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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ESI ①] 스타 팬카페 운영진 대담 ‘팬질’ 아무나 못해



'카시오페아'(동방신기) '지후앓이'(김현중) '소시당'(소녀시대) '천상우상'(권상우) '그녀를 기다리는 소나무'(고현정)…. 화려한 스타 뒤에는 이에 못지 않은 팬덤이 자리잡고 있다. 대한민국을 반짝반짝 빛내는 '별'들을 한자리에 모으기란 쉽지 않았지만, 이들의 후원자를 '모시기'도 쉽지 않았다.

영화·드라마·가요계를 주름잡고 있는 스타 팬카페 임원진을 IS 편집국에 초대했다. 이들의 입을 통해 '스타와 팬클럽, 그 역사'에 대해 들어봤다.

다섯 톱스타의 팬카페에서 모인 8명의 운영진은 "혹시 라이벌 관계인 팬카페가 오는 것은 아니냐" "개인 신상이 노출되는 것은 곤란하다" "팬미팅 진행 날짜가 겹쳐 시간을 빼기가 어렵다" 등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일단 모이자 유쾌한 수다를 3시간에 걸쳐 풀어냈다. 팬카페 경력 5년차부터 20년차까지, 20대부터 4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우연찮게도 이들은 싱글에 직장인이라는 공통점도 있었다.

서로의 이야기에 박수를 치며 공감하는가 하면,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했다. 한결같이 적극적이고 사교적이었다. '스타의 동반자'로 살아가는 이들은 "팬질(팬클럽 활동을 지칭하는 인터넷 용어)이라고 폄훼하지 말아 달라. 열심히 사는 투잡스족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실감나는 이들만의 조직 활동을 생중계한다.

■ 대담 참석자 명단(모두 팬클럽 운영진)

남상옥 : 조용필 '이터널리 조용필' 팬클럽 경력 20년, 경기도 의정부시

이주연 이영주 : 가수 비 유료 팬클럽 '더 구름', 팬클럽 경력 7년, 서울·경기도 안산시

조왕조 : '문근영 엔젤스' 팬클럽 경력 8년, 서울

이지현·이은애·강진아 : '하늘 아래 준기 세상' 팬클럽 경력 5년, 서울

정원민 : 소지섭 '영소사' 팬클럽 경력 10년, 서울)

팬질? 아무나 못하지!

이주연=이렇게 모이니 신기하고 반갑다. 그동안 타 가수 팬클럽은 방송 녹화장에서 자주 보는데, 배우 팬카페 분들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븐 팬클럽에서 나오면 민감한 얘기 나올까 봐, 살짝 긴장했었다.(웃음)

정원민=그동안 가수 팬클럽이 부러울 때가 있었다. 가수와 팬들은 한 공간에서 오래 보면서 목마름을 풀 수 있지 않나? 지섭씨는 팬미팅이란 것 자체를 잘 하지 않고 촬영장에도 팬들이 오는 걸 부담스러워 해 거의 못 본다.

이영주=그건 비도 마찬가지다. 마치 엄마가 아들 직장에 찾아온 것처럼 불편해하나 보다. '풀하우스' 같은 드라마 촬영장이 일하는 장소다 보니 스태프가 먼저 '너희 팬들 왔네'라고 눈치를 주면 그제서야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준다.

조왕조=난 가수든 배우 팬이든 여자들이 부럽다. 남자들이 팬카페 활동한다고 하면 주위에서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그게 부담스러워서 친구들 몰래 활동하다가, 얼마 전 문근영의 강남역 팬사인회 때 친구들에게 들켜서 당황한 적이 있다.

정원민=이해 간다. '영소사' 대부분이 여자인데 간혹 남자 팬도 있다. 우리는 남자 팬이 있으면 힘쓰는 일도 시킬 수 있고(웃음) 고마운데. 일반인들은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다니, 게이 아닌가?'라고 색안경을 끼고 본다. 결국엔 남자 회원들이 나오다 사라졌다.

남상옥=중1때 조용필 오빠를 좋아해 팬클럽 활동을 한 게 벌써 20년이 넘었다. (다들 동안이라는 칭찬이 쏟아지자) 솔직히 팬클럽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열정적이어서 그런지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공연 볼 때 체력적으로 힘들어지면 80년대생들이 부러워진다.

