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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도욜 김용옥기자 현장속으로 (조용필 인터뷰)퍼옴

angel, 2002-12-13 22: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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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기자 현장속으로>연말콘서트 국민가수 조용필 인터뷰


김용옥/doholk@munhwa.co.kr



혼돈의 구름이 어지럽게 난무하는 가운데 하늘이 개벽하고 작열하는 태양이 떠오른다. 고구려 벽화속의 세발까마귀(三足烏)처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예수처럼, 아담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미켈란젤로의 야훼처럼, 광열하는 관중들의 시선과 함께 눈부시게 등장한다. 그리고 ‘태양의 눈’을 노래부르며 태양의 일점이 되어 태양과 더불어 사라진다. 사라지는 그 모습은 태고적 모태의 자궁속으로 회귀하고파 하는 우리의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 조용필 그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 이름인가?

단 한번도 그를 만난 적이 없는 나는, 기자로서 그의 마력을 한번 해부해보고 싶은 충동을 강렬하게 느꼈다. “12일 표좀 구해주실래요?” 문화부 부장님께 청을 넣었다. “가신다면 인터뷰도 뜨셔야죠.”

“아∼ 좋고 말고요.”

그런데 며칠 후에 조용필씨가 날 만나기를 두려워한다는 전갈이 왔다. 인터뷰 거절이다. 그렇게도 많은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고 살아온 나로서는 당연한 업보이거니 두말할 건덕지가 없었다.

중국문명의 최고의 경전으로 꼽히는 삼경(三經)중의 하나가 ‘시경’(詩經)이다. ‘시경’은 뭐 대단한 성현의 말씀이 아니고, 황하유역에서 유행하던 노래들의 모음이다. 그러니까 옛 중원(中原)의 유행가요집이다. 그 가사를 시(詩)라 불렀고, 그 노래를 풍(風)이라 불렀다. 바람! 바람! 바람! 조용필의 무대는 바람 그 자체였다. 광풍처럼 휘몰아치고 뱃전에서 바스러지는 물거품처럼 검푸른 하늘로 튀어오르고, 듣는 이들의 가슴에 억제할 수 없는 신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요번 공연에서 그가 선택한 테마는 길이었다.

“길이란게 무엇입니까?”

“탄생과 혼돈과 부활입니다.”

자못 철학적이다. 이에 대한 해석은 관객의 의식의 자의성에 맡길 수밖에 없다.

나는 1층 관객석에 자리를 잡았지만 공연이 끝나고 무대뒤로 가면 그를 붙잡을 기회는 충분히 있으리라 예상했다. ‘님이여’ ‘고추잠자리’ ‘비련’ ‘허공’ ‘친구여’ 다섯 개의 앙코르노래가 끝나자 그는 무대속 수풀길을 따라 은막뒤로 사라졌다. 나는 부리나케 분장실로 달려갔다. 그는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지체없이 뒷문으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둘러싸는 팬들에게 치이기 전에.

“천하의 도올이 왔는데 상견례 한번 없이 뺑소니 칠 수가! 국민의 가수 조용필이가 천하의 도올을 그렇게 홀대할 수 있나? 휴대전화라도 대라!”

매니저에게 호통치는 나의 목소리는 텅빈 공허한 무대위에 메아리쳤다. 곧 조용필과 통화하는데 성공했다. 공연 전후로는 사람을 만날 수 있으나 공연기간중에는 목을 아껴야 하기 때문에 일체 외부인사를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해될 수 있는 프로다운 원칙이었다. 그래도 잠깐 인사라도 한번 드리고 싶다고 강청을 했다. 결국 나는 정중하게 그의 방배동자택으로 안내되었다.

―그대의 목소리가 성악적으로 탁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대에게는 싫증나지 않는 그대만의 독특한 음색이 있다. 그리고 다양한 창법을 구사한다. 그리고 그대는 외모나 배경이 출중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음악이외의 요소로 어필된 적이 없다. 순수하게 노래소리 하나로써 대중의 마음속에 퍼져나간 가수라는데 조용필의 영원한 생명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대는 호되게 연습하고 노력하고 산다고 들었다. 그런 노력의 과정에 어떤 득음의 계기, 소리의 영감의 변화, 그런 독특한 삶의 체험을 한 적이 있나?

“한 인간이 타고난 목소리는 후천적 노력에 의하여 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득음과도 같은 신비적 체험의 순간은 없었다. 오직 나의 목소리는 연습에 의하여 개발된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창법을 흉내내면서 나의 것으로 소화시켜 발전시킨 것이다. 창법은 스스로 터득해야만 한다. 그래야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대도 이미 쉰을 넘었는데 목소리가 여전하다. 조금도 피곤하고 쇠잔한 느낌이 없다. 오늘 들어보니 젊었을 때 보다 오히려 음색의 깊이와 넓이가 더 충실해진 것 같다. 그 비결은?

“목도 기계처럼 방치해두면 녹슬어 버린다. 가수는 끊임없이 노래해야 한다. 노래를 안하는 것이 편히 쉬는 것은 아니다. 쉰다하는 것은 내 건강의 관리일 뿐이다. 그렇다고 과도하게 연습하면 목이 버린다. 공연전 두달전부터는 강 트레이닝에 돌입한다. 그러나 일주전부터는 목을 쉬게 만든다. 결국 목소리의 관리는 당신이 말하는 중용의 도(中庸之道)에서 벗어남이 없다.”

―그대는 도대체 음악을 왜 하는가?

“나는 음악이 좋을 뿐이다. 음악이외에는 관심이 없다. 음악은 나의 삶 그 자체이다. 그리고 나는 내 인생에 대해 ‘왜’라는 구차스러운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오늘 그대의 무대장치가 미로처럼 보였다. 그대의 삶과 관계가 있는가?

