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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스님 천마산 가을편지 답장을 적어봅니다

소영아빠, 2018-11-06 22: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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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스님의 천마산 가을편지를 보니

이런저런 까닭으로 그때가 그립기도하고 눈물도 납니다.


지오스님!

소영아빠 이 집사입니다.

천마산 가을은 아주 곱지요?

때로는 고운 단풍이 마음을 더 아프게 할 때도 있나봅니다.


79년 고등학교 졸업하던 그 해 여름 대학 안간 친구가 군대 간다고 해서 친구들 몇몇 모여서 군대환송여행(?)으로,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둘레길이도 같이 손잡고 재보고, 마의태자 마음도 헤아려보고...

그리고 또 한군데를 아무 생각없이 선택한 곳이 천마산 등산이었습니다.

물론 그때 같이 간 친구들은 용필이오빠님 노래 멤바들이었고,

천마산의 뜻은 무지한 고생 후에 알게 되었지요.

하늘 천, 만질 마(맞지요?) ... 하늘이 만져질만큼 높고 험한 산이라는 걸.

지금도 기억할 수밖에 없을 만큼 고생과 추억이 많은 산행이었는데,


지금 기억에 봉우리를 보고 올라가 정상에 왔다고 한숨 돌리면 앞에 더 높은 봉우리가 있고, 거기에 또 올라가면 그 앞에 또 봉우리가 있어서 ..

투덜대면서 걷는데 목도 마르고해서 물이 어디있을까 찾다가,

하산하는 분들이 있어서 물이 있는 곳을 물어보니까, 앞 계곡으로 조그만 내려가면 있다고 해서 믿고 내려갔는데, 

가도 가도 물은 고사하고 길까지 잃어버린것 같아서 다시 올라가다가 발을 겹질려 걷지 못할 상황까지 왔습니다.

어쩔 수 없이 등산은 포기하고 좀 더 내려가 계곡 물 가에 텐트를 치고 거기서 1박 하기로 했습니다.


자고 있는데 축축한 느낌이 들어 일어나보니 폭우가 쏟아지는 중이고, 

계곡물이 불어서 텐트까지 들어오는 중이라 바로 철수 하려고 짐을 꾸리고 정리해서 마을을 찾아가기로 하고 

무작정 아래족으로 내려가다보니 진짜 집이 한 채가 보입니다.

그때가 아마 새벽 3~4시 정도로 기억하는데, (그때만 해도 간첩, 무장공비(?) , 수상한 사람은 신고할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만큼 북한과 적대적인 때라), 

그 새벽에 “실례합니다” 하니 집 주인이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우리는 그런건 생각도 안하고 민가를 발견한게 반가워 마을로 가는 길 좀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준 대로 한참을 가다보니까 

길 다운 길이 나와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비는 계속 오는데 저 멀리에 사람이 희미하게 보이는거에요.

그런데 반가운게 아니라 정말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말은 겪어봐야만 알 정도 무서운 기분이었습니다.

그쪽은 그대로 서 있는게 더 무서웠지만, 어느정도 가까이 가보니까 사람이 아니라 장승(?)이 서 있는 것을 확인 하고 한숨을 돌리는데,

갑자기 앞에서 싸이렌 소리가 나면서 불빛이 다가오는데 정말 무서웠습니다.

경찰 사이렌이었습니다.


저희들을 붙잡고 간첩신고가 들어와서 출동한거라고...

민가에서 신고를 한거였습니다.

마침 친구 중하나가 철도고등학교 졸업생이라 졸업하면 바로 철도공무원이 되기때문에, 그렇게 신분을 확인하고 천마산등산을 끝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그 친구 중 하나는 30대 중반에 갑자기 저 세상으로 가고..

우리 용필이 오빠님 노래를 친구삼아 밤새운 날이 참 많은,

하루는 우리집에서 하루는 걔네 집에서 자고..

형제보다 더 형제같은 그 친구와 음악 다방가면 습관대로 신청한

“~~가지말라고 가지말라고~~~” “ 잊을 수 없어 잊을 수 없어~~.

