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조용필 신드롬의 진실
2013.05.07 23:04
신문사 | 오센 |
---|---|
기사 날짜 | 2013-05-07 |
[유진모의 테마토크] 월드스타 싸이가 신곡 '젠틀맨'으로 다시금 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며 섹시아이콘 이효리가 4년만에 새 음반을 내고 음원차트를 싹쓸이하고 있다. 근육돌 2PM도 돌아온다. 그럼에도 조용필(63) 신드롬은 대단하다. 10년만에 19집 앨범 'Hello(헬로)'를 내놓은 조용필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언론의 반응이 뜨겁다 못해 폭발될 지경이다. 지금 가요계는 온통 조용필 바람이다. 벌써 환갑을 훌쩍 넘긴 이 뮤지션에 대해 왜 전 연령층과 각계각층이 골고루 폭발적인 호응을 보내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다각도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금 대중은 왜 조용필에 열광할까?
지난 달 23일 네이버 뮤직을 통해 생중계된 조용필의 '프리미어 쇼케이스-헬로'는 총 25만 명이 실시간으로 관람했다. 이는 웬만한 인기 아이돌 그룹이 앞서 기록한 수치의 2배에 달한다. 방송 중 댓글만 3만개에 육박했고 이 공연에 게스트로 참가한 국카스텐 이디오테잎 자우림 팬텀 박정현 등에 대한 관심도도 덩달아 상승, 이들 모두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올 정도였다.
19집 앨범은 발매일 당일 새벽부터 판매점 앞에 장사진을 이루게 만들었으며 반나절 만에 2만장이 매진돼 조용필의 소속사 YPC 측은 부랴부랴 재주문 3만장을 내놓고 물량을 대느라 여념이 없다.
조용필의 전국 투어 '헬로'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이다. 오는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서울 공연은 31일의 소수 좌석만 남아 있는 상태로 사실상 매진이다. 이어질 대전 의정부 대구 진주 등의 공연도 인터파크 티켓 예매 순위에서 상위권을 싹쓸이하며 빠른 속도로 매진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조용필은 현시점에서는 누가 뭐래도 전 연령층의 화해와 소통의 대표 아이콘이다. 항상 대중가요의 유행을 선도해온 10~20대는 현재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고 있으며 중장년층은 그런 아이돌의 음악이 체질이 안 맞는다며 가요를 외면했다가 다시금 불고 있는 복고바람에 따른 방송 프로그램의 변화로 KBS2 '불후의 명곡'이나 MBC '나는 가수다'로 위안을 삼으며 '아 옛날이여'를 읇조리고 있다.
오랫만에 컴백한 조용필은 당연히 40대 이상의 팬들이 타깃이었을 법한 일이지만 10~20대까지 그의 음악에 기웃거리고 있다. 지난 주말에 음반판매 소매상에서 조용필 새 음반 품귀현상이 빚어지는가 하면 해적판이 등장했다는 소식과 함께 이번주 초 발매 2주만에 11만장이 판매됐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조용필의 새 음반은 그렇게 퀄리티가 뛰어날까? 정말 어린 아이들까지 조용필 '할아버지'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이번 조용필의 새 음반은 확실하게 강점이 있다. 그것은 젊은이들이 보면 노인네들이 좋아할 환갑을 훌쩍 넘긴 조용필이 젊은 음악을 냈다는 점이다. 그는 예전의 정통 록 스타일에서 탈피해 요즘의 유행을 따라 컴퓨터를 많이 접목해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도입했고 랩까지 반영했다.
조용필의 신드롬을 가장 부풀린 장본인은 언론이고 그 언론과 함께 부화뇌동한 후배 뮤지션들이다. 후배 뮤지션들 입장에선 조용필의 음악에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다. 첫째로는 그들이 어린 시절 조용필을 우상으로 생각했기 때문이고 현재로서는 수직관계의 계급을 중시하는 선후배의 관행이 존재하는 연예계의 생리 때문이며 사회 전방위에 걸쳐 형성된 전관예우의 논리 때문이다.
분명히 전성기의 조용필은 음악성과 대중성의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 뛰어나고 영악한 뮤지션이었다. 그는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음악을 시작했으며 그의 음악의 뿌리는 록 블루스 트로트였기 때문에 풍성하고 뿌리 깊은 음악성을 표출할 수 있었다.
그는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 등의 모든 음악적 역량을 보유한 전방위 뮤지션이었고 거의 모든 장르에서 강점을 보이는 만능의 뮤지션이었다. 그가 위대한 이유다.
하지만 그의 새 앨범은 예전의 앨범과는 확실하게 다르다.
