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이 전하는 말 '을 펴내면서 .. [펌]

K형 !
부끄럽습니다 .
글 재주도 없으면서 한 권의 책을 내놓는다는 것이 당돌한 일 같아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합니다 .
여기 실린 글들은 지난 82년 부터 최근까지 [TV가이드]에
연재해 온 [조용필의 음악편지]를 한데 묶은 것입니다 .
처음 TV가이드로부터 매주 글을 한 편씩 써 달라는 청탁을 받았을 때는
자신이 서질 않아 간곡히 사양을 했었습니다 .
그러나 저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팬들이 많고 까만밤을 하얗게 밝히며
깨알같은 글씨로 팬레터를 써서 보내오는 팬들이 늘어 갈수록
저는 어떤 보답을 해야 된다는 생각에 괜히 초조 해지기도 했었습니다 .
그래서 개별적으로 답장은 못해 줄망정 공개편지를 쓰는 것이 좋겠다는
어려운 결심을 하게 된 것입니다 .
K형 !
이 음악편지는 어떤 특정한 팬을 대상으로 쓴 것이 아닙니다 .
저를 알고 있는 팬이라면 누구나 주인공이 되어 읽도록 쓰여진 것입니다 .
그래서 내용도 저를 일상생활과 연예활동을 중심으로
친구에게 , 연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대화체로 결정했었습니다 .
K형 !
앞서 밝힌 대로 글재주라곤 워낙 없고 스케줄이 바쁜 탓에 문학 적으로
만족한 내용이 되질 못했으나
많은 팬들이 사랑과 격려로 읽어준 것 같습니다 .
K형 !
음악편지 중엔 혹간 어리석고 감정적인 저의 하소연도 들어 있었으나
너그러운 마음으로 애독해 준 팬들이 적지않아 용기를 잃지않고
오늘까지 계속 써 온 것입니다 .
지난 여름 늑골이 부러지는 사고 때문에 부득불 방송활동을 쉬고 있는데
음악편지를 묶어 책으로 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아습니다 .
치료 기간 동안은 육성으로 노래를 못 하는 처지라 묵은 스크랩 북을 뒤져
음악편지를 정리했습니다 .
한편 한편 자세히 읽어보며 미진한 문장은 고치고
모자라는 부분은 추고를 했습니다 .
역시 글이란 것은 훗날 다시 읽어보면 감회가 새로운 모양입니다 .
100편이 넘는 은악편지를 정리하면서 까마득하게 기억속에서 사라졌던
일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경우도 생겨 오랜만에
짜릿한 기쁨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
K형 !
역시 저는 행운아인 것 같습니다 .
시간을 쪼개어 음악편지를 써 오지 않았던들 젊음을 보낸
저의 가수생활은 목소리만이 담긴 앨범밖엔 남는 것이 없을 뻔했습니다 .
그런데 이제는 누구나 쉽게 대할 수 있는 한 권의 책이 있으니
한결 마음이 뿌듯합니다 .
그동안 미우나 고우나 한결같이 아낌없는 사랑을 쏟아준
팬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며
그림자처럼 제 주변을 돌며 격려해 준 이태현 형에게도 고마음을 느낍니다 .
변변치 않은 글을 책으로 묶어 주신 [도서출판 융성]의 김만연 사장님과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 준 [TV가이드] ,
그리고 많은 조언으로 도와준 전의식 기자에게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
                      
                                   1985. 9. 9
                             방배동 스튜디오에서
                                     趙 容弼      

※ 미지의 세계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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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pc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