“날카로운 지적이다. 생명은 미로속의 좌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대중문화의 시대라 할 수 있다.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모은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권력이다. 권력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른다. 그대는 대중문화의 한 리더로서 우리사회에 어떠한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마오쩌둥(毛澤東)은 예술도 사회적 가치에 복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예술이 정치나 사회적 가치를 위하여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그대는 예술지상주의자인가?

“그렇지도 않다. 단지 예술이 특정한 사회적 목적을 위하여 서비스할 때는 오히려 그러한 예술은 궁핍해진다는 것이다. 예술이 사회를 도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예술을 도와야 한다. 그것은 우리사회의 성숙을 좀더 기다려야 하는 문제다.”

―뭔 말인가?

“한나라의 경제수준을 보면 그 나라의 대중문화의 수준을 알 수 있다. 가난한 나라는 역시 대중문화가 유치하다. 그들은 대중문화를 즐길 수 있는 삶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옛날 나의 콘서트에는 오빠부대나 서민층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식인·정치인·기업인·문화인 등 소위 상층부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만큼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수준도 달라지고 있다.”

―요즈음 선거가 벌어지고 있는데 당신만큼 인기를 끄는 정치인이 없는 것 같다. 선거도 하나의 대중문화가 아닌가? 왜 그럴까?

“글세, 난 음악밖에 모른다. 자나깨나 노래부를 것만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정치 이외의 것들을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명언이다! 수많은 히트곡의 90%가 그대가 직접 작곡한 것이라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그대의 가장 기억되는 노래는 ‘돌아와요 부산항에’이다. 한국의 ‘글루미 선데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그 노래의 마력은 무엇인가?

“물론 그 노래는 내 노래도 아니고, 내가 부르기 전에 이미 있었던 노래다.”

―어필되는 것이 가사인가 멜로디인가?

“사람들이 노래를 들을 때 우선 듣는 것은 멜로디다. 그 노래의 마력은 역시 멜로디의 특수성에 있다. 내가 그 노래를 편곡하면서 전통적인 트로트의 4분의2박자에서 해방시켰다. 4분의4박자의 락(Rock) 리듬을 가미시켰기 때문에 신선한 충격이 있었던 것이다. 가사는 원래 ‘님이여’였는데 그 표현이 너무 진부하게 느껴져 ‘형제여’로 바꿨다. 그런데 그것이 기묘하게도 조총련의 모국방문단들에게 애련한 정서를 불러일으켰다. 우연이었다. 그러나 그 가사는 그러한 하등의 목적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요즈음 그래도 선거철인데 어느 후보가 느낌이 더 좋다든가 하는 얘기를 해줄 수 없나?

“난 공연중이다. 난 공연중에 무대만을 생각한다. 심지어 공연홀에서 조차도 무대 밖의 객석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무대안의 완벽성만을 생각한다. 그래서 정치후보에 관한 것은 새까맣게 모른다. 그러나 나는 누구가 당선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누구가 당선되어도 이전의 정치인들보다는 정치를 더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다.”

―어떤 면에서?

“외국문물에 매우 개방적이고 빠르게 그것을 흡수하고 또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외국 공연 계획은?

“이제는 외국 나가는 것이 싫다. 조용필의 생명은 한국의 민중속에만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벌써 내년말 음악인생 35주년기념공연의 기획에 몰두하고 있다.”

조용필은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 두시간 동안 말한마디없이 스물두곡을 불렀다. 쓰잘데 없는 말로 청중을 현혹함이 없이 노래로만 말한다. 지천명(知天命) 나이의 가수라면 트로트·뽕짝에 한심한 개그를 섞어 공연시간을 때울텐데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무대를 치밀하게 연출해내고 있다. 디지털 아티스트로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움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은 참으로 가상한 것이다. 설레이던 마음도 기다리던 마음도 허공속에 묻어야만 할 슬픈 옛 이야기 이건만, 스쳐버린 그 약속을 계속 끊임없이 새롭게 상기시키고 있었다.

9 댓글

▦유스티나

2002-12-13 23:09:45

두시간 동안 말한마디없이 스물두곡을 불렀다. 쓰잘데 없는 말로 청중을 현혹함이 없이 노래로만 말한다 . ▶▶ 오빠의 철저한 장인정신에 눈물이 나옵니다,.

▦유스티나

2002-12-13 23:10:56

공연 보기전에 몆번째 나오는 눈물인지 모르겠네...

불사조

2002-12-14 00:13:57

처음엔 필님의 노래에 반하고 ..이젠 필님의 삶,가치관을 존경하며..사실 난 누군가가 필님에게 질문할때마다 그에대한 필님의 답변에 예민하게 귀를 기울인다.

곽 수진

2002-12-14 00:14:55

역시 도올다운 예리하고 직설적인 질문, 진솔하고 거침없는 오빠의 답변. 멋진 인터뷰 잘 보았습니다.

불사조

2002-12-14 00:21:00

그때마다 나를 실망 시키지않는다.걸림없는 삶,의미있는 말,..위 대담에서도 알수 있듯이 질문요지의 답변에 그보다 더 훌륭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드리

2002-12-14 01:34:01

진짜 멋진 인터뷰네요..정말, 질문과 대답이..

나드리

2002-12-14 01:34:23

참 말씀도 잘하시네요.. ^^ 다시한번 느낍니다.

sandman

2002-12-14 05:17:30

필오빠는명장으로선정해야함(흐 직업정신땜에) 이해 바랍니다

짹짹이

2002-12-14 19:23:15

저마다 살아가는 길이 다르지만...오빠의 살아오시는 길...끊임없이 노력하시는 그 장인정신의 길을 그리고 음악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저의 발길을 머물게 만드시는 오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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