한편으로는 우리 오빠가 언제까지 저렇게 쌩쌩하게 무대에 설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다. 비 팬들은 월드스타니까 해외 투어도 따라갈 만큼 열정적인가?

이영주=일본 팬미팅 진행을 팬클럽 차원에서 지원해 도쿄에 함께 간 적이 있다. 같은 숙소에 머물며 가까이에서 밥을 먹었다는 일만으로 다른 팬들에게 수난을 당했다. 악성 댓글은 기본에 장난 전화까지 온다. 열성 해외 팬들의 경우에는 비가 묵는 호텔을 알아내서 그 층 전체를 예약하기도 하고 비의 비행기 편도 알아내 바로 옆 일등석을 예약해 같이 타기도 한다.

이주연=심지어 70대 노부부가 비의 공연장 제일 앞에서 스탠딩으로 관람하는 것도 봤다. 수백만원을 들여서 왔다고 하시더라. 팬들이 가장 정보가 빠르고 점조직처럼 전세계에 퍼져 있다. 어떻게 우리 번호를 알아내고 우즈베키스탄 같은 곳에서 공연 문의를 하기도 한다. 서툰 영어로 통화하는데 어지간한 상황에도 이젠 약간의 영어와 제스처로 의사소통은 다 한다.(웃음)

남상옥=우리 팬층에서는 60대 정도도 젊은 수준이다. 일본 팬의 경우 오빠 공연을 보기 위해 예술의 전당 근처에 방을 잡고 전 회를 관람한다.

이영주=일단 체력이 좋아야 한다. 한번 앨범 내고 컴백하면 3개월 내내 방송 스케줄을 따라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시상식이란 시상식은 안 가본 곳이 없다.

남상옥=용필 오빠는 그렇게 따라다니게 못 한다. 오빠 집 앞에서 편지 주려고 기다리면 '집에 가라'고 한다. 학생 때는 '가서 공부해라'라고 했는데. 이젠 멘트를 바꿀 때도 되지 않았나. 그래도 오빠가 인간적인 게 지방에서 올라온 애들은 매니저 시켜서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곤 했다.

이은애=이준기 팬은 10대가 많다 보니 행여 집에 못갈까봐 행사 시간이 밤 11시 넘어서 끝날 것 같으면 아예 신청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가족 명의로 신청하는 아이들도 간혹 있다. 아예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도 늘었다.

부모들은 팬클럽 활동하면 성적 떨어질까 걱정하지만 오히려 탈선 쪽으로 빠지는 이는 거의 없다. 3대가 같이 스타를 좋아하면서 가족애가 돈독해진 케이스도 많다.

남상옥=문득 과거 집단 가출 사건이 떠오른다. 서울 팬이야 자주 스타를 볼 수 있지만 지방 팬들은 큰 맘 먹지 않으면 불가능하지 않은가? 그래서 20년 전 지방 팬들이 단체로 버스를 대절해 서울 콘서트를 보러 왔는데 모두 집에 제대로 얘기를 하지 않고 나온 거다. 단체 가출 신고를 당해서 경찰이 그 차를 인신매매 차로 오해하고 경찰서로 끌고 갔다. 또 지방 팬들은 짐보따리를 들고 와야 하니까 옷차림이 다소 궁상맞다. 오빠 앞에서도 서럽다고 하더라.


이인경 기자 [best@joongang.co.kr]
사진=이호형 기자 [leemario@joongang.co.kr]

출처:http://news.joins.com/article/3587361.html?ctg=15

  
[스타 ESI ②] 가장 듣고 싶은 말 ‘니들이 수고가 많다'




남상옥=인터넷이 보급되고 팬덤이 확산되면서 적극적인 모습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 또한 12년째 회지를 발간하고 있고, 데뷔 30주년에 맞춰서는 신문사와 함께 조용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전 임원진이 한 달간 합숙 생활하며 준비했던 행사라 기억에 남는다. 오보도 직접 바로잡는다. 과거 한 기자가 최초 음반 1000만장 판매 가수가 김건모라고 해서 우리가 조용필이라는 정정 보도를 얻어내기도 했다.

