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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월요일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 녹화날이 있던 날 아침에 저는 사우나에 있었습니다. 새벽 다섯시경에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한 저는 잠시 어찌할까를 망설이다가 처음에 약속했던 의정부의 남상옥님 집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여의도로 지하철을 타고 가서는 SBS 방송국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에 방송국 근처 사우나에 가서, 버스 안에서 이 생각 저생각으로 설친 탓에 부족해진 잠을 채우려 했던거지요.
옷을 홀랑 벗고 사우나실로 들어서려던 저의 귀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립니다. 경상도 머스마가 듣기엔 조금은 낯 간지러운 서울 남자들의 호들갑스런 목소리들..
"억- 뭐야? 정몽헌이가 자살을 했다네?"
"지금 자막으로 나온다. 이거 진짜야? 빌딩에서 뛰어 내렸다구?"
"새벽 5시 40분이면 조금 전에 뛰어내렸네? 왜 그런거지?"
정몽헌?
정몽헌씨라면 故정주영씨의 유업을 이어받아 대북경협사업에 뛰어 들어 동분서주하다가 요즘은 대북송금문제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그 정몽헌씨를 말하나? 급히 TV 앞으로 가서는 정몽헌씨의 죽음을 확인했습니다. 죽음을 자막으로나마 확인한 그순간부터 저의 마음은 아파왔습니다. 굵은 테 너머로 보이던 선한 눈빛의, 아무리 보아도 재벌가의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던 소탈한 어투와 수수한 옷차림이 기억에 남던, 몇달 전 북한에 가기 전에 아버지 故정주영씨의 묘 앞에서 말없이 눈물을 뚝뚝 떨구던 정몽헌씨가 죽다니, 그것도 자살이라니..
덕분에 잠을 보충하려던 저의 계획은 깡그리 잊은 채 오전내내 TV 앞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그의 자살의 원인을 두고 온갖 추측의 말들이 TV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흰천에 덮힌 채 병원으로 옮겨지는 시신의 모습, 유서가 일부 공개되고, 빈소가 마련되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또 때론 무심한 사람들의 모습들, 모습들..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주오..'
잠깐이나마 눈을 붙혀야 오후에 버티지 싶어서 휴게실 간이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습니다. 요란하게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깨어보니 12시 반이더군요. 정몽헌씨는 잠시 잊고 조용필님을 생각하며 서둘러 씻고 방송국 앞으로 가니 반가운 얼굴들이 벌써 열댓명 와 있었습니다. 다들 상기된 얼굴들을 하고. 남상옥님이 환한 얼굴로 제일 먼저 반겨주더군요. 얼마만에 보는 그리운 얼굴인지.. 반가운 맘을 숨기지 못해 손부터 덥석 잡았습니다. 조금 더 기다리니 삼삼오오 도착하는 님들과 반가운 인사들을 나누고는 시간이 되어 방송국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고 일산으로 향했습니다.
...
즐거운, 행복한, 조금은 긴장도 되었던 녹화를 마치고 신촌으로 다 같이 가서는 불낙전골에 낙지볶음에 아주 맛난 저녁을 먹고는 일곱시쯤이였나? 여덟시쯤였나? 서둘러 동서울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맘 같아서야 밤새도록 반가운 님들과 오랜만의 회포를 풀고도 싶었지만 겨우 하루 허락받은 휴가였기에 30일에 있을 잠실콘서트를 기약하며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겼지요. 참말로 아쉬웠습니다. 얼마만에 보는 얼굴들인데..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해서 표를 알아보니 아뿔싸! 11시 40분 심야버스 밖에 없습니다. 시계를 보니 졸지에 서울에서 3시간 30분 정도를 나 홀로 방황하게 생겼더군요. 표를 끊고는 시간을 어찌 보낼까 궁리하다가 아무리 둘러봐도 마땅히 갈 곳이 없기에 터미널 내 비치된 TV 앞 빈 자리에 앉았습니다. 온통 정몽헌, 정몽헌씨 뉴스뿐이더군요. TV를 보면서 온갖 상념에 젖다가 보니 어느덧 3시간이 금방 흘러 언양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올 때와는 달리 내려갈 때는, 나름대로는 피곤한 하루를 보내었던 탓에 불편한 의자에서도 푹 잤습니다.
