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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킬리만자로의 표범`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유달리 독백이 길고 많은 게 특색
이다. 마치 그가 시를 읊듯 노래 중간에 간간이 독백을 섞는 것이다. 아마
도 이 노래를 끝까지 외워서 부를 사람은 거의 없을 게다. 독백이 그런 만
큼 가사 자체도 유난히 긴 탓에서다. 그러나 이 노래가 지니는 뜻은 정말
로 호쾌(豪快)하다. 조용필을 `작은 거인`이라 하는 것은 그의 크지 않은
체구를 두고 그렇겠지만 보다 적절한 것은 그가 바로 이런 노래를 즐겨 부
를 수 있다는 그만의 호젓함과 장쾌함 때문이다.
“(독백)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
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
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서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그의 노래는 이렇게 독백으로 시작된다. 언젠가 그는 노래를 부르다 무
대 위에서 쓰러져 죽고 싶다고 했다. 생명이 남아 있는 한 노래를 부르겠다
는 뜻이다. 사실 그는 자존심이 무척 세다. 남의 동정은 한사코 마다하는
데 애정이라 해서 예외가 아니지 싶다. 그의 지난날의 약혼녀는 그를 8년간
이나 망부석으로 했지만 그녀에게 남긴 것은 하객도 없는 호젓한 절간에서
의 결혼식이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녀를 잊게 했을까.
“(독백)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 줄 아무것
도 없는 보잘것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 때문이라구.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
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노래)사랑
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사랑
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 거야.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
도 사랑은 후회 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흔히 사람들은 사랑이 고독을 이기는 힘이라 하지만 그의 생각에는 사랑
하는 만큼 고독이 뒤따랐다. 사랑은 운명을 걸기 때문이고, 이처럼 모든 것
을 내맡기니 외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그가 모든 것을 내맡기
는 대상이 따로 있었으니 그것은 맨 처음의 독백에서 보듯 끝없는 오름이었
다. 즉, 산정(山頂)에 비록 구름·눈·돌 뿐이라 해도, 또 이것들 말고는
모든 것을 다 잃는다고 해도, 그는 조금도 억울해 하거나 외로워하지 않겠
다고 한다.
“(노래)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
겨 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
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
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결국 그의 사랑은 음악 하나로 모아지며 이를 위해 그는 늘 일상의 일정
부분을 고독으로 남겨둬야 했다. 그래야 저 킬리만자로를 오르는 `표범`이
되기 때문이다.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 첫머리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고 한다. 즉 “킬리만자로의 정상 부근에 얼어 죽은 표범의 시체가 있다.
그 높은 곳에서 표범은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고 말이다.
이 산은 아프리카 케냐에 있는데 높이가 5,895m나 된다. 『신영복의 해외
기행』에 나오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보면 이렇게 높은 산에까지 표범
이 어떻게 올라가겠느냐고 반문한다. 성공회대 교수인 신씨는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간 복역하고 나왔는데 그의 산문은 이 시대의 한 `영혼`으로
통한다.
헤밍웨이가 실지로 눈 덮인(구름에 가려있겠지만) 킬리만자로를 바라보
며 문득 `표범`을 연상했다면 조용필은 그 스스로가 `표범`이 되고자 한 차
이점이 실로 크다. 다만 조용필은 그 이유를 `묻지 마라`고 한다.
/허도학 논설위원/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유달리 독백이 길고 많은 게 특색
이다. 마치 그가 시를 읊듯 노래 중간에 간간이 독백을 섞는 것이다. 아마
도 이 노래를 끝까지 외워서 부를 사람은 거의 없을 게다. 독백이 그런 만
큼 가사 자체도 유난히 긴 탓에서다. 그러나 이 노래가 지니는 뜻은 정말
로 호쾌(豪快)하다. 조용필을 `작은 거인`이라 하는 것은 그의 크지 않은
체구를 두고 그렇겠지만 보다 적절한 것은 그가 바로 이런 노래를 즐겨 부
를 수 있다는 그만의 호젓함과 장쾌함 때문이다.
“(독백)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
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
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서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그의 노래는 이렇게 독백으로 시작된다. 언젠가 그는 노래를 부르다 무
대 위에서 쓰러져 죽고 싶다고 했다. 생명이 남아 있는 한 노래를 부르겠다
는 뜻이다. 사실 그는 자존심이 무척 세다. 남의 동정은 한사코 마다하는
데 애정이라 해서 예외가 아니지 싶다. 그의 지난날의 약혼녀는 그를 8년간
이나 망부석으로 했지만 그녀에게 남긴 것은 하객도 없는 호젓한 절간에서
의 결혼식이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녀를 잊게 했을까.
“(독백)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 줄 아무것
도 없는 보잘것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 때문이라구.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
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노래)사랑
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사랑
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 거야.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
도 사랑은 후회 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흔히 사람들은 사랑이 고독을 이기는 힘이라 하지만 그의 생각에는 사랑
하는 만큼 고독이 뒤따랐다. 사랑은 운명을 걸기 때문이고, 이처럼 모든 것
을 내맡기니 외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그가 모든 것을 내맡기
는 대상이 따로 있었으니 그것은 맨 처음의 독백에서 보듯 끝없는 오름이었
다. 즉, 산정(山頂)에 비록 구름·눈·돌 뿐이라 해도, 또 이것들 말고는
모든 것을 다 잃는다고 해도, 그는 조금도 억울해 하거나 외로워하지 않겠
다고 한다.
“(노래)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
겨 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
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
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결국 그의 사랑은 음악 하나로 모아지며 이를 위해 그는 늘 일상의 일정
부분을 고독으로 남겨둬야 했다. 그래야 저 킬리만자로를 오르는 `표범`이
되기 때문이다.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 첫머리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고 한다. 즉 “킬리만자로의 정상 부근에 얼어 죽은 표범의 시체가 있다.
그 높은 곳에서 표범은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고 말이다.
이 산은 아프리카 케냐에 있는데 높이가 5,895m나 된다. 『신영복의 해외
기행』에 나오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보면 이렇게 높은 산에까지 표범
이 어떻게 올라가겠느냐고 반문한다. 성공회대 교수인 신씨는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간 복역하고 나왔는데 그의 산문은 이 시대의 한 `영혼`으로
통한다.
헤밍웨이가 실지로 눈 덮인(구름에 가려있겠지만) 킬리만자로를 바라보
며 문득 `표범`을 연상했다면 조용필은 그 스스로가 `표범`이 되고자 한 차
이점이 실로 크다. 다만 조용필은 그 이유를 `묻지 마라`고 한다.
/허도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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