그리고 팝송 Stony.

... 잊을 수 없는 노래들이 너무 많네요.


그 친구는 양평 자기 고향땅에서 지금까지 잠들어있습니다.


용문사 은행나무 , 천마산...

듣기만해도 저도 모르게 마음저미는 아픔의 흔적들이 있는 곳입니다.


며칠 전에 이 세상과 83년을, 장인어른과는 60여년을, 소영엄마와는 53년을, 저와는 28년을 함께한 장모님을 천국으로 보내드리고,

지금은 집 사람과 그 동안의 일들을 돌아보고 이런 저런 얘기 하면서,

후회와 회한의 한숨도 쉬어가면서,

그리고 좋은 기억만 하자는 억지 위로와,

애쓰지 않아도 서서히 잊혀진다는 지극히 매정한 위로의 말로 엄마를 보낸 소영엄마를 다독거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만남보다는 정든 인연들과 헤어짐을 더 자주 마주할 나이가 된 것 같아서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지네요.



..

인천공연을 참 많이 기다렸는데,

지금은 조금 더 아픈게 오히려 편할것 같아서 저희 부부는 인천공연 티켓을 취소하기로 하였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리는 분들께 좀 우울한 일기가 되어서 죄송하기도 하지만..

지난 추억을 공감할 가장 편한 곳이 이곳인것 같아서,


인자하신 지오 스님의 천마산 가을편지를 보고 마음가는대로 답장을 쓴다는게 속 마음을 털어 놓고 말았습니다.


미지천사님들과의 새로운 만남을 주신 우리들의 용필이오빠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반가운 분들을 뵐 날이 12월로 미루어져서 좀 많이 아쉽습니다.

17 댓글

초록별

2018-11-06 23:21:25

근래에 슬픈일이 있었군요..
아내분 많이 위로해주시고 12월 어느날 아내분과 오빠 공연장에서
뵈어요 고인의명복을빕니다

소영아빠

2018-11-09 20:11:02

위로 감사합니다.

12월에는 꼭 뵙기를 바랍니다.

그 전 공연 행복한 시간으로 보내시기 바랍니다.

꿈의요정

2018-11-07 10:16:13

소영아빠님 글을 한 번 더 읽게 되네요....


부모님은... 누구나 격어야만 될 일이고... 격었던 일일수도 있고....

생각만해도 울컥울컥 할 때....

후회 보다는 좋은 기억들이 추억들이 더 많음에 감사해 하는게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영아빠님에 속 마음을 털어 놓을수 있는 미지의세계가 되었네요~


저에게도 가족과도 같은 미지의세계 미지의천사님들입니다~

ㅇ이 소중한 인연들 영원히 함께 하고픈 마음이고 이런저런걸 생각하니

가슴이 좀 먹먹해지기도 하는데....

.....


저에게 11월 17일은 좀 느리게 왔으면 하는데....

참 빨리 다가오고 있네요~


소영아빠님, 소영엄마님 힘내세요. 글로 나마 위로의 말씀드립니다.


소영아빠

2018-11-09 20:19:16

위로 감사합니다. 

어디에 속 마음 털어놓을 곳이 별로 없는데 이렇게 속마음을 보일 수 있는 곳이 있어서 감사할 일입니다.


슬퍼도 안 슬픈척, 외로워도 안그런척 하면서 살아온 시간들이 너무 많은데,

삶과 죽음의 이별은 숨기기 참 어려운 현실입니다.

특히 부모와자식, 형제, 부부와의 이별은 상상조차 괴로운거라 더 많은 위로가 필요한것 같습니다.


인천공연이 벌써 다음주네요.

기다리는 분들이 많으니까 느리게 오면 안됩니다...?????


12월 서울 공연때 꼭 뵙겠습니다.

아낙네

2018-11-07 10:40:57

누구든 겪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살면서 문득문득 그리움으로 다가오지요.
지난 주말, 엄마와 저희 오남매의 제주도 여행중에 문득문득 떠올라 가슴 한 켠에 그리움으로 자리잡은 지난해에 돌아가신 아빠가 더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소영아빠

2018-11-09 20:30:42

저도 3년전에 아버지를 보내드렸는데, 

장례치르고 나서 마음을 추스리기 너무 어려워서 2~3주 지난다음에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던것이 기억납니다.