언양에 도착하니 세벽 네시. 그렇게 저의 서울나들이는 끝이 났습니다.
..
서울에서 만난, 역사 속에 남을 두사람.
한사람은 역사가 주는 짐이 무겁고 버거워 스스로 제몸뚱아리 창밖으로 날려 그 버거운 짐을 훌훌 벗음으로 역사가 되었고, 또 한사람은 지금도 묵묵히 최선을 다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그렇고, 이 글을 보고 있을 당신도 그렇고, 우리들은 '역사', 'The History' 속에 살고 있습니다. 어제 하나의 역사가 비극적으로 막을 내리고 그 죽음을 딛고 서서 또 새로운 역사가 그려질 것입니다. 우리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살아있는 두눈으로, 죽음을 딛고 서서 그 죽음을 주춧돌로 해 새로이 펼쳐질 역사를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
또 우리는 볼 것입니다. 'The History'
스스로 역사가 되어버린 사람, 아니 그는 이미 역사를 뛰어넘은 '신화'가 되었지요. 꺼지지 않는 영원한 신화, 조용필의 역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35년, 조용필의 음악사가 곧 한국의 현대사라고 합니다. 한국의 현대사는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던 시기였습니다. 희망과 절망이 수시로 교차하는 질곡의 역사속에서 신음하던 국민들, 아니 민중들의 얽혀진 가슴을 풀어주고, 달래어주고, 그늘이 되어준 조용필의 음악은 곧 'The History'입니다. 그 역사가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하려 합니다. 새로운 역사를 쓰려 합니다. 또한, 우리는 그 출발지에 함께 할 것입니다.
8월 30일을 기다리며..
무정.
P.S. 삼가 가신 님의 명복을 빌며..
아래의 글을 덧붙힙니다.
#####
[서프라이즈/펌]
글쓴이: 김동렬
제목: 누가 정몽헌을 죽였나?
부제: 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 1만명의 노동자가 자살하고 그 다음에 한 명의 오너가 자살한다.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무엇보다 선친 정주영회장의 원대한 꿈이 난관을 당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큽니다. 큰 일을 당하고 경황이 없는 지금 할 소리는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냉정하게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욕먹을 소리는 제가 도맡아 하겠습니다.
1년에 1만2천명이 생계곤란 등의 이유로 자살합니다. 기업가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 3년 동안 1만명의 노동자가 자살하고 그 다음에 한 명의 오너가 자살합니다. 누가 그 1만명의 노동자를 자살로 몰아세웠습니까?
기업가는 곧 죽어도 수익을 내야 합니다. 현대아산은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민 앞에 할 말이 없습니다. 그 결과가 정몽헌의 죽음입니다.
현대의 대북사업은 당연히 정부가 해야할 일입니다. 정몽헌회장은 죽음으로서 그 모든 것을 대한민국과 그 정부에 떠넘긴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정몽헌의 죽음을 두고 한가지 합의해야 할 사실은 정몽헌이 목숨을 던지며 대한민국에 떠넘긴 것을 대한민국과 그 정부가 흔쾌히 받아들일 것인지의 여부입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실패가 한 기업인을 죽였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만장일치입니다. 그런데 만장일치가 안된다면? 만장일치가 될 때 까지 토론하고 투쟁하는 것입니다.
