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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5-08-26] [김구라의 '쿨 아이'] 영원한 '오빠', 북(北)에서도
2005.08.2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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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의 '쿨 아이'] 영원한 '오빠', 북(北)에서도 잘했네
‘영원한 오빠’ 조용필이 북한에 갔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인기 스타였던 조용필씨,
하지만 그 아시아에서 딱 한 곳,
‘못찾겠다 꾀꼬리’였던 나라가 있으니 바로 북한이었는데, 이제서야 그 무대에 섰다.
이번 공연에 대한 관심은 남쪽에서도 대단했던지, 드라마 전쟁 시간인 화요일 밤 10시에 공연 실황이 시청률 1위였다고 한다.
(SBS도 이번 공연의 승리자다. 조용필 씨와 묻어 가서 북한의 높은 분들도 만나고 시청률도 잡았으니…)
후일담을 들어보니, 남쪽 관객들과는 너무 다른, 조용하다 못해서 썰렁하기 그지 없는 북한 관객들 때문에 처음에는 무지하게 당황했다고 한다.
사실 “기도하는~” 하고 운을 띄우면 으레 “꺄아~” 하고 화답하는 게 수십 년 내려온 전통인데, “기도하는~”에 “…”의 적막만이 흐른 북한 관객들을 보면서, 얼마나 썰렁했겠나.
북쪽 관계자들도 그게 걱정됐던지 공연 전에 “우린 오빠 부대 같은 게 없습네다”라고 했다는데, 하기야 북한에서 진정한 오빠는 오직 한 명, ‘김정일 오빠’ 밖에 더 있겠나?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정일이 오빠’ 얼굴이 들어간 현수막이 비 맞는다고 울면서 현수막을 걷던 북한 응원단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새록새록한데, 아무리 남쪽 최고의 오빠라고 해도 아직까지 북한에서는 ‘정일이 오빠’를 뛰어넘을 수야 없겠지.
그리고 폐쇄된 사회에서 북한식 문화 속에서 수십 년을 산 사람들이 무슨 스크루지도 아니고, 공연 한번 봤다고 사람이 싹 바뀌어서 열광하고 난리 난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아마 “저거 또 무지하게 연습 시켰구만.” 이런 소리 나왔을 거다.
그래도 음악은 음악이다. 공연이 점점 절정으로 갈수록 닫혔던 그들의 마음도 조금씩 열리고 마지막에는 기립 박수까지 받았으니, 역시 남쪽에서 위대한 가수는 북쪽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이번 조용필씨 공연이 성공을 거두었으니, 앞으로도 여러 남쪽 가수들이 북한 무대에 서서 닫힌 마음을 조금씩 여는 일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단! 괜히 무슨 어설픈 섹시 컨셉 가지고 아슬아슬한 패션으로 무대에 서는 가수들은 북한행을 삼가하도록 하자. 북한에서 어깨끈 끊어지는 사고 나면 북한에선 ‘음악캠프’의 카우치 밴드 사건 저리가라 난리 날 거다.
(KBS2FM ‘가요광장’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