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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일기] 비지스, 내 젊은 날의 거울
우리집 둘째의 이메일 ID는 godyoungwoni다.
자기가 좋아하는 그룹 지오디가 영원하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옷을 고를 때는 지오디 색깔이라는 하늘색을 주저없이 선택한다.
큰 애 ID는 kozlover. 미국의 색스폰 연주자 데이브 코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가 거주하는 LA 소식만 뉴스에 나와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죽고 못산다.
좋아하는 건 상관없지만 그렇게 ID에까지 티를 내야겠느냐니까
자기네 친구 중에는 희준부인(문희준 팬), 호영댁(손호영 팬) 같은 애들도 많다며
별 소릴 다 듣겠다는 표정이다.
“엄마, 날 보고 코즈부인이라고 부르는 친구들도 있어”라고
묻지않은 말까지 덧붙이면서….
예전엔 그저 연예인 사랑은 청소년기의 통과의례라고만 생각했었다.
누군가를 지독히 좋아해 보는 것도 성장의 한 과정이고,
그런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몇 십년 전 바로 내 모습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일까.
요즘엔 좋아했던 가수나 배우의 소식에서 그들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내 젊은 날의 추억만 돌이키게 된다.
며칠전 비지스 삼 형제 중 둘째 모리스 깁이 쉰 셋의 나이로 수술 도중 사망했다는
뉴스를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침 식탁에서 신문을 뒤적이다가 중절모를 쓴 낯익은 사진과 기사를 발견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어머 어머, 어떡해….”
이제는 전설로 남은 비틀즈나 엘비스와는 달리 최근까지 삼형제가 왕성하게
활동중이었고,
그들이 언젠가 한국에 오면 입장료가 아무리 비싸도 꼭 보러 가야지 내심 벼르던 터였다.
우선은 그 꿈이 깨진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내 젊은 날을 지배했던 그들의 주옥같은 노래가 갑자기 역사의 뒤안으로
나앉는 느낌도 들었다.
쌍둥이 형과 동생의 그늘에 가린 듯 한켠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을 끌었었는데 하필이면 그렇게 간 사람이 그라는 것도 가슴이 아팠다.
“…내 방에는 당신의 사진이 걸려있어요.
잊으려 했지만 당신은 내 영혼의 거울.
날 잊지말고 기억해 주어요, 우리들의 그 사랑과 함께…”
‘잊다’와 ‘기억하다’라는 두 반대말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Don't forget to remember'라는
노래는 내가 영어를 좋아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달콤한 선율에 귀 기울이며 나도 언??
저런 사랑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겠지라고 꿈꾸었던 순간들.
영어라는 외국어가 비로소 낯설지 않게 다가오던 신기한 느낌들….
부인의 유해를 안고 귀국하는 조용필씨 모습이 9시 뉴스에까지 나오는 걸 보고,
우리모두 그와 함께 했던 젊은 날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이덕규ㆍ자유기고가boring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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