민간기업은 무엇이 다른가? 오너가 독단으로 결정합니다. 그 결과가 나쁘면? 책임지는 것입니다. 때로는 죽음으로 책임져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사태의 본질은 국가가 해야할 일을, 단지 국민이 만장일치로 합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민간기업에 떠넘겼으며, 국가가 정치적 이유로 한 민간기업을 희생시킨 것입니다. 정몽헌을 죽인 것은 대한민국입니다.
금강산사업, 개성공단개발 전부 국가가 해야할 일입니다. 다만 국가가 하는 일에는 절대 다수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그 합의에 실패했으며, 그 합의에 실패에 대한 책임은 여당과 야당, 재야와 학계, 언론계 모두에 있습니다. 누구도 그 책임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정몽헌은 대한민국의 미숙한 민주주의가 죽였습니다. 우리는 겸허하게 이 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아니라고 말하며 나서는 자 있다면 그 자의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습니다.
이제 우리가 결정해야 할 일은 대한민국과 그 정부가 그들의 민주주의의 실패를 이유로 한 민간기업에 떠넘겼던 것을, 정몽헌이 목숨을 담보로 하여 다시 대한민국과 그 정부에 되돌려주었다면, 그것을 국가적 차원에서 받아들여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인가의 여부입니다.
저는 정주영이 못다 이룬 꿈을, 정몽헌이 실패한 사업을, 대한민국과 그 정부가 인수하여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여당과 야당, 학계와 언론계와 재야가 여기에 만장일치의 합의를 해주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만약 이에 반대하는 자가 있다면 그 자가 정주영과 정몽헌을 두 번 죽이는 것입니다.
정주영은 무엇을 꿈꾸었나?
대북사업은 원래부터 실패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정주영은 왜 이 무모한 사업을 벌였을까요?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가는 자격이 없습니다. 이는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벤처에 착수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남이 안하기 때문에 정주영이 한 것입니다. 마땅히 대한민국이 해야할 일을 대한민국이 착수하지 않으므로, 어쩔 수 없이 정주영이 대신 착수한 것이며, 대한민국의 그 누구도 나서지 않으므로 어쩔 수 없이 기업인 정주영이 나선 것입니다.
그 실패의 책임은 전적으로 대한민국과 그 정부에 있습니다. 왜? 대북문제는 원래부터 대한민국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실패가 뻔히 보이는 일에 뛰어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주영이 용기있게 그 일에 뛰어들었으며 그 아들을 희생시킨 것입니다.
저는 기업가 정주영, 정몽헌 부자에게 기업경영에 실패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기업가의 실패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되지 않습니다. 왜? 기업가가 실패하면 오너가 자살하기 전에 1만명의 노동자가 먼저 자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가 대한민국을 대신하여 십자가를 진, 누구보다 위대한 대한민국인이었다는 사실 자체는 존중할 참입니다.
결론.. 대한민국이 스스로의 민주주의의 실패를 이유로 부당하게 한 민간기업에 토스한 것을, 그 민간기업이 다시 대한민국과 그 정부에 죽음으로 토스한 것입니다. 저는 미숙하기 짝이 없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옷을 홀랑 벗고 사우나실로 들어서려던 저의 귀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립니다. 경상도 머스마가 듣기엔 조금은 낯 간지러운 서울 남자들의 호들갑스런 목소리들..
"억- 뭐야? 정몽헌이가 자살을 했다네?"
"지금 자막으로 나온다. 이거 진짜야? 빌딩에서 뛰어 내렸다구?"
"새벽 5시 40분이면 조금 전에 뛰어내렸네? 왜 그런거지?"
정몽헌?
정몽헌씨라면 故정주영씨의 유업을 이어받아 대북경협사업에 뛰어 들어 동분서주하다가 요즘은 대북송금문제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그 정몽헌씨를 말하나? 급히 TV 앞으로 가서는 정몽헌씨의 죽음을 확인했습니다. 죽음을 자막으로나마 확인한 그순간부터 저의 마음은 아파왔습니다. 굵은 테 너머로 보이던 선한 눈빛의, 아무리 보아도 재벌가의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던 소탈한 어투와 수수한 옷차림이 기억에 남던, 몇달 전 북한에 가기 전에 아버지 故정주영씨의 묘 앞에서 말없이 눈물을 뚝뚝 떨구던 정몽헌씨가 죽다니, 그것도 자살이라니..
