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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펌 [ 열성 팬들 " 가요게 바로 잡는다 " ]

ypc스타, 2003-01-23 19:03:29

조회 수
1345
추천 수
10
  

열성 팬들 “가요계 바로잡는다”  

대중음악 개혁운동 강수정(28·회사원)씨는
가수 이승환씨의 팬페이지 ‘우리가 지킨다’의 대표다.
여느 팬들처럼 이씨의 공연장에는 빠짐없이 참석하고, 그의 음반을 꼭 챙긴다.
노래가 좋기도 하지만 텔레비전보다는 라이브 콘서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게 좋았다.
그런 강씨는 이씨가 공연장에서 “이대로 가다간 진지하게 음악하려는 가수들은
씨가 마를 것”이라고 말할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그래, 우리 가요계는 많이 바뀌어야 돼!” 생각은 굴뚝 같았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직접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콘서트장에서 소리를 지르고
‘힘내라!’는 격려 엽서를 보내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회사원이라 평일에는 활동하기 어렵지만 주말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열성적으로 가요판 바꾸기 활동을 벌인다.
대중문화 개혁을 위한 연대모임(대개련) 행사를 통해서다.
“예전에는 잘못된 것이 많다고 투덜대기만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내 손으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순위프로그램 철폐 서명운동, 홍보비(‘피알비’) 사태 때 피켓 시위,
라이브 활성화 운동 등에 나서고 있다.

“꺅~ 오빠!”

텔레비전 가요프로그램 방청석에 똑같은 색깔의 비옷을 입고,
풍선을 흔들며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무대에 나왔을 때 고함을 지르는 10대 소녀,
가요순위 집계에 엽서나 자동응답전화를 몰아주는 학생들,
가끔 다른 가수 팬클럽과 싸움도 주저하지 않는 아이들 ….
대중음악 가수의 팬클럽 회원들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 이미지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런 왜곡된 문화를 바로잡고 가요시장 개혁을 위해 행동에 나선
팬클럽과 회원들도 적지 않으며,
이들은 대중음악계 모습을 서서히 바꿔가고 있다.
대개련에 참가한 서태지씨의 팬연합체 ‘서태지 리포트’,
이승환씨 팬클럽 ‘우리가 지키자’,
조용필씨 팬페이지 연합회 ‘필21’,
블랙홀 팬클럽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단순한 한 가수의 ‘빠돌이, 빠순이’(가수의 골수팬을 일컫는 말)이기를 거부하고
우리 대중음악 전체의 ‘빠돌이, 빠순이’가 되기를 열망하고 있다.

대개련은 그동안 가요순위 프로그램 폐지운동, 가요 홍보비 문제 제기,
라이브콘서트 활성화 운동 등 다양한 대중음악 개혁운동에 앞장서 왔다.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라가 주도하고 있지만 가장 든든한 힘은 역시
일반 가요팬들의 열성적인 활동이다.
이들의 참여가 가요계의 각종 민감한 문제를 두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됐음은 물론이다.

조용필 팬페이지 연합회인 필21의 금박병현(33·시민단체 간사)씨는
‘필력 13년’(조씨의 팬들은 그를 좋아하기 시작한 햇수를 ‘필력’이라고 표현한다)의
오래된 조씨 팬이다.
그는 1999년부터 피시통신 천리안에서 조용필 팬클럽을 직접 만들어 활동해 왔다.
그해 세종로에서 열렸던 ‘지구의 날’ 행사에 참여했다가 길거리에서 대개련 회원들이
벌이고 있던 가요프로그램 폐지 서명운동 장면을 목격한 그는 그 순간
“아! 저것이 팬들이 해야 할 일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우리 세대는 80년대부터 현재의 이른바 ‘빠돌이, 빠순이’식의 팬클럽 문화를 만들어온
1세대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음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제대로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대중음악 팬들이 단순하게 기획사가 만든 팬클럽에 휘둘려 다니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위해,
또 정당한 가요팬 권리를 찾기 위해 제대로 된 음악판을 만들어 나가는 데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태지씨의 팬페이지인 ‘서태지 리포트’ 운영자인 여임동(24·학생)씨는
“가요계를 비판하는 것은 가요팬의 당연한 의무”라고 말한다.
지난 4월 군대를 제대하고 ‘서태지 리포트’에 가입해 운영자를 맡은 그는
“다양한 가요계 현안에 대해 공청회 등을 열고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중음악 팬들을 단순히 ‘빠순이’식으로 무시하지 말고 그들이 하는 말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순수한 팬들이 많이 모인다면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어요.”
그는 “서태지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있지만 그가 가요 개혁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면
거기에 대해서도 비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스타에게 ‘스타덤’을 기대하는 것 뿐만 아니라 팬들도 제대로 된
‘팬덤’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직접 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하다.
“촛불시위에서 알 수 있듯이 다함께 참여할 공간과 적절한 정보만 있다면
더 많은 팬들이 우리 대중음악계를 바꾸는 데 나설 것입니다.”
여씨 등이 한결같이 보여주는 자신감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2 댓글

짹짹이

2003-01-23 22:26:11

가요계를 바로 잡는데 당당하게 일조를 해내는 우리들이였으면 합니다...조용필 팬연합PIL21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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