그는 전성기 각종 가요제에서 가수왕과 대상을 휩쓸었으며 국내 최초로 단일 음반 판매 100만장 돌파 및 전체 음반 판매 1000만장 돌파 기록을 세웠고 처음으로 잠실 주경기장 콘서트 전석 매진 신화를 일궈냈다. 또한 그는 국내 대중가요 최초로 전자드럼을 도입했으며 처음으로 가성창법을 내놨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예전의 조용필만의 덕목과 강점이 없다. 조용필이 오빠부대를 창조하는 동시에 나이든 사람들까지 전 연령층으로부터 고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록뮤지션이되 트로트 국악 발라드 재즈 등 거의 모든 장르를 골고루 수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그런 그의 장점이 부족하다. 성인층이 열광하는 이유는 그가 오빠부대의 원조이기 때문이고 가요계의 전설이기 때문이다. '불후의 명곡'에서 아무 가수나 전설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만 사실상의 전설은 조용필이다.
젊은층이 조용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들에게 익숙한 요즘 뮤지션들이 입을 모아 찬사를 보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덩달아 언론이 춤을 추니 눈길을 줄 수 밖에 없는 것.
그의 음반이 잘 팔리는 이유는 그동안 레코드숍을 외면했던 성인층이 모처럼 지갑을 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왜? 조용필이니까. 조용필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음반을 판 뮤지션이다. 그의 음반에는 록부터 트로트까지 골고루 수록돼 있어 전곡이 다 신선하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음반은 아이돌의 음악처럼 신나지만 춤은 배제돼 있고 예전처럼 따라부르거나 노래방에서 즐긴다거나 가슴으로 감상할 음악은 없다. 조용필이 아닌, 요즘 세대와 악수하는 전혀 새로운 뮤지션 조용필의 음악이다.
조용필의 많은 강점 중의 하나는 그가 훌륭한 싱어 송라이터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 음반은 젊은 작곡가들의 곡을 받아 채웠다. 이는 지난 10년간 그의 창작력이 정체돼 있었거나 퇴보했다는 증거고, 후배 뮤지션들에게 시대적으로 뒤쳐졌다는 것을 시인하는 방증이며, 더 이상 크리에이터로서의 능력이 샘솟지 않는다는 결정적 근거가 된다. 그래서 전혀 새로운 뮤지션 조용필이다.
이는 빌보드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싸이의 '젠틀맨'에는 열광하지만 조용필 신드롬은 한국에서만의 '그들만의 잔치'인데서 확인된다. 만약 조용필의 새 앨범이 글로벌한 성격을 지녔다면 당연히 해외시장에서도 열광할 것이다. 해외 대중가요 시장도 젊은층이 주도한다. 하지만 '젠틀맨'의 시건방춤에 열광하는 세계의 음악팬들은 조용필의 새 음악에는 관심이 없다. 결국 국내에서의 조용필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은 관심일 뿐 환호하고 즐기는 것은 아니라는 증거다.
패러다임의 변화와 개혁 그리고 유행의 흐름에 적당하게 순응하는 것은 진리다. 하지만 유진박의 음악을 정통 클래식 팬들이 반기지 않듯이 조용필의 골수팬들은 현재 조용필의 음악이 불편하다. 조용필은 '기도하는'이라는 첫소절 뒤의 팬들의 '꺄'라는 환호성이 연결되는 '비련'이나 'Q' 그리고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으로 이미지가 형성돼 있다.
조용필의 팬들은 그의 노래에 랩이 접목돼 있다고 싫어하는 게 아니라 조용필의 음반 전체가 예전의 음악적 방향과 다르기 때문에 불편해한다. 그의 새 음반에 열광하는 것은 그동안 음반을 사고 싶었지만 살 만한 음반이 없었던 차에 보증수표와 다름 없는 조용필의 이름값에 투자하는 것이지 예전처럼 그의 음반 전곡이 마음에 들어서는 아니다.
조용필은 각종 기록을 다 보유하고 있지만 특히 한 앨범의 전곡을 전부 히트시킨 전무후무한 기록을 갖고 있다. 바로 '창밖의 여자'다. 여기서 건전가요 하나 빼고는 다 히트됐다. 만약 이번 음반이 예전의 조용필의 음악성의 연장선상에 있다면 싱글커트 형식으로 처음 공개된 '바운스'와 타이틀곡 '헬로'에만 팬들이 열광하지 않고 전곡을 애청할 것이다.
만약 조관우가 가성창법을 버린다면 그의 매력은 사라질 것이고 이문세가 콘서트를 계속 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인기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대중이 조용필을 소비하는 방식은 애청과 더불어 애창이고 감상이며 감격이다. 이번 19집에서 그런 미덕을 찾을 수 있을까? 거기에 조용필 신드롬의 진실이 담겨져 있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왜 이런 어거지 기사를 쓰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