덕분에 잠을 보충하려던 저의 계획은 깡그리 잊은 채 오전내내 TV 앞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그의 자살의 원인을 두고 온갖 추측의 말들이 TV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흰천에 덮힌 채 병원으로 옮겨지는 시신의 모습, 유서가 일부 공개되고, 빈소가 마련되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또 때론 무심한 사람들의 모습들, 모습들..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주오..'
잠깐이나마 눈을 붙혀야 오후에 버티지 싶어서 휴게실 간이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습니다. 요란하게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깨어보니 12시 반이더군요. 정몽헌씨는 잠시 잊고 조용필님을 생각하며 서둘러 씻고 방송국 앞으로 가니 반가운 얼굴들이 벌써 열댓명 와 있었습니다. 다들 상기된 얼굴들을 하고. 남상옥님이 환한 얼굴로 제일 먼저 반겨주더군요. 얼마만에 보는 그리운 얼굴인지.. 반가운 맘을 숨기지 못해 손부터 덥석 잡았습니다. 조금 더 기다리니 삼삼오오 도착하는 님들과 반가운 인사들을 나누고는 시간이 되어 방송국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고 일산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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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행복한, 조금은 긴장도 되었던 녹화를 마치고 신촌으로 다 같이 가서는 불낙전골에 낙지볶음에 아주 맛난 저녁을 먹고는 일곱시쯤이였나? 여덟시쯤였나? 서둘러 동서울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맘 같아서야 밤새도록 반가운 님들과 오랜만의 회포를 풀고도 싶었지만 겨우 하루 허락받은 휴가였기에 30일에 있을 잠실콘서트를 기약하며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겼지요. 참말로 아쉬웠습니다. 얼마만에 보는 얼굴들인데..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해서 표를 알아보니 아뿔싸! 11시 40분 심야버스 밖에 없습니다. 시계를 보니 졸지에 서울에서 3시간 30분 정도를 나 홀로 방황하게 생겼더군요. 표를 끊고는 시간을 어찌 보낼까 궁리하다가 아무리 둘러봐도 마땅히 갈 곳이 없기에 터미널 내 비치된 TV 앞 빈 자리에 앉았습니다. 온통 정몽헌, 정몽헌씨 뉴스뿐이더군요. TV를 보면서 온갖 상념에 젖다가 보니 어느덧 3시간이 금방 흘러 언양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올 때와는 달리 내려갈 때는, 나름대로는 피곤한 하루를 보내었던 탓에 불편한 의자에서도 푹 잤습니다.
언양에 도착하니 세벽 네시. 그렇게 저의 서울나들이는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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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만난, 역사 속에 남을 두사람.
한사람은 역사가 주는 짐이 무겁고 버거워 스스로 제몸뚱아리 창밖으로 날려 그 버거운 짐을 훌훌 벗음으로 역사가 되었고, 또 한사람은 지금도 묵묵히 최선을 다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그렇고, 이 글을 보고 있을 당신도 그렇고, 우리들은 '역사', 'The History' 속에 살고 있습니다. 어제 하나의 역사가 비극적으로 막을 내리고 그 죽음을 딛고 서서 또 새로운 역사가 그려질 것입니다. 우리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살아있는 두눈으로, 죽음을 딛고 서서 그 죽음을 주춧돌로 해 새로이 펼쳐질 역사를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
또 우리는 볼 것입니다. 'The History'
스스로 역사가 되어버린 사람, 아니 그는 이미 역사를 뛰어넘은 '신화'가 되었지요. 꺼지지 않는 영원한 신화, 조용필의 역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35년, 조용필의 음악사가 곧 한국의 현대사라고 합니다. 한국의 현대사는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던 시기였습니다. 희망과 절망이 수시로 교차하는 질곡의 역사속에서 신음하던 국민들, 아니 민중들의 얽혀진 가슴을 풀어주고, 달래어주고, 그늘이 되어준 조용필의 음악은 곧 'The History'입니다. 그 역사가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하려 합니다. 새로운 역사를 쓰려 합니다. 또한, 우리는 그 출발지에 함께 할 것입니다.