다녀온 후 마음도 많이 진정되고 잘 추스릴 수 있어서 이번에도 며칠 지나면 어디를 좀 다녀올까 고민 중입니다.


공연을 가면 좋겠는데, 그게 혹시라도 소영엄마에게 부담을 주지않을까 염려가되기도 하고,

또 모두가 잔치분위기인데 우울한모습을 보이기도 그렇고 해서 인천 공연을 취소했습니다.


12월에 밝은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지오

2018-11-07 12:24:00

소영아빠님,ᄒᄒ이집사님~~~

편지를 띄웠더니 이렇게 답장을 보내주시는 분도 있고...

참 고맙고,재미있네요.

영미님의 긴 댓글을 보고 마치 고운 꽃 편지지에 꾹꾹 눌러쓴 정성담긴 답장을 받은 듯 했는데,

소영아빠님의 답장은 또다른 느낌입니다.


천마산의 고생바가지 기억~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으시겠네요.

천마산은 해발 812미터 밖에 안되는 높이인데 어디서부터 등산을 시작하셨는지,

정상을 오르시는데 너무 많이 돌아돌아 가셨나봅니다.

수진사 쪽에서 오르다보면 소방도로 끝지점부터는 계속 오르막이라 좀 재미가 없긴하지만

그리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거든요.

임꺽정 바위 근처에 돌핀샘이라는 조그만 약수터도 있는데 그것마저 인연이 없었나 보네요.

언제 한번 오셔요.

그때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산행을 함께 해 보시게요 ᄏᄏ~


소영엄마께서는 요즘 많이 마음이 허전하시겠네요.

'엄마'라는 단어는 문득문득 가슴을 아리게 하는데...

결국 시간이 해결해 주는거지만 그 시간이 될때까지는 가슴앓이를 많이 해야겠지요.

그런데 인천공연을 취소하시겠다니 안타깝습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좀 더 생각해 보시고 미지가족들과의 좋은시간과 더불어 잠시 아픈마음을

내려놓으시는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소영아빠

2018-11-09 21:08:18

세상 인사로 드립니다.

그간 무고 하셨지요?

한번 뵈었는데도 어떤 모습인지는 잘 그려집니다.


제가 친구들과 간 천마산 길은 말 그대로 고행길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때는 등산로가 어디 어딘지도 모르고 그냥 꼭대기를 향해서 올라가는 길이 있으면 그 길로 갔었던것 같습니다.


언젠가 갈 기회가 되면 좀 쉬운 길로 가면서 운이 좋으면 스님도 뵙고...


제 고향이 경남 산청인데, 성철스님의 고향도 산청이라고 들은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그런지 스님들이 참 좋습니다.

가끔 스님들이 사무실 문들 두드립니다.

그냥 반갑습니다.

...


장모님께서 돌아가신지 이제 10여일 지났네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것 같기도하고,.

오늘 오전에 장인어른만 계신 처가에 가서 영정사진을 없애지는 못하고 

-서너달 전에  소영엄마가 소영이한테 할머니 영정사진으로 쓰게 사진 좀 많이 찍어오라고 해서 찍은  사진 중 하나를 영정사진으로 모셨습니다-

장롱 옆 안보이는 곳에 숨겨놓고 왔습니다.(장인어른이 보면 생각이 난다고 치우라고해서요) 

..


인천공연은 꼭 가려고 창원, 여수 모두 포기했었는데..

맘대로 안되는게 사람 일이겠지요?


가서 보고 싶은데 너무 즐거우면 죄송하기도 하고,

슬프거나 우울해지면 옆에서 즐기는 분들에게도 좀 그렇고.

생각이 좀 복잡해져서 이번에는 참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대신에 서울 공연때는 친구들도 같이 가서 많이 많이 즐겁게 보내려고 합니다.