조왕조=근영이 팬은 해박한 사람이 많다. 일부 열성 팬은 '바람의 화원' DVD를 직접 제작해 배포할 만큼 전문 지식을 자랑한다.

정원민=팬카페도 스타의 성격을 닮아가지 않나. 우리는 지섭씨가 낯을 가리고 쑥스러움을 많이 타서 그런지 적극적인 이벤트나 행동은 안 한다. 팬클럽 차원의 자생적 팬카페인 '영소사'가 그나마 뒤에서 조용히 응원하는 편이다. '카인과 아벨' 제작발표회 때도 기자 등 300명에게 '영소사'에서 마련한 선물을 전달했지만 적극 나서서 소지섭을 홍보하진 않았다. 우린 '오빠'라고도 안 부른다. 모두 '지섭씨'라고 부른다.

이영주=혹자는 비가 싸가지 없다고 하는데 우리는 원래 성격이 낯 가리는 걸 아니까 무시하는 편이다. 무뚝뚝한데 자상한 구석이 있다. 명절 같은 날 팬들에게 단체로 전화 음성 메시지를 선물해 눈물 흘리게 만든 일도 있다. 우리 모두가 비와 결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걸 바라는 것도 아니다. 좋아하는 스타와 예쁜 추억을 만들고 공감의 자리를 만들어 가는 걸 바라는 거다.

이주연=특이한 건 비를 좋아하니까 본명 정지훈의 정씨까지 좋아진다는 거다. 팬카페 최연소 회원이 세 살짜리 남자 아이인데 이름이 정지훈이다. 아마 엄마가 팬이라서 일부러 정씨와 결혼해서 이름까지 똑같이 지은 게 아닐까?(웃음)

남상옥=나도 용필 오빠 때문에 조씨가 좋다.

조왕조=내가 조씨인데 나는 안 되겠나?(일동 웃음)

남상옥=실제로 용필 오빠를 좋아하다 그 매니저와 친해져서 결혼한 케이스도 있다.

이지현=그러다 보니 어떨 때에는 본업과 부업이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때도 있다. 얼마 전 이준기 팬미팅을 준비하는데 현수막 작업과 케이크 세팅 등 시간이 워낙 촉박해서 임원진끼리 각자 회사에서 메신저로 몰래 회의를 한 적이 있다. 아예 팬미팅 전날은 월차를 내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당당히 회사에 '내일 이준기 행사 때문에 못 나온다'라며 월차를 냈다. 이러다 잘리는 거 아닐까?(웃음) 대신 이준기 물품 남는 거 있으면 상사에게 바친다.

조왕조=메신저 창도 들키지 않게 투명하게 하지 않냐? 우린 문근영이라고 하면 걸릴까 봐 '그분'이라는 암호를 쓴다.

정원민=일종의 세컨드 잡이 있는 투잡스 족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남상옥=맞다. 작년 40주년 기념 콘서트 때 전 임원진이 모여서 전날부터 밤샘 이벤트를 많이 기획했다. 공연 날 비가 와서 준비했던 이벤트를 하지 못해 젖은 현수막을 붙들고 속상해했던 일이 있었다. 손수 응원 물품을 제작하느라 땅바닥에 앉아 있는 우리를 보고 용필 오빠가 '니들이 수고가 많다'고 한마디 했는데 그걸로 모든 걸 보상받았다. 올 하반기에도 콘서트를 하는데 이에 앞서 팬카페 연합에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밴드 멤버를 초청해 5월 초 체육 대회를 하기로 했다.

강진아=이준기 팬미팅 때 정작 임원진은 행사를 제대로 못 봤다. 이준기가 옆에서 지나가는 데에도 케이크 세팅에만 온 신경이 쓰여서 정신이 없다. 밤을 샜지만 행사가 잘 끝나면 직장에서 느끼는 것 이상의 보람과 성취감을 만끽한다.

출처:http://isplus.joins.com/enter/star/200904/28/200904280811416076020100000201040002010401.html?click=isplus

  
[스타 ESI ③] 우리만 알고있는 스타를 폭로한다  



정원민=지섭씨를 통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베푸는 방법도 배웠다. 매달 후원 활동과 자원 봉사를 하는데 지섭씨도 우리 몰래 자주 선행을 한다. 그 금액도 엄청나더라. 뒤늦게 알고 깜짝 놀랐다.