8월 30일을 기다리며..
무정.
P.S. 삼가 가신 님의 명복을 빌며..
아래의 글을 덧붙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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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펌]
글쓴이: 김동렬
제목: 누가 정몽헌을 죽였나?
부제: 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 1만명의 노동자가 자살하고 그 다음에 한 명의 오너가 자살한다.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무엇보다 선친 정주영회장의 원대한 꿈이 난관을 당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큽니다. 큰 일을 당하고 경황이 없는 지금 할 소리는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냉정하게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욕먹을 소리는 제가 도맡아 하겠습니다.
1년에 1만2천명이 생계곤란 등의 이유로 자살합니다. 기업가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 3년 동안 1만명의 노동자가 자살하고 그 다음에 한 명의 오너가 자살합니다. 누가 그 1만명의 노동자를 자살로 몰아세웠습니까?
기업가는 곧 죽어도 수익을 내야 합니다. 현대아산은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민 앞에 할 말이 없습니다. 그 결과가 정몽헌의 죽음입니다.
현대의 대북사업은 당연히 정부가 해야할 일입니다. 정몽헌회장은 죽음으로서 그 모든 것을 대한민국과 그 정부에 떠넘긴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정몽헌의 죽음을 두고 한가지 합의해야 할 사실은 정몽헌이 목숨을 던지며 대한민국에 떠넘긴 것을 대한민국과 그 정부가 흔쾌히 받아들일 것인지의 여부입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실패가 한 기업인을 죽였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만장일치입니다. 그런데 만장일치가 안된다면? 만장일치가 될 때 까지 토론하고 투쟁하는 것입니다.
민간기업은 무엇이 다른가? 오너가 독단으로 결정합니다. 그 결과가 나쁘면? 책임지는 것입니다. 때로는 죽음으로 책임져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사태의 본질은 국가가 해야할 일을, 단지 국민이 만장일치로 합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민간기업에 떠넘겼으며, 국가가 정치적 이유로 한 민간기업을 희생시킨 것입니다. 정몽헌을 죽인 것은 대한민국입니다.
금강산사업, 개성공단개발 전부 국가가 해야할 일입니다. 다만 국가가 하는 일에는 절대 다수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그 합의에 실패했으며, 그 합의에 실패에 대한 책임은 여당과 야당, 재야와 학계, 언론계 모두에 있습니다. 누구도 그 책임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정몽헌은 대한민국의 미숙한 민주주의가 죽였습니다. 우리는 겸허하게 이 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아니라고 말하며 나서는 자 있다면 그 자의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습니다.
이제 우리가 결정해야 할 일은 대한민국과 그 정부가 그들의 민주주의의 실패를 이유로 한 민간기업에 떠넘겼던 것을, 정몽헌이 목숨을 담보로 하여 다시 대한민국과 그 정부에 되돌려주었다면, 그것을 국가적 차원에서 받아들여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인가의 여부입니다.
저는 정주영이 못다 이룬 꿈을, 정몽헌이 실패한 사업을, 대한민국과 그 정부가 인수하여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여당과 야당, 학계와 언론계와 재야가 여기에 만장일치의 합의를 해주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만약 이에 반대하는 자가 있다면 그 자가 정주영과 정몽헌을 두 번 죽이는 것입니다.
정주영은 무엇을 꿈꾸었나?