12월에 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예스

2018-11-07 19:35:23

소영아빠님 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수진사 템플스테이 참가하셔서

옛 추억을 소환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하네요.


소영엄마님께도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소영아빠

2018-11-09 21:09:42

아이고~

템플스테이 할 때 꼭 알려주세요.

한번은 꼭 해봐야할것 같아서요..


위로 감사합니다,

지원맘

2018-11-08 07:29:47

10월에는 미지식구들이 아픈 일들이 많았네요.
미지는 불자들이 많아서 내심 외로웠는데,집사님이라니 반갑습니다!!
천마산 초입만 가 봤지 산행은 못 해봤는데ᆢ언젠가 아기자기한 들꽃 군락지도 보고 싶네요!!
세월이 약이겠지만 오빠공연 보시면서 슬픔을 위로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봅니다.소영어머니께도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소영아빠

2018-11-09 21:16:57

위로 감사합니다.

혹시 집사님?  권사님?

저는 대한민국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초파일에도 같이 놀고, 성탄절에도 같이 놀고,, 그래서 좋습니다.

가끔은 초파일에 교회에서 축하 현수막을 걸어 놓기도 하고,

성탄절 날 사찰 앞에 "축 성탄 " 현수막이 보이기도 하고..

이런모습도 정말 좋습니다.


12월 서울 공연에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원맘

2018-11-09 22:27:10

그렇죠~~타종교도 서로 존중해주는 게 좋지요^^
저도 수진사 템플스테이에도 참여하고 절에 가면 푸근한?맘이 들기도 하더라고요.사찰들은 대부분 경치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이유기도 하고요^^
권사님은 아직ᆢ서리집사입니다ㅋ
울 딸이 7살때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해서 지금 21살인데,
저도 뒤늦게 믿음생활을 시작해서요.
아쉽지만 서울 공연에서 반갑게 인사 나눠요^^

성남언니

2018-11-09 00:20:45

글만 읽는데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거 같네요
누구나 이별을 겪지만 이별을 겪는건 항상 너무 슬프고
후회가 가득한 거 같아요 이별을 하면 그만큼 좋은 인연을
만날거라 생각해요 글로 위로의 말씀드립니다 12월에 뵈요

소영아빠

2018-11-09 21:25:40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쁨, 행복 이런걸 가끔 확인하면서  슬픔, 이별.. 이런 것들을 겪어 가면서 사는게 우리들 삶인것 같습니다.

그래서 즐겁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건지 조금씩 느끼고 있습니다.


성남언니께서도 가능하면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많이 만드셧으면 좋겟습니다.

그래야 후회만큼은 덜 할것 같습니다.

12월15일에 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필사랑♡김영미

2018-11-12 14:39:31

소영아빠님, 소영엄마님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부모님과의 이별은 정말 가슴 아프고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되겠지만...

시간이 약이라지만 그래도 서로 좋았던 기억들만 떠올리시면...아픔과 슬픔이 그나마 서서히 좀 옅어질 겁니다.


천마산 답장을 보면서 소영아빠님께도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미지라는 이 공간이 있어서 참 다행이고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분들이 미지로 인해서 위로도 받고 기쁨도 나누고 슬픔도 나누고...그래서 행복이 배가 되는 곳이기도 하지요.

소영엄마님 위로 많이 해드리시고..소영아빠님의 슬픔 마음도 잘 추스리시고....서울공연에서 뵙겠습니다.^^


소영아빠

2018-11-13 19:41:59

대전에서 뵌 후 많은 시간이 지났네요.

인천 공연때 다시 뵙기로 했는데 또 지금 부터 한 달 후로 미뤄집니다.

 서을 공연은 늘 하던대로 우선 2층 뒷자리 가장 자유로운 곳으로 예매는 했고,

 단관신청도 고민 중인데, 마침 내일 10시에 중요한 일로 신청은 12시쯤 해볼까합니다.

당연히 안되겠지요?


소영엄마도 미지님들과 이웃들의 위로 덕분에 며칠 지나지는 않았지만 하루하루 정상생활로 돌아가는 중 인것 같습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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