감동받은 것은 '영소사'는 소지섭 이름으로, 지섭씨는 '영소사' 이름으로 한 단체에 기부 활동을 해왔다는 사실이었다. 그 단체가 기부자와 기부액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 금액이 너무 커서 어찌된 일인지 묻자 소지섭씨가 '팬카페 이름으로 해달라'고 부탁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해주더라.

다른 한류스타들은 수익 차원에서 스타 캘린더를 직접 제작하지만 지섭씨는 아예 돈이 되는 캘린더를 만들지 않고 '영소사'에만 그 권리를 주고 있다. 우리는 그 수익금으로 희망나누기 운동을 한다. 미혼모나 심장병 아이, 독거노인 돕기에 쓴다. 벌써 10년째니까 지섭씨와 '영소사'는 이심전심이다.

이주연=비도 팬과 함께 하는 자선 활동을 제일 좋아한다. 비 팬 중 눈이 좋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서 라식과 라섹 수술 등을 많이 지원해왔다. 우리도 비 공연을 위해 해외나 지방에서 올라오는 팬이 있으면 숙소를 제공하고 도우미 역할을 한다. 또 매달 기부금을 모아서 캄보디아에 '비 우물'을 세운 것처럼 좋은 일에 보태고 있다.

이지현=우리는 사회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모금 운동을 한다. 이준기가 굿네이버스와 인도네시아로 봉사 활동을 갔을 때 그 지역에 후원금을 보냈다. 쓰촨성 지진이나 태안 기름 유출 사건 때는 기금 뿐 아니라 현지 팬들이 몸으로 봉사했다.

조왕조=우리만 알고 있는 스타의 모습도 있지 않나? 근영이는 매일 팬카페에 들어오는데 너무 기사화되고 이슈가 되어서 요즘 발길을 끊어 아쉽다. 다이어트 한다고 하던데 정말 말리고 싶다. 지금도 예쁜데 뺄 데가 더 어디 있나.

이은애=이준기는 유명한 인터넷 중독자다. 오지에 가도 노트북을 들고 호텔에서 인터넷선을 잡으려고 빙빙 돌곤 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실시간으로 이준기의 소식과 사진을 접할 수 있어서 좋다. 해외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에 피곤해서 짐 풀고 쉴 법도 한데 반나절씩 자기 소식을 미니홈피에 사진과 함께 올린다. 팬들에게 보고해야 직성이 풀리나 본데 정말 귀엽다.

이영주=우리 비는 독수리 타법이다. 가끔 게임방에 가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긴 하는데 가끔은 인터넷에 자기 소식 좀 남겨줬으면 좋겠다.

남상옥=우리 오빠는 신비주의에 싸여 있어서 정말 팬들도 소식을 잘 모른다. 오로지 음악 생각밖에 없으신가 보다. 술도 잘 못마셔서 공연장에 가면 '오빠 한잔 해요'라는 피켓을 든 팬들이 많다.

정원민=팬카페란 게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뭉친 파트너십 아닐까? 사실 지섭씨가 공익으로 군에 들어가기 전부터 지난 4년간 팬 앞에 나타나지 않아서 애를 태웠다.

주인 없는 생일상을 4년 동안 차렸는데 작년 11월 4일을 앞둔 팬 이벤트에 소지섭이 촛불을 끄는 마지막 순서에 깜짝 등장해 모두 눈물바다가 됐다. 쿠바에서 촬영 있어서 못 온다고 했는데 헐레벌떡 달려와 생일파티에 참석한 그 모습에 그 어떤 말도 필요가 없었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상옥=우리도 만날 주인 없는 생일파티를 하는데 이건 뭐 제사상도 아니고. 오빠가 제발 환갑잔치에는 나와줬으면 좋겠다.(웃음)

이영주=나 역시 지섭씨 팬으로 갈아타야 하는 건가?(웃음) 결국 팬클럽은 즐겁게 놀 줄 아는 사람들 아닐까? 오늘 자리 너무 좋았다. 오늘 연합 팬카페 탄생 어떠냐? 뒤풀이하러 가자.(일동 웃음)

출처:http://isplus.joins.com/enter/star/200904/28/200904280813157176020100000201040002010401.html?click=isplus


  
[스타 ESI ④] ‘오빠부대’서 출발…해외 팬카페 탄생






'오빠 부대' '빠순이' 등 세월에 따라 그 이름은 변했지만 대중 문화의 한 켠에는 늘 팬카페가 존재했다.

