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온뒤 절방 창 밖에는
눈 온뒤 절방 창 밖에는
님시현
저 산길로 아무도 찾아오지 않네
이른 저녁공양을 마치고
묵상도 팽개친채
굼불 땐 아랫목에 씻지 않고 자빠져 늘어지면
십년 묵은 여독이 단 번에 날아가 버리네
얼음장 밑으론 개울물이 흐르는 소리들려
창문을 여러보니
희끗희끗 눈 덮인 벌판으로 내려 난
산 길엔 아무도 지나간 발자국이 없네
겨울 산사에 찾는 사람이 적어서 그렇겠고,
설 쇠러 온 사람들도 고스톱을 하거나 텔리비전을 보고있겠지
예전처럼 눈속에 꿩 쫓으러 다니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
고향의 빛바랜 추억을 느끼면서
이미 산길아래로 마음은 걷는데
눈 온뒤 절방 창 밖에는
왜 이다지도 목탁처럼 마음을 두드린다냐.
저기 아득한 논둑길 끝자락,
대숲 아래 깃든 양철집 지붕위로 솟는 연기
서숙밥이 푹 익어가는 가마솥에서
고소한 김내음만 코로 찾아오네
화로위에선 보리싹 된장국이 끓고
식어가는 숯불속 물고구마가 피씩 익는 소리를 내고 있겠지
대숲에선 참새떼가 잠자리 준비로
겨울적막을 푸득푸둑 몰아내고 있는데
거기에 허리굽은 늙은 스님이
공부늦은 비구니를 향해 죽비를 드네
눈 온뒤 절방 창 밖에는
저 산길로 어둠만이 찾아오네
지오스님을 생각하며 스님의 마음을 시적화자로 하고
지오스님의 감정으로 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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