으려 해본 적은 없어 요. 그냥 제 생각대로 살고 있어요.”
▶결혼생활이 행복하다는 소문이 들리는데요. 나름대로 비결이 있습 니까.
“간단합니다. 서로 사랑하니까 행복한 거죠. 물론 이견이 있을 때도 있지만, 자부하는데 저희는 남들보다 그런 경우가 훨씬 적어요.”
▶부인 안진현씨가 어느 인터뷰에서 ‘남편은 음악만 하다보니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렇습니까.
“그런 면이 있을 겁니다. 다른 일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음악만 생 각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지금까지 가장 후회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기쁨보다는 아픔이 더 기억에 남지 않습니까. 좋은 일이 훨씬 더 많았는데도 말이죠. 그렇지만 지난 일들은 그냥 묻어버림으로써 과 거로 되돌려보내고 싶어요. 왜냐하면 저는 새로운 시간을 맞아, 또 새로운 일을 해야 하니까요.”
▶지금까지 낸 앨범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어떤 겁니까.
“어떤 것이라고 하나를 꼬집을 수는 없어요. 어떤 앨범은 정말 열 심히 했는데 반응이 별로 없는 것이 있는 반면, 어떤 것은 쉽게 갔 는데도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구요. 정말 모르겠습니다.”
▶앨범을 내놓을 계획이 있습니까.
“내년 2월부터 녹음에 들어가서 4월 말까지 18집 앨범을 내놓을 생 각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직 밝히기가 좀 그렇지만 거의 대부분 을 자작곡으로 매우려 하고 있어요. 오케스트라와 그룹 연주를 반반 정도 섞을 생각도 있고요.”
〈인터뷰/이채린 기자 cheris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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