국내 팬카레 문화의 시작은 가수들이 주도했다. 최근에는 한류 스타들이 배출되면서 해외 팬카페의 활약도 눈부시다. 팬카페 문화의 흐름은 국내 대중 문화의 변화와 궤적을 함께 했다. 1970년대 남진·나훈아로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국내 팬카페의 계보를 추적해본다.

1970년대 포크 스타 vs 남진·나훈아

1970년대 대중 문화는 TV의 보급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이때 대중 가요 팬 문화는 맥주와 통키타로 상징되는 포크 음악에 심취한 대학생과 남진·나훈아를 좋아하는 여성팬으로 나눠졌다.

지금껏 남진·나훈아의 팬카페 문화는 그저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시 팬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 이상이다. 40여년간 남진의 팬으로 활동한 김정자(53)씨는 "그때 이미 전국적으로 회장·부회장으로 조직화가 돼 있었고 자발적으로 전국 연락망을 만들었다. 남이섬 등에서 팬 야유회를 갖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980년대 조용필, 오빠 부대의 서막

팬카페 문화는 수퍼스타 조용필의 탄생과 더불어 꽃을 피운다. '오빠 부대'라는 말도 이때 탄생했다. 80년 '창밖의 여자'가 수록된 1집은 국내 가요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빅히트를 기록했다. 이후 오빠 부대는 자발적으로 모여 클럽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필무리' '필그림' '필의 평화' 등 여러 모임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이들은 서로 소식지를 발행하고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80년대 조용필의 소속사인 필기획에서 근무한 심희경씨는 "팬카페 사이에 충돌이 잦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자생 팬카페에 대한 정보를 소속사에서 모아 관리했었다. 용필 오빠를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가출한 소녀 팬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시 시작된 팬카페는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위대한 탄생' '미지의 세계' '이터널리 조용필' 등으로 여전히 활약 중이다.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H.O.T

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은 대중 문화의 판도를 또 한번 바꿨다. 하이텔 등 컴퓨터 통신이 활발해지면서 전국 규모의 조직적 팬 결집 현상도 처음 나타났다.

진정한 한국식 팬카페의 시작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시 소속사 요요기획에서 근무한 이경미씨는 "기획사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팬카페이 있었지만 지금의 형태와는 달랐다. 초상권 대행사에서 형광복·단체복 등에 대한 업무를 맡아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90년대 후반부터는 기획사의 스타 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면서 기획사가 팬카페를 관리하는 공식 팬카페 제도가 생겼다. 시작은 10대를 겨냥해 등장한 H.O.T였다. 수만 명의 팬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소속사 내에 팬카페 전담자도 생겨났다.

2000년대 팬카페 문화의 확대

최근 팬카페는 조직과 활동이 한층 세분화됐고, 규모도 방대해졌다. 서태지의 팬카페의 저작권법 개정 운동을 펼치며 국회 토론회에 참석할 만큼 전문적인 지식을 갖췄다. 동방신기의 팬카페 카시오페아는 80만 명을 넘어섰다.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한 팬카페 가입과 활동이 쉬워진 덕분이다.

배용준·이병헌·비 등 한류 스타들의 활약이 늘면서 팬카페의 글로벌 움직임도 눈에 띄는 변화상이다. 비의 해외 팬카페는 미국·일본·중국·등 20여 개국에 퍼져있다. 동방신기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해외 팬들도 동방신기의 고유 상징인 펄레드 풍선을 흔들고 단체 T셔츠도 맞춰 입는다. 또 '주문'을 부를 때 외치는 '미쳐' '빠져' 등의 구호도 한국어로 통일돼 있다"고 말했다.

출처:http://isplus.joins.com/enter/star/200904/28/200904280815217306020100000201040002010401.html?click=is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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