대북사업은 원래부터 실패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정주영은 왜 이 무모한 사업을 벌였을까요?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가는 자격이 없습니다. 이는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벤처에 착수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남이 안하기 때문에 정주영이 한 것입니다. 마땅히 대한민국이 해야할 일을 대한민국이 착수하지 않으므로, 어쩔 수 없이 정주영이 대신 착수한 것이며, 대한민국의 그 누구도 나서지 않으므로 어쩔 수 없이 기업인 정주영이 나선 것입니다.
그 실패의 책임은 전적으로 대한민국과 그 정부에 있습니다. 왜? 대북문제는 원래부터 대한민국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실패가 뻔히 보이는 일에 뛰어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주영이 용기있게 그 일에 뛰어들었으며 그 아들을 희생시킨 것입니다.
저는 기업가 정주영, 정몽헌 부자에게 기업경영에 실패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기업가의 실패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되지 않습니다. 왜? 기업가가 실패하면 오너가 자살하기 전에 1만명의 노동자가 먼저 자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가 대한민국을 대신하여 십자가를 진, 누구보다 위대한 대한민국인이었다는 사실 자체는 존중할 참입니다.
결론.. 대한민국이 스스로의 민주주의의 실패를 이유로 부당하게 한 민간기업에 토스한 것을, 그 민간기업이 다시 대한민국과 그 정부에 죽음으로 토스한 것입니다. 저는 미숙하기 짝이 없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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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댓글
JULIE
2003-08-06 07:12:41
뒤늦게 뒷풀이 장소에 갔더니, 이미 출발하셨더라구요~
너무 아쉬웠어염...
저두 너무 놀랐던 뉴스였답니다.
요즘 자살하는 것이 넘 자연스러워진 건 아닌가 싶어 더욱 맘이 아팠답니다...^^;;;
스스로 역사가 되어버린 사람, 아니 그는 이미 역사를 뛰어넘은 '신화'가 되었지요.
~~~▶울 필님의 모습이 글케 이뽔담서요?
우울한 기분은 울 필님 뵈었던 그 순간에 대한 기억으로 모두 날리세여~ ^^&
필사랑♡영미
2003-08-06 07:52:17
그 어떤 것보다 남아 있는 유가족이 제일 먼저 생각납니다.
고인에겐 삼가 명복을....
조용필님에겐 화이팅~!을...이렇게 밖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Duck
2003-08-06 07:57:22
뒷풀이에 오셨군요. 조금 늦게 ^^ 제가 너무 일찍 서두른 탓에 깜찍발랄명랑소녀 줄리에님을
못만나고 그냥 왔네요. 오시는줄 알았으면 내일 출근이고 뭐고 기다렸을텐데 ^^;; 그리고..
방청후기를 재미나게 쓰고 싶은데.. 너무 쓸게 많아서 고민이에요. 느무느무느무느무느무
행복하고 즐겁고 재미난 시간이였는데.. 조용필님 보면서 내내 '이게 꿈이야? 생시야?' 요렇게
중얼거렸답니다. ^0^
JULIE
2003-08-06 08:03:03
피곤하신데도 약속은 지키셨네여~
잠실에서 만나용~ ^^&
새벽이슬
2003-08-06 17:53:02
어찌 그런 행운을... 암튼 잘 보고 오셔서 이렇게 감칠맛 나는 후기까지..
무정님의 필력이 부러~~~~워~~~~~~~~~~히히..
Duck
2003-08-07 02:10:41
게시판상에서나마 이슬님 이름 뵙기가 가뭄에 콩나듯 해서 콩 찾느라 한참을..*^&$%$%^#%#&(*^ ??
감칠맛 나는 후기라니요? 감칠맛이 웃겠습니다..;;
필력이 부럽다니요? 필력이가 울겠습니다..;; 아무튼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잠실 때나 뵐 수 있을려나? 그날을 기다립니다.
상오기
2003-08-07 04: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